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상범 '기도'

clint 2018. 1. 8. 19:42

 

 

 

오늘, 당신의 기도는 무엇입니까? 작품은 묻는다. 당신의 기도는 무엇이냐고, 만약 당신이 신이라면 당신의 기도에 응답할 수 있겠느냐고. 당신의 기도를 들어보라고, 기도하는 당신을 만나보라고 주문한다.

<기도 祈禱>는 너의 기도가 곧 너이며, 네 인생이라고 말하는 차가운연극이다. 가을바람에 시리는 관객들 가슴을 말랑말랑하고 달콤한 찐빵 같은 작품으로 적당히 감싸 주지 않는다. 오히려 당신들의 깊은 내면을 응시하라며 관객을 불편하게 만든다.

인간은 모두 기도하는 동물이다. 종교나 신앙체계 여부를 떠나 고난과 역경, 풀리지 않는 생의 의혹들에 봉착해 기도하지 않는 인간은 없다. 극단 기린 대표이며 작품을 쓰고 연출한 이상범 작가는 오늘도기도하는 우리에게 묻는다. ‘기도하는 인간으로서 당신의 기도는 무엇이냐고? 인생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바꾸려면 먼저 우리의 기도부터 달라져야 하지 않겠느냐고. 그의 물음에 답하려면 우선 깊은 밤 아무도 모르게 올리는 당신의, 또 나의 은밀한 기도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리하여 이 작품은 무작정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사람의 등을 슬쩍 잡아당기는가 하면, 넘어진 사람을 무작정 일으켜 세우기보단 당신이 넘어진 그 자리가 어디인지냉철하게 살펴보라고 말하는 연극이기도 하다.

 

 

 

 

 

<기도>는 관객이 스스로를 객관화 하는 과정을 돕기 위해 형식에도 큰 변화를 줬다. 극장 무대와 객석의 용도를 뒤바꿔 객석을 무대로, 무대를 객석으로 꾸민다. 평소보다 무대가 훨씬 확장된 셈이다. 이렇게 커진 무대를 꽃밭으로 꾸며 극장 공간 활용의 묘미를 제공하며 비사실적인 연기 기법으로 극장주의 연극의 일면을 감상할 기회도 제공한다. 무대의 실제 주인이 된 관객은 신의 입장에서 인간의 간절한 기도를 접하게 된다. 그 기도에 응답할지 여부는 신의 권한인바 바로 관객의 몫이다기도하는 모습, 바로 우리의 자화상을 정면으로 대하며 우리는 또 어떤 기도를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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