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
연극은 한국인 유학생 박철원이가 이민국 사무실에 찾아와서 그의 체류허가 문제를 상의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한국 정부의 소환으로 그는 귀국하려 하나 주저한다. 공부하고 있는 대학원 과정을 끝내야 한다는 문제도 있지만, 정부의 설명 없는 소환이 두려웠다. 해외에서의 그의 정치적 활동에 대한 추궁이 귀국하면 있을 것 같다. 출국일자를 넘기면서 자기 아파트를 나와 당분간 이모 마가렛 (본명, 장옥화) 의 아파트에서 하루하루를 머물고 있다. 이모는 그가 만취해 집에 늦게 들어오곤 하면 잘 돌보아 주긴 하나 어머니를 대신해 꾸짖기도 하고 타이르기도 한다. 그들은 고향 멀리 대도시 뉴욕 타향에서 서로 위로하고 싸우며 사랑한다. 한편, 마가렛은 과거 한국에서 친분이 있었던 현지 정희찬 영사의 치근덕거리는 접근을 악몽과 같이 증오하면서, 걸스트랜드 유엔 사무총장을 멀리서 사모하는 환상에 사로 잡혀 있다. 그녀는 그들과의 허황된 "만남" 을 철원에게 토로하고 그를 분개하게 한다. 그런가 하면, 그의 반응에 그녀 또한 격분하며 그를 그녀의 아파트에서 나가라고 외친다. 늘 그랬듯이, 그는 떠나면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고 말하나 그들은 안다, 그는 다시 돌아 올 것이고 그녀는 그를 다시 받아들일 것을, 다음 장면에서 그는 그녀의 침실에서 그림자처럼 나타나 그녀가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자고 있는 침대 옆에서 그녀를 흠모한다. 착각의 환상과 같이. 다음 순간 그는 또 떠나고 없다. 걸스트랜드 유엔 사무총장이 전선 시찰의 현장에서 헬기 추락사고로 사망하자 마가렛은 슬픔에 자신을 겉잡지 못한다. 신문에 공개된 유서에게 그녀에 대한 어떤 내용도 없다는 것을 그녀는 믿지 않는다. 철원은 이모가 정신이상이 있을까 우려도 하지만, 그녀의 허황함에 괴로워한다. 그녀의 아파트로 이민국 형사가 박철원을 찾으려 든다. 그제야 그녀는 그의 추방령에 대해 알게 되고 그를 도와주려 한다. 그는 한국에 돌아가겠다고 말하지만 막상 귀국은 주저한다. 그는 6. 25 동란의 기억에 집착해 있고 동란의 참사를 그녀에게 다시 한 번 들려준다. 그녀는 듣기를 거부한다. 그는 그녀가 6. 25동란을 현장에서 겪지 못해서 자기를 이해하기 어렵고, 조국의 비참한 현실을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말한다. 그녀는 비참한 조국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한다. 철원은 자기가 아버님의 납치에 책임을 져야 할 배신자로, 어머님의 처참한 죽음에 대한 무력한 목격자로 죄책감을 떨치지 못하는 고충을 자백한다. 그는 지난날의 기억을 되살려,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조국에 돌아갈 것을 다짐한다. 눈이 내리는 거리, 철원은 만취한 산타크로스가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그를 도우려 한다. 얼근히 취한 경찰관이 순찰하며 산타크로스는 영원히 살아 있는 천사라며 태연히 지나간다.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철원은 정처 없이 배회하다가 두 10대 청년과 마주친다. 그들은 돈을 달라고 하며 칼을 내밀고 위협하다 그를 찌른다. 눈 오는 뉴욕의 거리에서 철원은 피를 흘리고 죽는다. 멀지 않는 곳에서 성탄절 합창이 들려온다.
강월도 극작가
오늘, 어제와 내일을 산다. - 강월도
「어제와 내일 사이에서」의 주인공 철원은 죽어야 했나? 성탄절 밤, 눈 내리는 이국의 거리, 뉴욕의 황량한 대로에서 죽음의 사자를 찾아 헤매야 했던가? 30년대 일제 침략의 격동기에 태어나 잠시 해방의 환희를 느꼈는가 하면, 6.25동란을 겪으며 분단의 처절함을 살아가던 우리 세대, 우리는 혼란과 절망의 출구를 찾아 해외로 유학갔고 군부독재를 피해 언제 조국에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고 방황했다. 그 방황은 괴로웠다. (조국에 남아있는 동포들에게 무얼 말하겠는가?) 결국 우리는 살아남았다. 다들 잊지 못할 조국을 버리고 해외에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갔다. 오늘 조국에 돌아와 그 먼날을 기억하는 감회에 잠긴다. 아직도 조국은 분단상황에서 미래는 아물하기만 하다 철원은 죽어야 했고, 덤으로 살아가는 이 세상. 기억한다는 것은 괴롭다. 괴로운 기억을 극으로 풀어본다. 시원한 가락과 장단의 흐름과 같이 흘러 내려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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