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선욱현 '영종도 38킬로 남았다'

clint 2018. 3. 26. 13:21

 

 

 

 “어느날 환멸을 만났다. 사람이싫고 세상이 싫었다. 지독스럽게 다 싫었다. 정말 확 떠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인생을 버릴수 없고 이 땅을 버릴수도 없었다. 그래서 건져 올려야 했다 진창 같은 이곳에서 기어이 희망을 건져 올려야 했다.” 작가가 애기하는 의 극작 배경이다. 선욱현은 이번 신작에서 다소 직설적으로 대한민국 사랑을 외친다. 대한민국을[개한민국]이라고 부르는 사람들, 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로 가는 사람들, 이 땅을 떠나려는 사람들을 향해 “우린 여기서 태어났고, 여기서 살아가고, 여기서 꿈꾸고, 여기서 묻힐 사람들”이라며 함께 희망을 건져 보고자 한다. 연극은 대한민국의 미래입니다. 영화, 뮤지컬이 대중문화의 큰 축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그것은 상품 일 뿐이다. 팔려야 되는 상품은 그 나름의 특성을 지닌다. 그것들은 고민하지 않는다. 성찰하지 않는다. 오로지 팔려야 되는, 그래서 대중들의 기호에 부응해야 하는 상품 일 뿐이다. 연극은 인생과 세계를 성찰하고 그 근원적 모럴(moral)을 모색하고 제시한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연극들이 모두 그러한 연극의 기능과 목적에 부합하는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극단 필통은 다소 고전하더라도 연극의 기본 정신에 투철 하려고 한다. 그렇다고 관객을 도외시한 ‘자아도취’, ’자기만족’은 절대 아니다. 관객과 호흡하고 ““이래서 연극 이구나””하고 감탄하게 하고 싶다. “to 영종도””는 오늘 우리 한국 사회를 고민하고 우리들 인간관계를 고민한다. 그리고 이렇게 한편의 연극으로 내 놓는다. 연극은 이 땅을 사랑하고 이 땅을 고민하고 이 땅의 미래를 꿈꿔 왔기에 대한민국의 미래 인 것 이다. 참으로 지켜내야 할 소중한 상품이 아닌 정신문화 인 것이다.

 

 

 

 

줄거리

30대 중반 평범한 가장인 남자 주인공은 술에 취하면 늘 집 앞 버스 정류장에 앉아 공항 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공항버스는 그곳에 오지 않는데도 말이다. 어느 날 밤, 그날도 그 벤치에 이른 남자 주인공과 신입사원에 이어 목사, 집사, 형사, 탈주범, 다방 아가씨가 차례대로 나타난다. 그리고 그들은 먹이사슬과 같은 풍경을 보여주게 된다. 캠핑장 화재로 유치원 다니는 딸을 잃은 여자와 가난 때문에 비관 자살한 여중생의 아버지가 그 정류장에 등장한다. 그들은 정말 이 땅을 떠나려고 공항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온 것이다. 그들에게 다시 나과장과 신입사원이 등장하여 차장 진급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인다. 학연 지연을 따지는 신입 앞에 나과장은 왜 젊은 사람이 그렇게 사냐고 힐책한다. 이들 설전에 먼저 와 있던 여자와 남자까지 끼어 드는데…

 

 

 

작가의 글

연극은 대한민국의 미래이다. 희망? 온다! 오게 하라! 오도록 하자! 오도록 만들자!!

어느 땐가 무척 세상이 싫었던 때가 있었다. 정말 싫었다. (이놈의 세상) 사람 냄새도 싫었다. (다 싫어 이놈들아!) 하지만 나이를 좀 먹으니, 내가 그 환멸의 일부라는 걸 알게 되었다. 공항 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그리고 저만치 영종도 행 버스가 온다. 하지만 내가 기다린 그 버스는 이 땅을 떠나자는 버스가 아니다! 공항 가서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이 문제 많은 이 땅이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가. 또 이 땅에서 태어나고 꿈꾸고 살아갈 우리의 후손들은 공항에 가야 한다! 가봐야 한다! 뜨거운 울음 한번 쏟고 그리고 다시 돌아오자! 희망을 가지고 끝으로 가보자!

 

 

 

 

 

 

 


공항행 버스가 오지 않는 정류장에서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통해

이 땅을 살아가는 이들의 소중한 희망을 찾아가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