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21세기 지구별, 수상 고마즈가 지배하는 제국.
변두리 뒷골목에서 삼류극단 [다이렉트 액션Direct Action!]을 운영하는 극단 대표 임성구. 신작 [육혈포 킬러]를 공연 중인 임성구는 어설픈 공연으로 빚에 쪼달리고 있다. 금융감독관 김치경과 그의 부하들이 찾아와 신체포기각서를 쓰라며 협박한다. 그날 밤 금융감독관 김치경이 정체를 알 수 없는 킬러에게 죽음을 당한다. 수상 고마즈는 자신의 비밀계좌를 관리했던 김치경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는다. 곧이어 국가안전보장위원회가 열리고, 킬러들을 양산하는 테러집단이 암암리에 확산되고 있으며, 이들은 자살을 시도하려는 사람들에게 접선하여 '죽기 전에 죽이고 싶은 단 한 사람을 선택하라'면서 21세기 최첨단 육혈포 권총을 선물한다는 것이다. 이에 고마즈 수상을 비롯한 국가안전보장위원회 모두가 돌연 긴장한다. 국가비상사태를 맞이하여 정보요원들이 자살하기 좋은 곳으로 지목된 제국의 다리 근처로 일제히 배치되고 잠복근무를 시작한다. 이때, 빚에 허덕이던 임성구가 제국의 다리에 나타나 자살을 시도하려 한다. 그 순간 임성구에게 다가가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테러리스트. 테러리스트는 임성구에게 자살하기 전에 죽이고 싶은 단 한 사람에 대해서 묻는다. 이에 임성구는 자신이 자살하게 된 근본원인을 따져보다가 한 사람을 찾기 시작하는데...
작가의도
1911년 임성구의 혁신단에서 상연된 [육혈포 강도]를 100년이 지난 2011년에 무대에 올리는 의미에 대해서 이번 작품은 저를 계속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육혈포 강도]의 2011년 버전이랍시고, 무모하고도 용감하게 써본 [육혈포 킬러 2011 - 임성구와 극단 다이렉트 액션!]은 최저예산으로 제작된 블록버스터 급 블랙코미디라고 우겨봅니다.
실존 인물로서 임성구와 그의 혁신단 동료들은 외국물을 먹은 유학파도 아니고, 학교를 제대로 다닌 먹물도 아닙니다. 어쩌면 그들이 길지 않은 한국현대연극사에서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그런 이유들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이번 작업 과정에서 만난 100년 전 그들의 좌충우돌은 정말 박진감 넘치고, 순수하게도 용감하며, 또 낭만적이기까지 합니다. 임성구와 젊은 그들은 시대정신을 지닌 지사들이자, 연극을 재밌어 하는 풍류남아들이자, 조국과 동포를 사랑하는 계몽주의자입니다. 그 저변에는 모든 것을 떠나서 한번 사는 인생 하고 싶은 일을 반드시 하고야 마는 독립예술가의 정신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연극을 어깨너머로 배우고 멋대로 만들어보고 엎어졌다가 다시 해보는 처절하게 황당한 100년 전 독립예술가의 삶이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100년 전 독립예술가의 손에 쥐어졌던 "육혈포"가 100년 뒤의 독립예술가의 손으로 전해집니다. 군대해산과 안중근 의사를 통해 비분강개했을 100년 전의 임성구와 혁신단이 만든 육혈포로 우리는 무엇을 할 수가 있을까요? 2011년 또 하나의 임성구가 대학로 뒷골목 어귀에서 터덜터덜 걸어옵니다. 그에게 육혈포를 쥐어줘 볼까요? 제 연극은 여기서 출발합니다.
임성구(林聖九, 1887년~ 1921년, 서울 출생)는 한국 신파극 운동을 처음 시작한 인물이다. 1887년 서울에서 출생하여 별로 정규교육을 받은 적이 없고 청소년기에는 형과 함께 과일상을 했으며 을사조약 이후 일본 이주민을 따라 들어 온 일본 신파극단의 연극장에서 무대 일 등을 거들면서 신파극을 배웠다. 1911년 초겨울에 임운서, 한창렬, 정명구 등과 최초의 신파극단인 혁신단(革新團)을 조직하였다. 임성구를 대표로 한 혁신단은 만 10년 동안 수백회의 중앙 공연과 지방 공연을 했다. 남자를 여역에 대신 시킨 이른바 여형 배역도 그가 처음 시작했으며 <육혈포강도>, <눈물>, <장한몽>, <불여귀> 등은 임성구의 혁신단이 인기를 끌었던 대표적 작품들이다.
혁신단(革新團)은 한국 최초의 신극 단체인 동시에 신파극단이다. 혁신단의 창립공연은 1911년 초겨울 남대문 밖에 있던 일본인 극장 어성좌에서 <불효천벌> 외 1편을 갖고 막을 연 것이었는데, 이것이 한국 신극 운동의 시발인 것이다. 혁신단은 한국 최초의 신극단일 뿐 아니라 1910년대의 신파극단 중 대표적인 극단으로서 개화 계몽의 기치를 높이 들고, 1920년대 초까지 수백 회의 중앙 공연과 지방 순회공연을 하는 동안 일본 신파극을 한국에 이식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혁신단은 1921년 11월 대표인 임성구가 폐병으로 병사하자 창립된 지 10년 만에 안타깝게 해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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