외국희곡

표도르 솔로구프 '죽음의 승리'

clint 2018. 5. 17. 14:33

 

 

 

작가의 글  

이 비극의 줄거리는 카를 대제(카를대제, 카롤루스대제라고도 불리는 샤를마뉴{Charlemagne, 742814)는 카롤링거 왕조의 제2대 국왕이었다. 몇 차례 원정으로 영토정복의 업적을 이루고 서유럽의 정치적 통일을 달성했으며, 로마 교황권과 결탁해서 유럽의 종교적인 통일을 이루고 카롤링거 르네상스를 가능하게 한 인물로 평가받는다.)의 모친인 긴 다리 베르타 여왕에 관한 전설에서 차용한 것이다. 하지만 이 비극이 역사적 사실이나 베르타 여왕에 관한 전설과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왕의 이름을 바꾸었다. 여왕에 관한 전설은 시작도 이 비극과 다소 차이가 있고, 그 결말도 전혀 다르다. 포타닌의 책 <동양의 전설>(57)은 이를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프랑스왕 피핀(샤를 마르텔(714768)은 피핀 3세 또는 키 작은 왕 피핀으로 불린다. 그의 통치 때부터 통일 프랑크 왕국의 카롤링거 왕조가 시작된 것으로 본다. 카를 마르텔의 아들이자 샤를마뉴의 아버지다)이 정혼할 시기가 되자 프랑스귀족들은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건너가 왕에게 그의 딸을 피핀의 아내로 달라고 청했다. 헝가리 왕은 이 중매에 매우 만족했으나, 피핀이 못난 딸을 거부할까 걱정되었다. 피핀의 딸은 한쪽 다리가 다른 쪽 다리보다 길었기 때문이다. 프랑스 귀족들은 개인적으로는 피핀이 이런 아내를 거부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여전히 자신들의 결정을 고수했다. 공주의 부모는 공주에게 늙은 하녀 한 사람과 젊은 하녀 한 명을 딸려 보냈는데, 늙은 하녀의 이름은 말기스타였고, 그녀의 딸인 젊은 하녀의 이름은 알기스타였다. 파리에서는 신부를 성대하게 맞아들였다 밤이 되어 베르타는 신방에 들어야 했다. 말기스타는 피핀이 그녀를 죽일지도 모른다고 말하며, 여왕을 구하기 위해 베르타 대신 알기스타를 신방에 들여보내겠다고 제안했다. 베르타는 말기스타의 방에서 밤을 보내고, 아침에 왕이 눈치 채지 못하게 왕비의 침실에 들어 알기스타와 자리를 바꾸기 위해 왕비의 침실에 들기로 했다. 베르타가 왕의 침실에 들어오자 알기스타는 칼로 자해를 하고는 베르타가 자신을 살해하려 했다고 모함한다. 왕은 알기스타가 베르타라고 믿었기에 가짜 알기스타를 처벌하라고 명했다. 베르타는 숲으로 보내져 거기에서 길을 잃고 헤맸다. 오래도록 숲을 헤매다가 마침내 물방앗간 주인의 집까지 이르러 그곳에서 살게 된다. 왕은 추호의 의심도 없이 알기스타와 살며 그녀에게서 두 아들을 낳는다. 그러던 중 베르타의 부모가 딸을 만나기 위해 파리를 방문하게 되고, 왕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알기스타를 보게 된다. 헝가리의 왕은 피핀이 고의로 아내를 바꾸었다고 생각하고 피핀에게 보복하기 위해 군대를 이끌고 파리를 침공할 마음을 먹고 헝가리로 돌아가려 한다. 그러나 피핀은 장인에게 떠나기 전에 사냥을 가자고 청한다. 사냥 중에 피핀은 길을 잃어 물방앗간 주인의 집에 이르게 되는데, 그곳에는 베드타와 방앗간 주인의 두 딸이 살고 있었다. 저녁에 피핀은 물방앗간주인에게 세 처녀 중 한명과 하룻밤을 보내게 해달라고 청한다. 물방앗간주인은 잎으로 뒤덮인 수레 위에 왕의 잠자리를 마련하고, 베르타를 그곳으로 들여보낸다. 바로 이 자리에서 베르타는 왕에게 그녀가 누구인지, 그리고 어떻게 해서 물방앗간 주인의 집에 오게 되었는지를 밝힌다. 그녀의 긴 다리 때문에 피핀은 이 여인이 진짜 베르타라는 것을 알게 되고, 자신이 베르타라고 여겼던 여자가 실은 가짜 베르타였음을 알게 된다. 그는 베르타를 데리고 파리로 돌아가 그녀를 여왕으로 삼고, 베르타의 부모와 화해한다. 진짜 베르타는 수레 위에서 잉태되었기에, 혹은 수레에서 태어났기에 샤를마뉴(Charlemagne) 라고 불리게 된 아들을 낳았는데, 그가 바로 카를 대제다" - 1907.

 

 

 

 

메이예르홀트는 <발라간칙> 연출 직후 솔로구프의 <죽음의 승리>를 같은 극장 무대에 올린다. <죽음의 승리>의 서극은 본극을 연출하며 전통적 의미의 비극적 신비극 무대효과에 한계를 느낀 메이예르홀트의 주문으로 본극보다 나중에 쓰였다<죽음의 승리>는 블로크의 <발라간칙>에 대한 일종의 논쟁적 응답으로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솔로구프는 <발라간칙>의 여주인공, 콜롬비나의 본질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바 있다. “지상으로 내려와 고상함의 관을 버린 둘시네아에게서 지상의 알돈사의 특징들이 드러난다. 서정시인은 알돈사에게 아나요라고 말하기에 결국 둘시네아마저 거부하게 되고, 아름다운 여인은종이 인형으로 변해 버린다." <죽음의 승리> 서극에 등장하는 알돈사/둘시네아형상의 의미는 아름다운 여인으로 대변되는 러시아 모더니즘의 영원한 여성성의 변형이자 패러디라는 논쟁적 맥락에서 읽을 때 흥미롭다.

<발라간칙>처럼 <죽음의 승리>의 서극 역시 매우 복잡하고 중층적인 구조를 지닌다. <발라간칙>이 콜롬비나의 정체성을 둘러싼 등장인물들의 논쟁, 이어 점차로 드러나게 되는 콜롬비나의 실체 확인이라는 스토리라인을 축으로 전개되는 것처럼, <죽음의 승리>의 서극 역시 현실과 허구의 다양한 층위에서 알돈사/둘시네아 형상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쟁을 주된 줄거리로 하고 있다. 대신 꼭두각시같이 수동적인 콜롬비나와 달리 알돈사/ 둘시네아는 자신의 본질을 집요하게 쟁취하려 한다

서 극은 자신을 둘시네아로 인정하고 찬양해줄 것을 청하는 알돈사/ 둘시네아와 그녀를 더럽고 냄새 나는 시골 촌부 알돈사로밖에 보지 못하는 여러 인물들 간의 대화로 구성된다. 왕에게 그녀는 농사꾼처녀 알돈사일 뿐이며, 현대에서 온 시인은 알돈사/둘시네아가 살고 있는 시대와 그녀의 언어조차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조금 전까지 알돈사를 멸시하며 비웃던 왕, 시인, 여왕의 정부인 시종은 차례로 알돈사의 매력에 빠져들고 만다. 현실의 눈으로 보자면, 이는 환영이요 기만일 뿐이지만, 알돈사/둘시네아에게 매혹된 이들 입장에서 보자면 이는 새로운 삶의 시작, 새로운 세계에 대한 개안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서극이 진행되는 동안 무대에는 알돈사/둘시네아의 매혹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알돈사를 둘시네아로 불러줄 수도, 변형의 기적을 믿을 수도 없는 구경꾼들이 하나둘 늘어나게 된다.

이렇듯 서극에서 점진적으로 형성된 포괄극(등장인물 한 사람, 한 사람이 알돈사의 마법에 빠져 구경꾼으로 변하며 이들은 일종의 자라나는포괄극을 형성한다)극중극이라 볼 수 있는 본극을 감싸게 되고, 시각적으로도 본극은 서극이 만들어 낸 포괄극의 구경꾼들 앞에서 펼쳐지게 된다. 하지만 구경거리를 신비극으로 바꾸고자했던 알돈사/ 둘시네아의 시도는 본극에서 또다시 실패한다. 결국 기만거짓에 기반을 둔 아름다움으로 세계를 변형시키려던 알돈사/둘시네아의 또 한 번의 시도는 또 하나의 구경거리로 끝나고 만다. 점진적으로 증대되는 포괄극이라는 이 극의 독특한 구조는 시실상온 세계는 결국 신비극이 될 수 없는 구경거리이자 유희일 뿐이라는 솔로구프의 독특한 세계 이해를 흥미로운 방식으로 구현하고 있다.

 

 

 

 

표도르 솔로구프(1863.3.1 ~ 1927.12.5.)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생. 가난한 양복점 직공의 아들로 태어나 4세에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가 가정부로 있는 집에서 교육을 받았으며,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사범학교를 나와 교사와 장학사를 지냈다. 1892년 메러제코프스키와 사귀어 상징주의 운동의 지도자가 되었다. 장편소설 작은 악마 Malyi bes(1905)는 시골 소읍의 중학교 교사 페레도노프의 우둔한 모습을 그려 현실의 추악을 드러낸 사실주의적 경향이 강한 작품이지만, 그 밖의 작품에는 죽음과 환상의 찬미가 가득찬 데카당스적인 것이 많다.

죽음의 가시》 《하얀 어머니등의 단편에서는 병적이라 할 만큼 단순한 어린이의 세계를 즐겨 그렸으나, 점차로 염세적 색채가 짙어져 죽음 ·에로스 ·육욕에 구제를 추구하여 탐미적 ·신비적 세계로 도피해 갔다. 화려한 환상적 희곡 죽음의 승리 Pobeda smerti(1907)는 현실 변혁에 대한 절망을 표현하고 있다. 러시아혁명 후에는 국내에 머물면서 망명적 생활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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