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의 중인 대기업에서 엘리베이터가 멈추면서 일어나는 사건을 그린 최인석의 「인형 만들기」는 현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계층들의 삶을 다각도에서 조명한다. 고장난 엘리베이터 안에서 우리는 노사의 갈등과 남녀의 문제를 어둠속에서 조용히 돌아보게 된다. 권력의 문제였을지도 모르겠다. 과격한 노조 꽉막힌 사용자 자유뒤에 눈물을 삼키는 여자 그 사이에서 갈팡하는 남자를 그리고 있다. 1990년 제14회 이상문학상 수상 후보작. 이정길 脚色
어찌된 영문인지 모른 채 조명도 꺼져버린 엘리베이터 안에 갇힌 같은 회사의 '김용석' 대리, 여사원 '차현숙'의 독백같은 대화와 허공에 멎어버린 엘리베이터 안에서의 사건은 고도의 산업사회에서 소외된 인간 군상들의 허무한 욕망과 인간적인 단절을 폐쇄적인 공간이라는 위상에 대비시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으며, 단전으로 멎어버린 엘리베이터 안의 사람들에 대한 안위보다는 회사의 오너인 회장의 출근시간에 대한 부하 직원들의 부산스러운 강박이 훨씬 더 중시되는 적품 속의 풍경묘사는 곧 돈에 대한 이 시대 대중들의 굴종을 그리는 것과 다름 아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짐짓 걱정스런 태도로 엘리베이터 안에 갇힌 사람이 누구인가를 사장이 부하직원들에게 물은 뒤 올라온, 아무도 연락이 두절된 사람은 없다는 보고문건은 곧 거짓과 위선이 일상을 지배하는 현대사회의 풍자라 아니할 수 없다.
작품 속의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무언가 부족하거나 넘치는, 그래서 이 시대 사람들의 보편적임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상당부분 독자들과 호흡을 함께 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다. 특히 5공화국에서 6공화국으로 바뀐 시대적 배경 속에서 기업이 어땋게 유지되어 왔는가를 간단하게 언급한 대목과 그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사람들이 어떤 태도를 가지게 되었는가를 지적한 대목에서는 소설이 가지는 역사의식의 한 단면을 읽을 수 있으며, 시작되는 시점에 그려진 기업 본사의 풍경묘사는 적어도 이 작품이 어느 지점을 향해 나아갈 것인가를 잘 드러내고 있다. 이런 정황을 근거로 할 때 돈과 권력을 좆는 욕망의 과잉범람이 현대사회의 왜곡된 상황을 잉여의 정도가 가지는 크기만큼 지배하고 있다는 상징적 서두로 읽히기도 한다. 그러나 너무 잘게 나누어 구분한 구성은 자칫 시나리오에 가깝다는 연상작용을 일으키는 동시에 서사의 밀도가 다소 낮아지는 느낌을 받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 현장의 사용자와 노동자의 굴종관계, 돈에 의한 인간관계의 지배와 종속, 생명과 재화의 등치, 거짓과 위선 혹은 허례와 거드름의 폭력적 양상, 인간의 부재와 폐쇄적인 관계망 속에 드러나는 허무한 욕망의 저급스러움, 윤리와 도덕의 부재, 사회적 전도관계의 단절과 인간의 소외 등 무게 있는 화두를 매우 제한적인 회사의 공간 내에서 사회적인 문제로 이끈 작가의 작품은 다소 인위적이랄 수 있는 구성이나 사건의 전개 등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흠을 아무렇지 않게 덮을 수 있는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다.
최인석
1953년 전북 남원에서 태어났으며, 1980년 희곡 「벽과 창」으로 『한국문학』 신인상을 받았다.
이후 희곡 「그 찬란하던 여름을 위하여」로 대한민국문학상을, 「어떤 사람도 사라지지 않는다」로 백상예술상을 수상하고, 1985년 영희연극상을 받았으며, 영화 「칠수와 만수」의 씨나리오를 집필하기도 했다.
1986년 『소설문학』 장편소설 공모에 『구경꾼』으로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소설 창작을 시작하였다.
소설집으로 『인형 만들기』(1991)『혼돈을 향하여 한걸음』(1997) 『나를 사랑한 폐인』(1998), 장편소설로 『잠과 늪』(1987), 『새떼』(1988), 『내 마음에는 악어가 산다』(1990), 『안에서 바깥에서』(1992) 등이 있으며, 1995년 소설집 『내 영혼의 우물』로 제3회 대산문학상을 받았다.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강백 '셋' (1) | 2016.02.27 |
---|---|
안도현 '연어' (1) | 2016.02.26 |
최치언 '얼굴들' (0) | 2016.02.26 |
정가람 재창작 '허생, 세상과 마주하다' (1) | 2016.02.26 |
이강백 '불지른 남자' (1) | 2016.0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