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내면의 나약함과 탐욕으로 얼룩진 현대사회의 피폐함을 우화적으로 보여준다.
지구의 종말이 다가왔을 때 우리는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정말 우리 앞에 종말이 다가온다면 어떻게 살고 싶은가. 이 작품은 삶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았는가, 그 가치는 무엇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등등 한번쯤은 생각해본 상상이 무대 위에서 펼쳐진다. 지구의 종말이란 무겁고 어두운 소재를 코믹 적이고 회화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호수에 물이 없어졌다.. 현실적이지 않은 이야기.. 호수에 물이 없어짐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주인공 가족..
호수에 물이 없어짐과 함께 그들은 모두 꿈을 꾼다.. 아버지는 종말을.. 어머니는 집 나간 딸의 귀향을.. 형은 죽은 첫사랑의 환생을..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끌어오는 역할로 변호사가 등장한다..
그는 호수의 물이 마른 이유가 무분별한 건설회사의 공사에 의한 것이며 이로 인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승소할 것이라며 그들을 부추기지만 결국 패소한다.. 또 하나의 현실적인 장소로 등장하는 이발소.. 돈을 벌기 위해 퇴폐영업을 하는 곳으로 변한 이발소.. 이곳에서 주인공 상준은 놀이동산을 만들 계획을 세운다..
극은 생각처럼 호락호락하게 이어지지 않았다.. 종말의 꿈을 꾼 아버지는 "옴 아모카 살바다라"라는 주문을 외우며 종말의 날을 대비한다.. 옴 아모카 살바다라.. 첨엔 아무 의미없는 주문이라 생각했다.. 그러다 우연히 흔히 액을 막아주는 부적에 적혀있는 주문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종말의 배.. 노아의 방주를 연상시키는 과정에 민간신앙이라 할 부적에나 사용하는 주문이 조금은 의아하다.. 종말의 날을 계산해내는 아버지의 주사위도 재미있다.. 최빈수로 종말의 날이 결정되고.. 자정이 종말의 시간이다.. 자정이 넘으면 다음날이니까 라는 게 아버지의 이론.. 여하간.. 종말의 예언을 믿는 사람들이 생기고 결국 종말의 시간이 다가온다..
종말의 배에 오르고자 하는 사람들.. 종말의 배엔 특별한 사람이 오르진 않았다..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착한사람.. 선택받은 사람이 오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사기꾼도.. 매춘부도.. 그리고 그리 비중 없던 어떤 사람도 배에 오른다..
그리고 그들이 오른 배가 하늘로 올라간다.. 그리고.. 그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종말의 배가 떠남으로 남은 사람들은 큰 혼돈에 빠진다..
종말의 배가 떠나간 다음날.. 해는 떴다.. 똑 같은 일상..
남아있는 그들은 종말을 믿을 수도 믿지 않을 수도 없다..
종말의 배가 떠났다는 걸 부정하고자 하는 그들의 억지..
그러나 종말의 배는 하늘로 떠났다.. 그리고 돌아오지 않았다..
뭘까..?? 종말이 온 걸까..?? 아니면.. 종말이 오지 않은 걸까..??
여하간.. 남아있는 사람들은 상준의 의견대로 놀이동산을 만들기로 한다..
떠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환타지아로.. 파라다이스로..
그러나.. 그들이 만들고자 하는 놀이동산은 환타지아도 파라다이스도 아니다..
사고 났던 중고놀이기구로 채우려는 곳.. 돈을 벌기위한 곳…
주인공은 깨달았던 걸까..?? 아무런 변화도 없었지만.. 종말은 왔었던 거라는 걸..
그 역시.. 아버지가 했던 것처럼 주사위를 던지며 종말의 배가 떠오를 날을 계산한다..
무대 한 귀퉁이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던 남은 한 척의 배도
종말의 배로써의 역할을 할 거라는 걸 암시하는 건지..
작가의 글 - 이강백
'오, 맙소사'는 2000년 9월 1일부터 9월 13일까지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공연한 작품이다. 서울연극제 공식 참가작으로서, 〈극단 세실〉의 채윤일씨가 연출하였다. 등장인물로서 아버지 역 정재진씨, 어머니 역이 정미 씨, 상회 역 강지은 씨, 상면 역 박지일 씨. 상준 역 한명구 씨, 나미 역 이소영 양, 변호사 역 김동수 씨, 이발소 주인 역 유영환 씨, 여자면도 사 역 정소희 씨, 고물상 역 전수환 씨, 투자가들 역에는 임홍식 씨, 노영화 씨, 권대혁 씨, 옥재은 씨가 맡았고, 유족들 역에는 이영석 씨. 홍원 배 씨, 이윤화 씨, 정효인 씨, 백승임 씨, 이경섭 씨, 오옥경 씨, 유인권 씨 등이 맡았으며, 낭독자 역에는 이찬영 씨가 맡았다.
'오, 맙소사!'는 '마르고 닮도록' 이전에 쓴 작품이었는데, 공연은 나중에 하게 되었다. 원제목은 「종말의 배」였다. 새로운 천년의 시대가 열린다면서. 전 세계가 이제 곧 기적이라도 일어날 듯한 축제 분위기 속에 서 1999년을 보내고 2000년을 맞이하였는데, 도대체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었다. 「종말의 배」는, 종말을 간절히 기다리던 한 가족이 소위 그 종말의 날에 하늘로 올라가리라고 믿은 배를 탔는데, 배가 올라가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결국 그 가족은 새로운 천년의 시대가 왔는데도 낡은 천 년의 시대처럼, 절망을 견디고 살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그런데 연출을 맡은 채윤일 씨와 나는 「종말의 배」를 검토하면서, 무엇인가 그 내용에 의구심이 들었다. 「종말의 배」를 읽으면 배가 올라가지 않는 아이러니가 느껴진다. 그런데 공연하면 그러한 아이러니 효과를 관객들이 느낄지는 의문이었다. 즉, 읽을 때의 머릿속으로 상상되는 배와, 공연할 때 눈으로 보는 배는 전혀 다르다. 그러니까 무대 위에 놓인 묵직한 배는, 저절로 허공에 떠서 올라가지 않으리라는 것을 관객들이 다 알고 있다. 처음부터 올라가지 않을 배를 올라간다고 했다가 결국 올라가지 않는 것이 되는데, 그게 뭐 신기할 것도 없고 드라마틱한 것도 아니다. 그래서 공연을 3주 앞두고 「종말의 배」는 제목과 내용을 완전히 바꾸기로 했다.
'오, 맙소사!'에서는 관객들의 예상을 뒤엎고 가족을 실은 배가 하늘 위로 올라갔다. 문예회관 소극장이 지하에 있고, 또 극장의 천정이 높지 않기 때문에, 배는 엄청난 스모그가 뿜어지는 가운데 관객석 출입구 쪽으로 빠져나갔다. 그리하여 무대 위에 남은 것은, 그 배에 타지 못한 나머지 인물들의 허탈과 후회와 절망이었다. 나는 천년에 한 번쯤은 정말 이렇게 하늘로 올라가는 배가 있기를 바란다. 그 배를 타지 못하고 이 세상에 남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심사숙고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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