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을 통해 권력을 쥔 강대국의 횡포와 강대국의 입김 하에 정치적, 문화적인 정체성을 상실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우화적으로 풀어냈다. 극은 한국전쟁과 가상의 시. 공간을 오가며 전개된다. 6.25 전쟁이 한창인 시점의 어느 시골마을. 젊은 아낙 화순은 적군의 피로 물든 미군의 군복을 빨래해주며 생계를 꾸린다. 미군은 피가 너무 많이 묻은 군복은 버리라고 말하지만 그냥 버리기가 아까운 화순은 그 군복을 남편 바우에게 입힌다. 바우는 그날부터 피 묻은 군복을 입고 마을을 활보한다.
시간이 흐른 뒤 마을에는 미군을 상대하는 창녀촌이 생겨나고, 화순은 포주가 돼 돈을 번다. 그런가하면 옆집 아낙 옥자는 미군이 먹다 남은 음식 찌꺼기를 모아 '꿀꿀이죽' 장사를 해 돈을 모은다. 돈맛을 보며 마을에는 모처럼 웃음꽃이 피지만 곧 휴전이 임박해 미군이 철수한다는 소문이 돌자 마을 사람들은 격렬하게 정전 반대 시위를 한다. 하지만 상황이 급변해 전쟁이 다시 격렬해지고, 이번에는 미군의 피로 물든 빨랫감이 수북이 쌓이며 마을은 재차 활기를 띤다. 한편 미군은 수세에 몰리자 바우에게 "피 묻은 군복을 입고 있는 김에 총까지 들고 전쟁에 참전하라"고 요구한다. 바우는 내키지는 않지만 그동안 미군 덕에 먹고 살았으니 거부할 수도 없다. 총을 든 바우는 미국을 위해 가상의 나라 '비에트락'을 향해 떠난다. '비에트락'은 베트남과 이라크의 합성어이고, '피 묻은 바지'는 미국의 압력에 의해 베트남 전쟁과 이라크 전쟁에 참전할 수밖에 없었던 한국의 상황을 고스란히 상징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베트남 전 참전 경험을 녹여 넣었다는 극작가 오태영은 "이 연극은 우리의 자화상" 이라면서 "월남전에 파병한 역사를 갖고 있고, 어쩔 수 없이 이라크에도 파병한 우리 입장은 주인공이 얻어 입은 '피 묻은 바지'처럼 매우 어정쩡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 작품은 우리의 역사 속에서 미국의 역할이 어떻게 우리 삶에 반영되고 굴절 되어있는가를 말하고 있다”며 “그것을 우화적으로 그려보려고 한다.”

<피 묻은 바지>는 정치적 우화이다. 단지 혈압 올리며 아우성치는 정공법을 피하고 동화처럼 우화처럼 코미디로 가자는 것이다. 즉 유쾌한 풍자를 표방한다. 주제는 우리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인 동시에 초강대국 미국에 대한 비판의 시각이며, 내용은 파병이다. 약간 민감한 사안이다. 때문에 블랙코미디로 가자는 것이다. 우리는 6.25를 직접 치룬 나라이며, 월남전에 파병한 역사를 갖고 있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이라크에 파병한 상태이다. 이라크 전쟁에서 우리의 위치, 우리의 입장은 대체 무엇인가? 해방군인가, 우방인가, 침략군인가? 머슴이 얻어 입은 옷처럼 매우 어정쩡한 입장 아닌가. 6.25가 남긴 상처는 많다. 상처만큼 6.25에서 파생된 문화도 많다. 최초의 양공주 촌. 부대찌게의 원조인 꿀꿀이죽 탄피 줍는 사람들. 기타 등등 파병은 살생이지만 살생만큼 문화말살이다. 국립박물관 약탈이 그 좋은 본보기 아닌가. 월남전 당시 사찰 불탑의 파괴 등. 때문에 후반전 ‘베이트락’에서 전투는 문화말살이라는 ‘전쟁의 새로운 시각’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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