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안도현 '연어'

clint 2016. 2. 26. 22:19

 

 

 

시인 안도현씨가 쓴 어른을 위한 동화 ‘연어’를 각색하여 녹색예술모임 금수강산에서 김영만 각색 연출로 공연됨. (1996)

사랑에 빠진 은빛연어와 눈 맑은 연어가 거센 폭포 등을 거슬러 올라가 알을 낳는 모천회귀의 과정을 그린 이 작품은 생명의 소중함과 함께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일깨워준다.

 

시인 안도현씨가 쓴 어른을 위한 동화 ‘연어’(문학동네)1996년 3월 출간된 이 책은 11년2개월 동안 99쇄를 거듭하면서 75만부가 팔렸다. ‘연어’는 모천으로 거슬러 올라가 알을 부화하고 죽는 연어들의 생애를 그린 우화소설로, 존재방식에 따른 성장의 고통과 아프고 간절한 사랑을 시인의 감성적인 언어와 깊은 시선으로 그렸다. 은빛연어가 동료들과 함께 머나먼 모천으로 회귀하는 과정에서 누나연어를 여의고 눈맑은 연어와 사랑에 빠지고 폭포를 거슬러 오르며 성장해 숨지기 직전 산란과 수정을 마친다는 줄거리다.
"은빛연어야."
"너는 삶의 이유를 찾아냈니?"
은빛연어는 갑자기 부끄러워진다.
그는 알을 낳는 일보다 더 소중한 삶의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가 찾으려 했던 삶의 의미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는 다른 연어들처럼 강을 거슬러 오르면서 강을 이야기하고 ,폭포를 뛰어넘었고, 이제 상류의 끝에 다다랐을 뿐이다.
"삶의 특별한 의미는 결코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을 뿐이야."
"너는 어디엔가 희망이 있을 거라고 했잖아."
"희망이란 것도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어."
"그럼 결국 희망을 찾지 못했다는 이야기니??"
은빛연어는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아주 편안한 얼굴로 말했다.
"그래 나는 희망을 찾지 못했어.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을 거야. 한 오라기의 희망도 마음속에 품지 않고 사는 연어들에 비하면 나는 행복한 연어였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지금도 이 세상 어딘가에 희망이 있을 거라고 믿어. 우리가 그것을 포기하지 않는 다면 말이야.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연어들이 많았으면 좋겠어."
눈 맑은 연어는 그동안 어느 먼 곳을 여행하다가 이제 막 고향으로 돌아온 연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구름과 무지개를 잡으러 떠났다가 이제 한 마리 연어가 되어 돌아온 것이다. 하지만 눈 맑은 연어는 그의 마음의 방황을 탓하고 싶지 않았다.
눈곱만한 희망도 호기심도 없이 살아가는 연어들에 비하면, 은빛연어는 훨씬 아름다운 연어다. 은빛연어가 왜 강물 밖을 자꾸 보고 싶어 했는지, 왜 마음의 눈으로 이 세상을 보고자 했는지, 그녀는 알고 있을 것이다.

 

 

 


내가 연어를 읽는 데에는 고작 한 시간 남짓한 시간이 지났을 뿐이지만 연어가 들려준 아름다운 삶의 이야기는 아마도 평생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인간의 삶을 빗대어 노래한 연어에는 그만큼 가슴 찡한 연어의 속삭임이 있는 것이다. 연어는 한 편의 시를 연상시키는 동화 소설이다. 내용은 모천 회귀성 동물인 연어를 화자화하여 최초에 강을 떠난 연어들이 저 먼 북대서양과 알래스카를 돌아 산란기가 되어 다시 고향인 모천으로 돌아오는 과정의 모험을 담고 있다. 주인공인 은빛 연어는 어느 날 물수리에게 누나연어를 잃고 눈 맑은 연어를 만나 사랑을 하고, 어려운 폭포를 거스르며 성장을 계속하여 드디어 모천에 도착하고 알을 낳고 생명을 다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단순하고 짧은 이야기이지만 연어에는 너무도 많은 감동과 삶의 아름다운 교훈들이 들어 있어. 또한 그것은 인간에 대한 자연의 경고이기도 하다. '연어, 라는 말 속에는 강물 냄새가 난다'는 작가의 말처럼 연어에는 강한 강물 냄새가 난다. 그것은 슬프고 아름다운 연민이 되어 삶에 쫓겨 살아가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기도 하고, 예쁜 세상이었으면 하는 바램과는 달리 삭막하고 어지럽게 진행되어지는 주변 세계에서 한 순간 여유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이 이야기의 주제는 한마디로 마음의 눈을 뜨고 세상을 바라보며 살아가라는 것이다. 연어의 이야기이지만 그것은 바로 작가가 인간들에게 던지는 하나의 화두일 것이다. 모두가 진정한 가슴을 열고 마음의 눈을 뜨고 세상을 바라볼 때에 자연도 가슴을 열고 인간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고 세상도 더욱 아름다워 지는 것이라고. 작가는 그 말을 연어를 통하여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미경 '그게 아닌데'  (1) 2016.02.27
이강백 '셋'  (1) 2016.02.27
최인석 '인형만들기'  (1) 2016.02.26
최치언 '얼굴들'  (0) 2016.02.26
정가람 재창작 '허생, 세상과 마주하다'  (1) 2016.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