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거리
초겨울 밤, 부둣가 목로주점. 술집을 경영하는 두 부부, 우영과 순영은 손님을 맞을 준비로 분주하다. 우영은 자신이 용감하다는 것을 제차 확인시키려는 듯 순영에게 온갖 허풍을 늘어 놓는다. 순녀는 관심을 보이지 않은 채 성의없이 대답해 준다. 걸레를 쥐고 조리대를 닦던 우영은 순영에게 어젯밤 일에 관해 묻는다. 뱃사람들에게 술시중을 하러 이층에 올려 보냈던 것이 마음에 놓이지 않았던 것이다. 순녀는 한동안 우영의 얼굴을 보다가 걸레를 내민다. 우영은 순녀의 눈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말을 둘러 댄다. 순녀가 안주꺼리를 만드는 동안 다시 의처증이 발동한 우영은 그녀의 순결을 의심하는 말을 하기 시작한다. 결국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하는 우영. 순녀는 그런 일은 만성이 된 듯 신경쓰지 않는다. 순녀는 우영에게 담배를 권하지만, 그는 담배를 피우지 못한다는 이유로 거절한다. 순녀는 이곳을 떠나 달리 살아나갈 방법을 강구하자고 말하지만 우영은 의지가 아닌 습관처럼 "벗어나야지"라는 말을 반복한다. 결코 이루어질 것 같지 않은 어투로. 순영은 어느새 우영의 품에 안긴 채 이 순간이 지속되기를 바란다. 순영의 마음을 방해라도 하듯 구두 수선을 하는 노인이 등장한다. 일시 포옹을 푼 이들 부부는 순영에 의해 다시 포옹을 하고, 노인에게 알아서 찾아 먹으라고 말한다. 문이 열리며 험상궂은 모습의 사나이 둘이 들어선다. 벌써 한 잔 걸쳐 얼큰한 상태이다. 두 사나이는 순녀를 보고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우영은 그 사실을 눈치채지만 그들이 시키는 대로 이층 방을 내어 준다. 우영이 자신이 안주와 술을 들고 올라가다가 사나이에게 봉변을 당한다. 우영은 순녀를 불러 소용도 없는 여러 가지 주의 사항을 들려 준 뒤 이층으로 순녀를 올려 보낸다.
순녀는 원망하는 듯한 눈빛을 우영에게 보내고 이층으로 올라간다. 초조해진 우영은 자신의 용기를 드러내기 위해 노인에게 허풍을 늘어 놓는다. 이층에서 사나이들의 웃음 소리가 들리자 우영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애궂은 노인을 닥달한다. 결국 아내의 순결을 의심한다는 이유로 주방에서 칼을 꺼내 노인을 위협하지만 곧 힘없이 칼을 내린다. 노인은 집으로 돌아가고, 다시 이층에서 사나이와 순녀의 웃음 소리가 섞여 들린다. 우영 이층을 노려본다. 조리대로 가서 식칼을 쥔다. 한동안 식칼을 내려다 보던 우영은 식칼을 층계 계단에 떨어 뜨린다. 힘없이 식칼을 조리대에 가져다 놓고, 노인이 먹고간 술자리를 치운다. 파도 소리가 한없이 들린다.

<목로주점>은 오태영 작가의 197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이다.
무대는 제목 그대로 <목로주점>에서 벌어지는 풍경이다. 주방과 식탁 그리고 의자가 여기저기 배치되고, 하수 쪽이 입구, 상수 쪽에 특실이 있는 것으로 설정된다. 귀에 익은 가수 이은하의 노래와 함께 연극이 시작되고 뒤이어 파도소리가 들려옴으로 해서 바로 해변에 자리한 주막이라는 것을 감지하게 된다. 부부가 운영하는 주막이고 오태영 작가의 젊은 시절을 연상케 하는 남편 역의 배우와 곱디고운 아내 역의 여배우가 출연해 도마에 놓인 커다란 무를 식칼로 썰며 안주를 장만하는 장면과 주막의 여기저기 쓰러진 의자를 바로 놓는 남편과 의자를 걸레로 깨끗이 닦는 아내의 모습이 흡사 밀레의 만종에 나오는 그림 속 인물에 비견된다. 남편은 예쁜 아내가 손님의 술시중을 하며 접대를 할 때 손님이 아내의 몸을 건드리는 장면을 늘 상상하는 듯, 언짢은 모습에 질투심을 드러내고, 아내에게 다가가 투정을 하기 시작한다. 아내는 남편의 이런 모습이 일상인 듯 개의치 않고 오히려 담담한 모습을 보인다. 남편은 아내를 끌어안으며 날씨가 스산해 손님이 없을 듯싶으니, 오늘은 장사를 그만 하자는 소리를 한다. 이때 모자를 푹 눌러쓰고 허름한 옷차림과 낡은 구두를 신고 발을 절룩이며 손님이 등장한다. 오늘은 장사가 끝났다는 말을 들은 체 만 체 손님은 의자에 털썩 앉는다. 할 수 없이 술 주전자와 잘게 썬 안주를 쟁반에 받쳐 가져다주는 남편, 남편은 손님에게 술을 따라주기도 한다. 손님은 이 주점에 자주 들르는 인물이라는 느낌이고, 뒤 이어 등장하는 손님은 피범벅이 된 것처럼 보이는 얼굴에 반벙어리 같은 소리를 지껄이며 장사를 하지 않겠다는 소리에도 불구하고 주인을 밀치며 내실로 들어가 기성으로 술을 청한다. 내실로 들어간 손님에게 남편이 술을 가져다주니 손님은 더욱 큰 기성을 발한다. 아마 내실로 들어간 손님은 아내가 접대를 하는 모양이다. 아내가 단정한 모습과 참한 발걸음으로 내실로 들어가는 모습이 한 폭의 미녀도 같다. 아내를 손님방에 들어 보낸 남편의 질투심과 의처증으로 일그러진 모습이 드러나지만 남편은 애써 자신의 아내는 요조숙녀이고 정절여라는 믿음으로 버티는 모습과 함께 아내의 교성이 들려나온다. 얼굴을 찡그리며 못 들은척하는 남편, 잠시 뒤 아내가 방에서 나와 대야에 물을 가득 담아들고 다시 내실로 들어간다. 피범벅이던 손님의 얼굴이 말끔해져 퇴장을 하고 절룩이던 손님도 주점을 떠난다. 남편은 아내에게 다가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힘껏 아내의 목을 조르는 장면에서 공연은 끝이 난다.
1974년에 쓴 작품이지만 40년이 지난 현재에도 연극성은 물론 대중성에 공감대까지 형성된 연극이라 관객이 극 속에 몰입되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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