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오태영 '불타는 소파'

clint 2018. 1. 8. 20:23

 

 

 

오태영은 이데올로기와 분단의 아픔을 벗어나 한민족의 진정한 화합을 꿈꾸어 왔다. 햇빛 정책의 가시적인 성과는 작가로서 그 동안의 남북공통주제 대한 강한 집념에 확신을 갖게 된 것 같다. 더욱이 그동안 분단과 주변 강대국의 한반도 화합에 대한 의지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여 왔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는 10년간 연구 분석한 그만의 남북화합에 대한 비전을 연극이란 허구의 세계에서 기발하게 제시하려 한다. 우리는 그 동안의 분단의 아픔에서 출산되는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그래서 더욱이 그 고통이 주는 아픔에만 집착을 하게 되었고 그 아픔만을 다룬 감상주의 수준의 작품들로 남북공통주제에 대한 아련한 기대를 꿈꾸어 봤을 뿐이다. 이제 우리는 그런 수준에서 뛰어넘어 남북공통주제가 되는 우리전통 용어를 바탕으로 남북 관객들이 함께 즐기고 공감할 수 있는 남북공동주제의 공연예술을 창조하고자 한다.

 

 

 

현대판 남남북녀 결혼식.

북한 처녀와 남한 총각이 서울에서 결혼한다. 이들의 결혼은 남북한 정부 차원의 화합의지를 담고 있다. 즉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지만 정략적인 결혼인 셈이다. 연극은 결혼식이 끝나고 신혼부부가 살 집에 들어가면서부터 첫 아이 임신까지의 기간 동안 벌어지는 여러 돌발사를 다룬다.       

1장 - 절대 이혼 금지

이들 부부는 <현대판 남남북녀 부부>이고, 이들이 낳은 2세가 곧 남북화합 1세대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기 때문에, 되도록 아이를 많이 낳아야 하고, 아이를 많이 낳으려면 사랑행위를 많이 해야 한다. 때문에 안방에는 좋은 침대가 놓여 있다. 북한측 신부 옥화는 부끄러워하며 침대가 없어도 소파에서 하면 된다고 말한다. 시어머니가 펄쩍 뛰며 반대한다. 차에서도 해도 괜찮고 화장실에서도 해도 좋지만 소파에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소파는 대화, 즉 회담을 하는 장소라는 이유이다. 그러나 장인은, 부부간에 회담할 지경이 되면, 그 집안은 망한 집안이라며 소파에서 해도 좋다는 의견이다. 결국 소파에서 사랑행위를 해도 좋다는 결론을 끝으로 장인과 시어머니가 퇴장한다. 그런데 장인과 시어머니는 이혼해 혼자 사는 홀아비요, 과부이다. 장인과 시어머니가 나간 뒤, 옥화와 남식은 곧장 소파에서 사랑의 행위를 나누려는데 문제가 생긴다. 옥화가 김정일 초상화를 내걸고 북한 식으로 " 통일전선에 혁명적으로..." 운운하며 충성의 서약을 맹세하자, 남식이 김이 새어 버린 것이다. 하자, 안 한다, 못한다, 다투다가 급기야 그들은 이혼을 선언한다. 신혼 첫날밤의 단꿈을 꾸지도 못한 채 헤어져야 할 운명이다.     

 2장 - 화합을 위한 별거

이혼이란 소리에 놀란 장인과 시어머니가 중재하러 급히 달려온다. 그리고 이혼을 반대한다. 남북한 정부 차원의 입장이 있고, 7천만 민족이 지켜보는<통일 준비 시범 부부>이기 때문에 절대 이혼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대신 별거라는 결론을 도출해내고, 집을 반으로 양분해 살기로 한다. 즉 안방과 건너 방으로 나누고, 거실과 씽크대와 화장실은 공동관리구역 및 DMZ, 거실 중앙에 위치한 소파는 회담 장소가 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이상한 것은, 별거 당사자인 옥화와 남식은 뒤로 밀려나고, 시어머니와 장인이 약속이나 한 듯 설친다. 양측 부모는 이미 불상사가 날 것을 예측하고 있었다는 듯, 별거합의서까지 미리 작성해 왔으며, 남식과 옥화의 도장까지 준비해 온 것이다. 누가 주체이고, 옵서버인지, 주객이 뒤바뀐 상황에서 반 강압에 의해 별거합의서에 도장이 찍힌다.

 

 

 

3장 - 내사랑 바로 그대

일주일 뒤, 옥화와 남식은 공동관리구역인 화장실에서 실수처럼 사랑을 나눌수 있었다. 그것을 계기로 그들은 별거합의서를 무시하고, 서로 사랑하며 살기로 마음 먹는다. 합의서는 그들 의사라기보다는 부모들의 강압에 못이겨 서명한 것이기 때문이다. 헌데 문화적 차이와 사상적인 견해 차이로 다시 싸움이 시작된다. 그들이 안 살아 못 살아 하며 싸우는데 화장품 외판원이 들어선다. 헌데 화장품 외판원은 무기판매업자이다. 그녀는 이쪽 방 저쪽 방을 오가며, 신혼부부간에 살살 이간질을 시킨다. 그리고 양쪽에 무기를 팔아 이득을 챙긴다. 한지붕 밑에서의 반목과 싸움이 계속되던 어느 날, 옥화는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남식도 싸움을 끝내고 사랑의 힘으로 결합하고 싶은 생각에 이른다. 그러던 어느 날, 옥화 방에 도둑이 든다. 둘은 합심하여 도둑을 쫓아낸 다음 서로가 상대방의 영역을 침범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보다 더한 교훈을 알게 된다. 그리고 서로 사랑을 확인하게 된다.

 

 

 

 

4장 - 찢어지는 별거합의서

임신 사실은 얼마나 큰 기쁨인가. 다시 재결합해 행복하게 살기로 합의하고 양가 부모에게 통고한다. 재결합 소식을 듣고 달려온 시어머니는 재혼을 했다며, 새 아버지와 함께 등장한다. 새 아버지는 스미스다. 장인 또한 새 장가를 갔는데, 부인은 중국여자이다. 부모 측은 자식들의 재결합을 결사 반대한다. 장인은 옥화에게 러시아 남자가 좋다며 이혼하고 러시아 남자와 재혼하라고 강요하고, 시어머니는 일본 색시를 소개할테니 일본여자와 재혼하라며, 이혼을 강요한다. 그러나 이들 부부는 임신 사실을 부모에게 알린다. 그런데도 부모측 반대는 완강하다. 그때 남식이 부모들에게 말한다. " 당신들은 우리의 행복을 원하는 것이냐, 아니면 우리의 불행을 부추기는 것이냐!" 이 남남북녀의 이런 사랑에도 불구하고 주변 사람들의 여러 가지 음모 때문에 결국 옥화는 첫 아기를 유산할 위기에 처한다. 그 위기를 남식과 옥화는 3장에서 힘을 합쳐 도둑을 몰아내듯 옥화와 남식은 회담에 참석한 네 사람을 몰아내고,<별거합의서>까지 찢어 버리는데...

 

 

 

 

`불타는 소파`는 북한 처녀와 남한 총각이 남북한 정부 차원에서 화합의 기원을 담고 정략적인 결혼을 하게 되지만 결혼 첫날부터 문화와 사상의 차이로 별거에 들어가게 되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남북공동경비구역으로 설정된 소파에서 그들의 별거에 대해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으로 상징되는 다른 가족들이 등장해 이들 부부가 배제된 상태에서 부부의 운명을 결정하려 한다. 통일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희극적인 요소를 가미해 전혀 무겁게 느껴지지 않아 1시간 30분의 공연시간 동안 관중들의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결말을 비극적으로 마무리하면서 관객으로 하여금 새로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불타는 소파`는 이미 3년 전부터 `통일 익스프레스`와 `돼지 비계` 등 통일 관련 풍자극을 연작해온 오태영 작가의 작품으로, 작가는 감상적인 수준의 통일논의에서 벗어나 좀더 냉철한 통일논의를 말하고 있는 듯 하다.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태영 '그 밤 그 바다'(원제 목로주점)  (1) 2018.01.08
오태영 '통일 익스프레스'  (1) 2018.01.08
오태영 '바람앞에 등을들고'  (1) 2018.01.08
이상범 '기도'  (1) 2018.01.08
이상범 '나는 인간이다'  (1) 2018.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