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막심 고리끼 작 브레히트 각색 '어머니'

clint 2018. 5. 7. 10:34

 

 

이 작품은 실제로 1902년 고리키의 고향 부근인 소르모보 공장에서 있었던 표트르 자로모프 모자 체포사건을 모델로 한 작품으로, 혁명적 러시아 노동계급의 성장과 한 인간 주체로서의 어머니의 모습을 형상화시킨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파벨은 20세기 초 러시아의 선진노동자의 전형으로서, 세계 문학사에 최초로 나타난 프롤레타리아 영웅의 형상이다. 공장 노동자인 파벨은 사회의 불평등에 반발하여 사회주의 서클에 참가하면서, 귀가가 종종 늦어지게 된다. 그의 어머니는 처음에는 이것을 걱정했으나, 아들과 친구들이 나누는 대화를 듣고 그들이 옳다고 확신한다.

작가는 연못 복개공사비 사건, 5. 1 노동절 시위사건, 그리고 법정연설이라는 세 가지 사건을 통하여 한 평범한 노동자가 노동자 계급의 강인한 전사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으며, 파벨에게서 20세기 초 러시아의 혁명적 노동자의 몇 가지 본질적인 특징, 즉 강인한 의지, 명확한 투쟁목표, 낙관적인 정신을 재현하고 있다. 법정에서의 파벨의 당당한 연설이 이 소설의 클라이맥스다. 이것은 파벨이 높은 정치의식을 지니고 이론적으로 무장한, 성숙한 프롤레타리아 혁명가로 변화되었음을 의미한다. 그의 어머니는 사회의 찌꺼기에 지나지 않는 야수와 같은 남편에 대한 공포와 궁핍한 삶에 찌든 중년을 넘어서 여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그녀는 아들을 통해서, 젊은 노동자들에게 둘러싸인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기에 이른다. 점차로 그녀는 아들 파벨의 혁명운동에 동조할 뿐만 아니라 지난 세월의 공포. 순종. 희생의 굴레를 스스로 벗어던지게 된다.     

소설은 비록 혁명의 실패와 혁명적 기운의 좌절로 흐르고 있지만, 내면적으로 독자들은 혁명의 궁극적 승리를 확신한다. 파벨과 그의 동료들은 어머니를 통해서 인류애를 절실히 느끼게 된다. 바로 이것이 [어머니]의 완벽한 성공이며, 그 바탕은 고리키적 낭만주의와 리얼리즘의 문학적 조화에 있는 것이다. 자식이 체포된 뒤, 법정에서 자식의 정당함을 호소하다가 체포되어, "천벌을 받을 놈들, 피바다를 이룬다 해도 진실의 불꽃은 꺼지지 않는다." 고 절규하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 이 작품을 읽다 보면, 암울한 시절 우리의 민주화투쟁 과정에서 민주화가족협의회 소속 어머니들이 절대권력에 대해 보인 분노한 모습이 떠오른다. 이 작품은 푸드후킨 감독이 대담하게 각색 영화화하여, 무성 영화사상 명작으로 평가되는 작품이기도 한다.

 

 

 

 

<어머니>는 인식의 연극이다. 무지한 아낙네가 계급투쟁에 눈 떠가는 과정을 다룬 이 연극에서 우리는 한 노동자의 어미, 그녀 개인의 운명을 개인의 ‘체험’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인 여러 상황에서 포착된 태도의 전형, 내지 실례의 모델로 제시받고 그것을 비판하게 된다. 브레히트 학습극은 그렇게 인식시키고 비판하게 하는 기능을 갖는다. 학습극이 극장에서가 아니라 토론장, 강당, 교실에서 행해지는 것이라면 이 작품에서는 프로세니엄 안에서 벌어지는 극적인 줄거리와 줄거리의 관찰 부분이 분리된 채 어미의 의식화가 드러난다. 처음 어머니는 아들과 그 친구들의 정치운동을 완고한 회의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녀의 상식에 의하면 공장이 주인의 것이라면 임금도 그가 마음대로 까거나 올릴 수 있다. 자기의 소유인 책상을 자기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런 그릇된 건전한 상식을 지니고 있음으로 해서 그녀는 이윽고 ‘소유’라는 개념의 구별을 알게 되는 것이다. 공산주의는 이론적 강령이 아니라 여태까지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생각되던 가난한 삶을 바꿀 수 있는 실체로 파악된다. 그녀의 지식욕을 자극하는 것은 그 다음부터이다. 무지한 어미는 지식 따위를 쓸모없는 것이라고 여기고 있는 교사에게 이웃사람들과 함께 읽고 쓰기를 가르쳐 달라고 간청한다. 그 교사는 쓸모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지식, 곧 단순한 소유물을 제공하도록 강요받음으로써 자기의 지식이 해방을 위해 유용성을 지녔음을 깨닫는다. 이 유용성을 깨닫게 됨으로써 그도 차츰 사상에 물든다. 그것이 소박한 어머니라기보다 가난하고 무지한 아낙네 블라소바가 이룩한 프로파간다의 힘이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공산주의는 단순한 것이며 단지 행하기가 어려울 뿐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어머니로서 아들을 걱정하여 시작한 그녀의 혁명 선동작업은 커다란 스케일을 가진 러시아 공산주의 권력 획득의 과정으로 이어진다. 그런 고리키 원작, 브레히트 각색의<어머니>는 탈고 시기로부터 60년도 더 지난 이 땅에서 상연되었다. 우리는 공연 성과를 분석하기보다 그 상연의 의미를 재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