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문홍 '실종'

clint 2016. 12. 15. 20:55

 

 

 

 

《실종》(김문홍 작, 이성규 연출, 2006. 9. 21〜23, 시민회관 소극장)은 주제의식으로서의 작가적 이념이 명징하게 드러난 공연이었다. 이 작품은 극작가 김문홍이 1980년 6월에 발표한 데뷔작《수직환상》을 후기 산업자본주의 사회인 ‘지금 이곳’의 시각에 맞추어 전면 개작한 작품으로, 표현주의적인 기법을 차용하여 대중과 사회의 감각적이고 물질적인 정신세계와 작가의 순수한 정신적 세계 사이의 간극과 갈등을 조명하고 있다.


이번 공연은 재미 위주의 감각적인 공연이 횡행하는 요즈음의 연극 풍토에 대한 하나의 경구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명징한 주제의식을 배우들이 내면화하지 못하고 피상적으로 표출했다는 점에서 문제점을 드러내었다. 자본주의의 시대적인 징후와 사회의 구조적 모순, 그리고 작가의 정신세계 사이의 간극과 갈등을 심리적 갈등의 마임과 연기로 형상화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인물의 내면적 풍경을 긴장과 이완의 극적 리듬으로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여자 A를 다이내믹한 신체 연기와 명확한 발성으로 잘 소화해낸 신인 정스잔(극단 한새벌)의 발굴과 상징적 기호 체계로 주제를 형상화한 김유리라의 무대 미술은 큰 수확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작가 이수평은 이 시대의 잘못된 페러다임에 대해 매우 억압적인 심리상태에 놓여 있다. 어쩌면 시대의 빠른 변화에 대한 부적응 이랄까...아날로그적 사랑에서 디지털적 사랑에 대한 부적응...인터넷 댓글에 대한 공포...너무나 까발려지는 세상에 대한 두려움...나를 포함해서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알게모르게 노출되어지는 요즘 세상에 대한 두려움...?!!

 이번 작품은 기존 스토리텔링한 작품과는 차별성이 있는 다소 표현주의적 기법의 연극으로서 색다른 실험극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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