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안톤 체홉 '6호실'

clint 2018. 5. 13. 21:00

 

 

 

 

이 작품은 인간은 태아 나면서부터 악하다는 성악설을 바탕으로 쓰여진 작품이다.
작가의 시각을 투사하고 있는 극중 인물은 정신병자 이반이다. 작가는 이반과 안드레이의 대화를 통해서 그의 생각을 나타내고 있다. 안드레이는 인간의 삶은 어차피 죽음으로 운명지어지므로 현재의 고통이나 어려움은 단지 인간이 겪어야 할 아주 사소한 곳에 지나지 않으므로 무리하게 그것을 고치기보다는 순응하여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이것은 스토아학파의 금욕주의적이고 운명론적인 성향과 이반의 입을 통해서 안드레이를 비판함으로써 스토아철학과 비판하고 인간본연의 감정이나 욕구에 충실해야 하고 고통받고 있는 현실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서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작가는 안드레이의 생각을 현실성 없는 부르주아적 성향이라고 비판한다.

 

 

 

 

 

<6호실>은 어느 소도시의 국립정신병원 6호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종일 침대 머리맡에 놓인 두꺼운 책들만 해어지도록 들여다 보고있는 철학자, 월남전 상처를 갖고 있는 김하사, 야비한 간호사 명령으로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길거리에서 앵벌이하는 사팔뜨기 땜빵, 신문지에 집착하는 신문지. 이들이 6호실 주인(?)들이다. 극은 국민체조 음악과 함께 시작된다. 제 딴에는 열심히 제대로 하려고 낑낑대는 이들의 아침 체조 풍경에 킥킥킥 웃음이 절로 나온다. 그리고 이 병원의 원장 김박사는 각양각색의 병자들을 그들의 세계에서 이해하고 감싸주며 그들을 치료한다. 친구처럼, 연인처럼, 때로는 토론의 맞상대로서 정신병자들을 한 사람의 인격체로 존중해 주는 것이다. 그렇지만 병자들과 얼싸안고 장난을 치기도 하고, 토론을 하다 언쟁까지 벌이는 김박사의 행동은 그 곳의 다른 의사나 간호사들에게조차 이상하게 보일 뿐이다.
이곳에 신참 신박사가 오면서 뭔가 비밀스런 냄새가 풍기기 시작한다. 약삭빠르고 가증스럽기 그지없는 신박사(그 가증스러움에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연기력도 한 몫 단단히 했겠지?)는 원장이 미친 것이 아니냐는 소문을 이용해 원장 자리를 가로채려는 음모를 꾸민다. 신박사 의도대로 결국 원장은 정신병자로 몰려 6호실에 수용당하게 된다. 이렇게 강제로 감금당한 원장은 그때서야 비로소 6호실 환자들의 처절하리 만큼 참담한 생활상을 목도하고 몸서리치게 된다.

 

 

 

 

 

비인간적인 의사와 간호사의 모습. 그리고 이를 흉내내는 환자들의 모습은 인간 내면 속에 숨어있는 폭력과 권력욕, 잔인하고 뻔뻔스럽게 약자를 농락하는 어두운 그림자를 소름끼칠 정도로 날카롭게 드러내 준다. 극은 첫 장면과 같은 국민체조 장면으로 끝을 맺지만 씁쓸함과 서글픔만 가득 밀려든다. 그들의 눈빛, 표정, 몸짓에 드리워진 참담한 고통과 짓눌림을 느낄 수 있기에. 그리고 "박자에 어긋나는 국민체조"는 그들의 처절한 몸부림이였음을 깨달을 수 있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