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쓰카 게이시의 주 활동 모체라 할 수 있는 아사가야 스파이더스는, 그가 와세다 재학 시절 결성한 프로듀스 집단으로, 나가쓰카 외에 두 명의 전속 배우와 스태프로 구성되어 있다. 아사가야 스파이더스의 큰 특징 중의 하나는, 전속배우를 두기보다는 매 공연, 실력 있는 배우들을 모아 무대화 한다고 하는 이른바 프로듀스 형식의 공연 스타일을 표방하는 것인데, 2004년 6월 에 공연 된<일하는 남자>는 전국 9개 도시에서 14,800 여명의 관객을 불러 모으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2005년 공연된<라스트 쇼>또한 프로듀스 형식의 공연 스타일로 성공을 거둔 작품이라 할 수 있는데, 초연 당시 가자마 모리오, 나가사쿠 히로미, 후투타 아라타 등 인기와 실력을 겸비한 초호화 캐스팅으로 화제를 불러 모았다.
방송국 디렉터 일을 하고 있는 다쿠야와 아역 시절 한 세대를 풍미했던 여배우 미야코의 신혼집. 새 신랑 다쿠야는 현재, 동물애호가로 잘 알려진 와타나베 도오루의 다큐멘터리를 준비 중에 있다. 와타나베는 버려진 개나 고양이는 물론 뱀이나 곤충류에 이르기까지 모든 동물들을 성심껏 돌보고 있는 동물 애호가 중의 애호가. 다큐멘터리를 찍으며, 순수한 마음으로 나카지마를 지켜보는 다쿠야와 냉철한 성격의 카메라맨 나카지마가 대립, 다쿠야는 다큐멘터리에서 중도하차를 결심하게 되는데, 그런 와중에 다쿠야의 친아버지인 가쓰야가 등장, 다쿠야의 신혼집에 불행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라스트 쇼〉는 가족과 직장이라고 하는 지극히 평상적인 테두리 안에서 이야기가 진행, 평범한 인간관계를 예상케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심하게 뒤틀린 애증관계 속에서의 결코 평범하지 않은 현대의 인간군상이 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신념은 있으나 업무상 능력이나 추진력이 부족한 다쿠야와 아역 시절 인생의 절정기를 보낸 후 인기 하락세에 놓이고 만 여배우 미야코. 거기에 동물애호가를 빙자한 식인종 와타나베와 자신의 친아들을 증오의 대상으로 삼는 가쓰야 등, 도저히 상식적이라고는 할 수 없는 인물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등장인물 중 가장 돋보이는, 그러면서도 동시에 가장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는 것은 다쿠야의 친아버지 가쓰야인데, 그는 자신의 아들을 증오한 나머지 아들에게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주기 위해 그의 사랑하는 가족을 직접적인 공격의 대상으로 삼는다. 결과 임신 중인 자신의 며느리를 폭행해 유산에 이르게 하는데, 그의 잔혹성은 일그러진 가족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례일 뿐 아니라 가족의 본질을 흩트리는 불행의 씨앗이라 할 수 있다. 가쓰야와 함께 극의 참혹성을 더해주는 것이 동물 애호가인 와타나베다. 와타나베는 버려진 동물을 거두어 돌봐주는 듯하지만, 그 이면에는 그를 통한 경제적인 이득과 애완동물은 물론 자신의 어머니의 시신까지도 식용으로 삼는 엽기적인 행위가 숨겨져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주목해야 하는 것은,<라스트 쇼〉의 처참함은 곧 왜곡된 사랑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이다. 다쿠야의 집에 갑자기 찾아온 가쓰야는 부인과의 이혼 후, 들인 다쿠야와는 수년간 연락조차 없었던 사이다. 그런 다쿠야의 집을 예고도 없이 방문한 것은 주체할 수 없는 고독과 울분 때문인데, 그는 자신이 부인과 헤어지게 된 책임을 아들에게 전가, "네가 태어나지만 않았다면 난 네 엄마와 아직도 행복하게 잘 살았을 거다”
라고 말한다. 이혼 후 달라진 삶에 적응하지 못한 가쓰야는 아들을 찾아오기 전까지 고독과 증오심 속에서 다쿠야의 가정을 깨트리려고 하는데, 그의 그런 비상적인 발상은 결국 편협한 사랑과 가족에 대한 그릇된 인식에서 시작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나는 내 엄마하고 같이 있고 싶었다. 네가 아니야!” 라고 하는 대사에서도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가쓰야에 있어 사랑의 대상은 자신과 부인일 뿐, 아들을 포함한 가족 전체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로 인해 가쓰야는 부모로서, 혹은 가족구성원으로서 당연히 지니게 되는 사랑을 지니지 못한 채, 스스로는 물론 아들 부부에게까지도 고통을 전해주게 된다.
가쓰야가 가족에 대한 왜곡된 사랑을 지닌 인물이라고 한다면, 또 한명의 등장인물 와타나베는 가족은 물론 동물에 대한 왜곡된 사랑을 지닌 인물이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건 먹어버려! 그것이 나의 사랑법이야” 라는 대사가 모든 것을 말해주듯 그는 사랑한 나머지 동물들을 식용하고 만다. 그리고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가난한 시절 의지하면서 함께 살아온, 본인 스스로가 가장 소중하다고 하는 어머니의 시신마저도 식용하고 만다. 그리고 그어한 엽기성에는 와타나베의 말대로 처절한 사랑이 근저를 이루고 있는데, 경악할 만한 와타나베의 모습은 현대인의 사랑이 왜곡될 때 얼마나 멀리 일상에서 일탈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전형이라 할 수 있다.
2002년 도쿄(東京)의 파르코 극장에서 당시 27세라고 하는 최연소의 나이에 '나의 록큰롤스타'를 작. 연출한 나가쓰카 게이시는, 이른바 천부적인 재질을 가진 극작가임에 틀림이 없다. 그는 '시대는 변해도 이야기만은 변함이 없다' 고 하는 표현을 즐겨 사용, 단순한 웃음이나 퍼포먼스가 아닌 스토리 중심의 극작을 해 왔다. 관객으로 하여금 그의 연극적 색체를 가늠케 하는 단초를 제공하고 있는데, {라스트 쇼)는 의사소통의 불능으로 인한 광기와 폭력, 인간 소외 등 현대인의 일그러진 형상을 묘사했다고 할 수 있다. 매체를 통해 나가쓰카 게이시는 자신은 10대 후반부터 '가족과 혈연관계’ 에 관해 많은 관심을 가져왔으며,<라스트 쇼〉를 통해 스스로의 내면 속에서, 뿐만 아니라 시대에 따라 변해가는 가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라스트 쇼)에 나타난 등장인물의 가족에 대한 그릇된 사랑과 애정은 작가의 오랜 관심과 관찰을 통해 드러낸 현대 가족사의 어두운 단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라스트 쇼〉에서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극 진행에 있어 지나치게 작위적인 부분이 눈에 될 뿐 아니라. 가쓰야의 그릇된 가치관을 직설적으로 지적함에 있어 유산된 아기가 성인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등, 현실과 가공이 무질서하게 교차함으로 극 구성상 균열이 보인다고 하는 점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라스트 쇼>가 무대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감명을 전해 준 것은, 경악, 충격, 광기, 폭력 둥과 같은 자극적인 언설을 통해 현대인의 고독과 굴절된 사랑을 드러냄으로서 새로운 치유의 길을 모색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천부적인 신세대 극작가의 연극관이 무대를 통해 거침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작가소개
1975년 5월 9일 도쿄(東京) 출생. 1994년 와세다 대학 입학 후,<극단 웃는 장미>를 결성해 작, 연출, 배우의 1인 3역을 담당하였다. 극단 해산 후인 1996년에는 프로듀스 집단<아사가야 스파이더스>를 결성, 1998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전개해 나가기 시작했다.
배우로서는 2003년<기적의 사람>,<서쪽으로 가는 여자>등에 출연하였으며, 영화 (도쿄, 하늘>(2002)로 다카사키 영화제 최우수 신인남우 상을 수상, 영화 (리얼리즘의 집: 2004) 에서는 주연을 맡아 열연하였다.
2004년, 《일하는 남자》와 《필로우맨>으로 제4회, 아사히 무대예술상과 제55회 예술선장 문부과학대신 신인상을 수상하였다. 2005년, 작•연출을 맡은<라스트 쇼>로 요미우리(JNS) 연극대상우수작품상을 수상, 2006년<위 토마스>로 요미우리 연극대상 우수연출가상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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