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상범 '제칠감 ' (세븐 센스 )

clint 2018. 1. 9. 18:17

 

 

 

하나를 향한 두 개의 모놀로그

천사와 악마, 그들이 원하는 건 무엇일까? 천사는 나를 도와줄까? 악마는 나를 괴롭힐까?

천사는 뭐하며 지낼까? 악마는 무슨 재미로 살까? 당신은 사악한 천사를 만나본 적이 있는가? 당신은 사랑스런 악마를 만나본 적은 있는가? 누가 천사를 보았다 하는가. 누가 악마를 만났다 하는가, 보시라. 그 천사, 날개는 달렸던가? 그 악마, 뿔은 솟았던가? 여기 그 천사와 악마가 정체를 드러낸다.

 

 

 

 

 

자기 정체성을 찾아 헤매는 천사와 악마의 고독한 방황, 그리고 그들의 만남, 그들의 만남은 격렬하지 않지만 격렬한 감정의 교환을 통해서 사랑으로 발전한다. 하지만 서로의 모습을 깨닫는 순간 고통과 아쉬움으로 변모하고, 싸우고,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삶처럼 헤어진 듯 헤어지지 않은 듯 살아가는 천사와 악마. 그 둘은 다시 사랑으로, 단단하게 그 결실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세븐 센스 the seventh sense>는 제7(第七感)으로 풀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이다. 작가는 최고 지성을 그 칠감의 자리에 놓는다. 특히 인간 존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종교를 창안해 낸 능력에 주목한다. 즉 종교는 인간, 세계를 비추는 거울이며 신은 인간의 피조물이라 주장한다. “신학은 인간이 고안한 가장 고상하고 품위 있는 숨바꼭질 놀이이다. 자기 찾기 놀이이다.” 라는 생각이다. 창조론에 근거한 전통적 기독교 교리를 전적으로 뒤엎는 발상이 다. 다만 그 놀이가 즐겁기 위해서는, 인류가 행복한 생을 꾸려가기 위해서는 먼저 <세븐 센스> 획득이라는 과제가 선결되어야 한다는 요청과 더불어천사와 악마 스스로는 자신의 존재에 대해 어떻게 정의할까. 정의 가능할까. <세븐 센스>는 인간의 시선이 아닌 천사 와 악마 스스로의 시선으로 자기 정체성을 풀어보려는 하나의 시도이다. 인간이 존재자체에 대해 궁금증을 갖고 답을 찾아가듯. 그 방편으로 종교를 창안하고 신을 창조, 부양하듯. 그런데 천사와 악마는 그 답을 찾을까. 그들이 발견한 창조주는 과연 누굴까. 천사와 악마를 캐릭터로 삼았으되 이것은 전적으로 인간의 시선에서만 그렇다. 즉 작품 속에서 천사와 악마는 스스로 천사와 악마로 정의하지 않는다. 그들의 입에 선과 악이라는 표현도, 개념도 없다. 다만 관객은 끊임없이 밀려드는 천사와 악마, 선과 악에 대한 고정관념의 굴레로 인해 낯선 천사와 악마의 모습에 당혹감 혹은 불편함을 경험할 수는 있으리라. 그 낯설음과 불편함이야말로 <세븐 센스>가 의도하는 바이다.

천사와 악마에 대한 이야기는 어쩔 수 없이 인간에 관한 이야기이다. 인간이 창조해낸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의 자기발견 과정은 인간들의 자기 발견 과정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존재에 대한 궁금증, 다른 존재에 대한 이 끌림, 호감, 교감, 갈등, 파국, 존재에 대한 되물음, 나름대로의 결론까지 존재의 전 과정을 좇아가는 형식이다.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태영 '부드러운 매장'  (1) 2018.01.11
오태영 '피묻은 바지'  (1) 2018.01.10
오태영 '돼지비계'  (1) 2018.01.08
오태영 '그 밤 그 바다'(원제 목로주점)  (1) 2018.01.08
오태영 '통일 익스프레스'  (1) 2018.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