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호세 리베라 '흐르지않는 시간'

clint 2018. 5. 4. 12:53

 

 

 

 

줄거리
거센 폭풍우가 신화의 분위기를 자아내던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의 밤. 공항에서 여행가방 운반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아니발(Anibal de la Luna)은 임신한 몸으로 흠뻑 젖은 채 거리에서 힛치 하이킹을 하던 셀레스티나(Celestina del Sol)를 만나게 된다. 그녀의 아름다움에 끌린 그는 길가에 그녀를 놓아둘 수 없어,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간다. 셀레스티나는, 그녀가 2년 동안 임신하고 있었고, 그녀의 앳된 모습과는 달리 자신이 54살임을 고백한다. 그녀가 방안으로 들어서자 모든 전기기계들이 멈춰서고, 시간 또한 멈춰 버린다. 아니발은 그녀가 약간의 정신장애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여자의 아름다움과 순진함, 그리고 히스페닉이라는 동질감에 그녀를 잠시동안만 돌봐주기로 한다. 셀레스티나와 아니발은 그들의 삶과 사랑을 다분히 시적인 표현으로 주고받으며 그 밤을 지새운다. 아니발의 동생, 넬슨(Nelson de la Luna)은 2년 동안 보스니아 내전에 참전하고 전쟁의 상흔과 함께 훈장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는 활발하고 공격적인 성격이다. 여자를 보고 한눈에 반한 그는 여인에게 청혼하고... 그의 청혼소동이 지난 다음 아니발은 여인을 만난 이후 자신의 시간이 변화했음을 느낀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 하면서 또 순간같은 시간속에 많은 시간이 흐름을 느낀다. 집안에서의 시간은 단지 몇 분밖에 흐르지 않았다. 현실의 넬슨에게는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셀레스티나와 아니발에게는 여전히 같은 날 밤인 것이다. 셀레스티나는 처음 아니발을 만났을 때처럼 폭풍우 속으로 홀연히 사라진다. 40년이란 시간이 흐르고, 어느 날 셀레스티나는 20대 초반의 모습 그대로 갓난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백발 노인이 되어버린 아니발을 만나게 된다.

아니발은 그녀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녀와 만났던 시간동안의 사랑과 행복한 느낌만을 기억해 낸다.

 

 

 

 

 

작가 호세 리베라(Jose Rivera)는 많은 철학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시적 대사와 친근하면서도 현실에서 조금 동 떨어진 등장인물의 창조를 통해 인간이 마술과 기적으로만 얻을 수 있는 믿음을 표현해 내고 있다. 또한 그것은 우리가 현실에서 잃어버린 혹은 기억해 내지 못하는 꿈을 상징하고 있다.<<흐르지 않는 시간>>(원제: Cloud Tectonics)에서 아름다운 여인 셀레스티나를 통하여 소외된 현실에서의 경이로움이며, 지쳐버린 일상 속에 숨어 있는 환상인 “사랑” 을 모든 이에게 되찾아 주고자 한다.

 

 

 

호세 리베라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대부분의 작품이 매직 리얼리즘(Magic Reallism)이라는 문학적 장르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 스스로가 인정하듯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Gabriel Garcia Marquez)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는 가운데 미구엘 엥겔 아스투리아스(Miguel Angel Asturias)로 대표되는 남미 문학의 독특한 스타일을 연극에 접목시킨 성과가 돋보인다. 호세 리베라의<흐르지 않는 시간>은 "시간"의 가변성을 보여준다. 로스 앤젤레스란 거대도시를 마치 마법에 빠진 것처럼 캄캄하고, 억수같은 비가 퍼부우며, 거리엔 사이렌 소리가 가득한 공간으로 만들어, 그 속에 소외받는 하층민- 히스펙닉-이라는 소재를 끌어들여 우리의 고단한 삶 속에 시간을 이야기한다. melting pot 이 아니 salad bowl이 된 로스앤젤레스란 거대도시는 포용력이 제거된 도시, 냉정함이 지배하는 도시다. 미국의 역사와 함께 했지만 여전히 소수민족으로 차별받는 히스페닉은 고향을 떠나 부유하는 이방인이다. 늘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그들의 언어인 스페니쉬를 그리워한다. 히스페닉이 살아가는 공간이면서 또한 낯선 공간인 로스앤젤레스의 거리 한가운데에 마치 시간이 없는 세계에서 떨어져 나온 듯한 한 히스페닉계의 여인이 하염없이 차를 기다린다. 그 여인은 역시 히스페닉인 한 형제를 만나게 되고, 그녀는 그들에게 어머니와 같은 따뜻함과 애잔한 그리움으로 두 형제를 사로잡는다. 그들은 잊어버린 스페니쉬를 나누면서, 멕시코 음식을 먹으면서 거대도시의 이방인으로서의 서로를 어루만진다. 그 여인에게 존재하는 빠르고도 정지된 시간 때문에 형제는 늙었지만 인생의 단 한번 뿐인 사랑은 멈춰진 시간 속에 영원하다는 것을 기억해 낸다.

 

 

 

호세 리베라는 매직 리얼리즘(Magic Reallism)이라는 문학적 장르를 개창했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Gabriel Garcia Marquez)의 영향과 미구엘 엥겔 아스투리아스(Miguel Angel Asturias)의 문학형식을 연극에 원용한 호세 리베라의 <흐르지 않는 시간>은, 마법에 걸린 인간이 아닌, 마법으로 정지된 시간을 작품 속에 구현해 낸다. 동시에 미국이라는 거대사회에서 늘 소외대고 도외시되고 홀대되는 라틴계 인물들의 실상을 연극으로 그려내어, 고발자로서의 역할까지 담당한, 의식이 분명하고 투철한 동시대의 작가다. 하지만 사랑은 시간을 정지시키고, 세월의 흐름을 붙들어 맬 수 있는 마력을 지닌 것으로 그려내고, 사랑을 더할 나위 없는 아름다움과 향기로운 꽃으로 묘사해, 관객의 공감대와 감동을 불러일으킨 라틴계 최고의 작가라 평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