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예이츠 '갈보리'

clint 2015. 11. 16. 10:28

 

 

 

 

 

 

 

「이멀이 바란 단 한 가지」는 자신의 희생의 의미도 알지 못하는 한 남자를 위해서 자신의 사랑을 양보하는 한 여성의 이야기이다. 예이츠는 이 극에서 객체적 그리고 주체적 개인이라고 이름 붙인 사람들 간의 대조성에 매료되었고, 그의 다음 무용극은 이러한 대조를 더 발전시키는 것이었다. 1918년 1월 14일 그레고리 백작부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그는 「이멀이 바란 단 한 가지」를 완성하였다고 말한 다음, 그 다음 작품의 계획, 즉 쉰 페인의 한 병사와 더블린 거리를 배회하는 유다의 영혼 간의 극적인 대립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데, 이 극은 이후 「갈보리」로 완성된다. 이 극에서 중심은 능동적 배반자인 유다에게서 수동적 고난자인 예수로 옮겨지고 있는데, 이 극은 다른 이를 위해 고통을 당하기로 의식적인 선택을 하는 순교자의 모습을 그리면 그릴수록 더욱 더 「이멀이 바란 단 한 가지」를 보완하는 특징을 보인다. 이 작품을 창작하는데, 예수의 고난 이야기는 사실상 별 어려운 소재는 아니었다. 서구 문화전통에서 예수 고난 사건은 예배를 통하여 계속 전해져 내려왔고, 유럽 종교극의 중심이 되어 있기도 하였다. 최후의 만찬 이후 기독교인들은 정기적으로 그의 희생을 기념 하는 의식을 치르도록 의무화되었는데, 그 이후 갈보리라는 특정한 언덕에서 일어났던 사건을 회고하는 과정은 서구 문화에 이미 설득력 있게 정착된 문화적 아이콘이다. 예이츠의 극은 우리로 하여금 이러한 낯익은 반복의 행위를 상상력을 가지고 바라볼 것을 요구한다. 예수가 십자가를 메고 등장하는 낯익은 장면을 시작하면, 관객들은 이러한 낯익은 장면 속에서 일어나는 회고의 반복적 과정이 예수의 실패를 자인하는 사실이 아닐까 하는, 혹은 이외에 또 다른 의미가 있지는 않을까 하는 충격에 빠지게 한다.
이러한 신극이 노극의 전통에는 많은 반면, 이 「갈보리」극처럼 뚜렷하게 회의적인 성향의 극은 전무하다. 노극에 등장 하는 신들은 일본의 신토나 불교의 가치를 강조하기 위해 경배되는 대상인 반면, 예이츠의 극적 영감은 오스카 와일드의 '선한 행위자' 라는 산문시에서 출발한다. 이 시에서 예수는 도시에 들어와 여러 명의 남녀를 만나 육체적, 심리적 치유를 베푼다. 하지만 한때 나병환 자였던 이는 이제 술주정뱅이가 되었고, 과거의 소경은 못 말리는 바람둥이가 되었으며, 간음하다 잡혀온 여성은 계속 간음의 생활을 지 속하고,죽음에서 건진 나사로는 앉아 울기만 할 뿐이다. 예이츠는 와일드의 시에 나타난 아이러니를 더욱더 깊은 수준으로 몰아가는데, 그의 극은 치유자로서의 예수의 능력에 도전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자신의 회생을 통해 모든 인간을 구원하고자 하는 그의 야심에 대해 도전한다. '세상에 기초가 놓여 질 때' 이미 계획된 그의 회생은 자기의 철저한 부정을 요구한다. 그러나 예수의 육체적 고통을 즐기는 구경꾼들의 냉소보다도 더욱 심각한 것은 예수가 사랑의 정수로서 그들에게 베푸는 행위 자체를 거부하는 나사로와 유다이다. 이 두 인물은 각각 자기 자신에 몰입하여, 나사로는 삶의 증오로부터 죽음의 익명성을 추구하고 유다는 자기 자신의 지적 역량에 황홀함을 느낀다. 그들은 예수의 전 우주적인 계획에서 자신들은 '타자'로서, 소외인으로서 남아 있기를 주장한다. 자신의 자유의지를 그렇게 사용 하겠다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어떤 회한도 찾아볼 수 없다. 이제 예이츠의 예수는 십자가의 의미를 알지 못하는 이방인 로마 병정과 함께 남겨진다. 그들에게 있어서 십자가의 사건은 하루의 즐거운 일과 일 뿐이다. 예수가 신의 계획을 다 성취했다고 말하며 숨을 거두는 동안, 병정들은 예수의 옷을 나눠 가지기 위해 주사위를 던지며 춤을 춘다.
예이츠의 「갈보리」는 관객들로 하여금, 예수 수난의 고통을 다시 한 번 경험하게 하며, 익숙한 십자가 사건의 육체적 고통과 상면하기보다는, 예수의 정신세계 안에 있는 지적인 고통과 그의 자비로움이 조롱과 철저한 무관심으로 짓밟히는 모습을 보다 더 신빙성 있게 세심한 통찰력으로 그리고 있다.

 

 

 

'외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예이츠 '모래시계'  (1) 2015.11.16
예이츠 '뼈다귀들이 꾸는 꿈'  (1) 2015.11.16
부에로 바예호 '채광창'  (1) 2015.11.16
피터 셰퍼 '태양제국의 멸망'  (1) 2015.11.16
테렌스 맥넬리 '프랭키와 쟈니'  (1) 2015.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