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완자무늬 96 가을공연 1996.9.14-10.20 //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잃어버린 자아를 찾아
미망의 늪에서 끝없이 헤매이는 인간들의 군상. 역사로부터 진보가 아니라 끊임없이 순환되는 듯 한 인간 살이.
끝 닿을 줄 모르는 인간들의 묙망. 그 욕망의 늪에서 허우적 대는 우리들. 이처럼 알 듯 모를 듯 수수께끼 같은 인연의 고리를 불가의 심우도에 기대어 우리가 잃어버린, 우리들의 마음속에 숨어있는 자아를 찾아 깊은 성찰의 불씨를 깨달음으로써 우주와 자연과 생명과 인간의 삶이 일체임을 깨닫고자 한다.
인연과 보
이번 공연은 극단 완자무늬가 추진하고 있는 심우도 연작 씨리즈 중의 한 작품이다. 심우도는 선가에서 깨달음의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소를 마음에 비유해 그 마음을 찾는다 하여 심우도라 하고 그림이 10개가 되었다 하여 십우도라고 하였다. 이번 공연은 그 심우도의 앞부분에 해당하는 사바의 얘기이다. 사바란 누가 어떤 큰 소리로 떠들어도 인연과 보에서 파생한 생, 멸속의 희노애락일 뿐이다. 그 사바의 인연과 업보속에 이번 작품의 소재로 삼은 10. 27 법난은 한국 근, 현대 종교사에 대단히 유감스럽고 큰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벌써 역사속에 묻혀버린 사건이다. 이 작품은 그런 종교나 권력이, 인간과 인간이, 남과 여가, 상식과 비상식이 인연과 보의 틀 속에서 부딪히는 얘기를 다룬 작품이다.
작품의도
이 작품은 “심우도”의 앞부분에 해당하는 사바의 얘기로 크게 두 개의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사바세계의 끊이지 않는 인연과 업보의 긴 뿌리로 나타나는 한 가정의 모습이고 또 하나는 극의 소재로 삼은 10.27 법난이라는 한국현대사의 굴절된 현상을 종교와 권력의 부딪힘으로 구성한 독특한 소재거리다. 10.27 법난은 한국 근, 현대 종교사에 큰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역사속에 묻혀버린 사건으로 이번 작품에서는 이를 배경으로 종교와 권력이 인간과 인간, 남과 여, 상식과 인연과 업보의 틀속에서 부딪히는 얘기를 다루고 있다.
줄거리
일운스님은 10. 27 법난 때 끌려가 고문 후유증으로 죽게 된다. 광렬의 생부인 일운스님의 죽음은 광렬에게 생부를 알려야 한다는 어머니와 양부의 갈등을 초래하고 모든 인연의 길을 끊고 인도로 떠난 광렬은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사실을 알게 된 광렬은 개인으로는 현실도피와 개인주의, 패배주의적 삶에서 있는 그대로 현실, 즉 사회의 모든 일이 자신과 연관되어 있지 않은 일이란 없다는 열린 세계로, 깨달음의 과정으로 옮아가게 되고, 부끄럽던 불교계에서는 10. 27 법난이라는 현대사의 굴절된 현상을 밝히려 한다. 권력과 종교의 싸움은 한 가정에 평지풍파를 일으키나 그 속에서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려는 광렬의 의지는 우리 삶을 유지하는 생활철학의 단초로 우리 모두의 가슴을 두드린다. 종교와 권력이 부딪히는 10. 27 법난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 가정의 잠재된 비밀은 노출화 될 수밖에 없는 개인과 가정의 아픔을 느끼게 한다. 결국 모든 인연과 행위의 시점인 욕망과 갈애는 또 다른 과보와 인연을 만들고 그 현상은 개인과 개인, 개인과 역사에 누구도 방관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일깨운다.
원담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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