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종현 '궤변'

clint 2016. 12. 12. 17:41

 

199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당선소감
무엇보다도 가족에게 위안을 줄 수 있게 되어서 더없이 기쁘다. 더불어 연말 연시에 투병을 치러야 하는 아우 현경에게도 마음의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연극에 매료되어 대학로 뒷골목을 기웃거린지도 벌써 5년째 접어든다. 그동안 나는 줄곧 무대를 통해서 꿈을 꾸고 있었지만 번번이 악몽을 꾸어왔던게 사실이다.내가 만들어 논 무대의 함정에 스스로 걸려들어 허우적거리다가 결국에 그 꿈들은 하얗게 표백되어 버리곤 했으니 말이다. 익히 느끼건대 내가 좋은 재목(材木)의 시인이 아님을 나는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고집을 부려보는 것은 살아가는 동안 내가 원하는 그 무엇에 한껏 정열을 쏟아보고 싶어하는 단 하나의 이유에서이다. 늘 가까이에서 힘이 되어준 영원한 룸 메이트(?)동가에게 이 지면을 빌려 고맙다는 인사를 보내고,아울러 정초에 유학가는 벗들과 형서에게 귀띔하건대, 「그놈의 맞춤법이 밤낮 틀려가면서도 질기게 붙들고 있다보니 이렇게 횡재하고야 말더라」란 걸 일러두고 싶다. 끝으로 훌륭한 가르침을 주신 스승님께 감사드리며 용기를 주신 심사위원님들께 더욱 분투노력할 것임을 약속드린다.
[약력]
▲1962년 서울 출생
▲1994년 서울예전 극작과 졸업

 


심사평- [심사위원:서연호 김광림]
40여편이 넘는 응모작들을 읽으면서 젊음의 열기가 느껴지는 기성 연극계에의 도전과 실험성을 발견하였다.기성작품의 세계관이나 양식과는 무엇인가 달라져야 한다는 혹은 다르게 만들고 싶다는 강한 욕망이 감지되었다.동시에 이러한 욕망을 구체화하려는 시도와 노력은 도처에서 보였다. 신춘문예 작품으로서는 매우 바람직스럽고 어쩌면 당연한 처사이기도 하다.연극이야말로 언제나 동일한 행위의 반복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상상적 창조의 산물이자 시대를 앞서가는 전위적인 예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의욕이나 의도에 대하여 그것을 드라마로서 객관적으로 구체화시키는 능력이 아직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였다. 암중모색이랄까,기발한 착상이랄까 하는 것은 있었지만 실제로 어떤 공간과 시간속에서 어떤 움직임을 통해서 등장인물의 삶과 심리 혹은 삶의 이미지를 구조적으로 표현해내느냐 하는 방법론이 애매한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드러마에서는 대사조차도 사태를 설명하거나 심리를 대변하는 언어가 아니라 그 자체가 인물의 행위나 심리, 이미지를 구축해내는 하나의 기호로서 작용한다는 사실에 관한 인식이 부족해 보였다. 
이종현의 「궤변」을 당선적으로 선정하였다.이른바 러브호텔에 투숙한 손님들의 재물을 바로 그곳 종사원이 훔치는 행위가 도덕적으로 정당하냐 하는문제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작품의 어조가 전반적으로 풍자극이고 특히 오늘날의 우리 현실을 싸잡아서 희화화시키고 비판하려는 의도가 분명하기에 오히려 작가적 윤리성이 강하다는 측면도 지녔다고 볼 수 있다.
작품의 제목도 이런 이유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종사원들의 행위에 비해서 투숙객들의 행위가 너무 간단하게 취급된 것이 다소간의 아쉬움으로 남는다.극작에 대한 수련과 재치가 장차 기대를 가게 해주는 작품이다.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문홍 '실종'  (1) 2016.12.15
윤지영 '장흥댁'  (1) 2016.12.15
이광수 '순교자'  (1) 2016.12.12
오은희 '동숭동 연가'  (1) 2016.12.08
윤조병 '성-시뮬라크르'  (1) 2016.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