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뮤지컬 '금란방'

clint 2026. 6. 12. 10:19

 

 

왕의 서간 관리자인 김윤신은 늘그막에 연애소설에 푹 빠진 왕을 위해 매일 밤마다 
침침한 눈을 비비며 책을 읽어준다. 허나 왕은 지루하다며 호통만 치고 자존심이 상한 
그는 도성의 유명한 전기수 이자상을 만나러 부녀자들만 간다는 다원(茶園) 금란방에 
딸 매화의 장옷을 훔쳐 입고 여장차림으로 간다. 
한편 이자상이 들려주는 소설들에 마음이 뺏기고 온종일 그만 생각하는 김윤신의 딸 
매화에게 한 가지 마음 답답한 일이 있었으니 얼굴도 모르는 자와 혼인을 정한 날짜가 
내일이면 집에 도착한다는 것. 스트레스가 쌓인 매화는 이자상의 소설을 들으러 
금란방에 향하고 몸종 영이는 주인아씨를 위해 그녀의 정혼자 윤구연에게 편지를 보낸다. 
주인아씨가 즐겨 입는 매화장옷을 입고 있을 테니 금란방에서 만나는 것이 좋겠다고. 
한편 밀주업자들을 단속하는 수사대 팀장이자 융통성이라고는 전혀 없었던 윤구연은 
그 쪽지를 단속 제보라고 착각하게 되는데... 

 

 

 

이 작품에는 3가지의 이야기가 얽혀있다.
첫 번째는 늘그막에 연애소설 듣는 재미에 푹 빠진 왕이 어느 날 자신의 책 읽어주는 
신하 김윤신에게 소설을 제대로 좀 읽어보라며 호통을 친다. 이에 속 상한 그는 도성의 
유명한 전기수인 이자상을 만나러 부녀자들만 간다는 다원 금란방에 딸의 장옷을 훔쳐
입고 염탐하여 간다. 거기서 소설을 읽는 비법이란 결국 남자도 되었다가 여자도 

되었다가 남의 마음을 깊게 공감한다는 연기의 기술이란 것을 배우게 되고 사대부로서의 

자존심을 내려놓고 연기를 선보이게 된다.
두 번째는 철부지 말괄량이 딸 매화와 사랑이라고는 전혀 모르는 윤구연이라는 자가 
우연한 소동들로 자신의 진짜 운명을 선택하게 되는 이야기다.
세 번째는 전기수 이자상이 읽어주는 '요세인연'이라는 이상하고 괴이한 소설의 내용인데 
미래에서 온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를 왕해후에게 푹 빠진 한 여인이 그를 따라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나는 이야기이다.

 

 



<금란방>은 18세기 조선을 관통하는 두 가지 키워드, 금주령과 전기수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바탕으로 한다. 조선후기 최고의 유행은 소설 읽기였다. 하지만 글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고 책값이 비싸 책을 보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등장한 직업이 소설을 
전문적으로 읽어주는 전문 낭독가 전기수였다. 전기수는 단순히 이야기만을 읽어주는 
것이 아니라 몸짓, 손짓, 표정, 말투로 연기를 했으며, 탁월한 말솜씨로 흥미로운 대목에 
이르면 소리를 그치고 청중이 돈을 던져주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낭독을 시작하는 등 
청중을 쥐락펴락하는 끼를 겸비해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또한 이 시기는 
강력한 왕권 확립의 일환으로 엄격한 금주령이 시행된 영조의 통치 시기였다. 금주령은 
조선시대 500년 동안 국가의 기본정책이었으나, 민가의 제사는 물론 종묘제례에서도 
술을 쓰지 않은 임금은 영조가 유일했다. <금란방>은 강력한 금주령을 실시했던 영조 
시대에 있었을 법한 밀주방이자 매설방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신분· 연령· 성별의 차이를 
뛰어 넘는 유쾌한 소동극이다.
 



<금란방>은 금기(禁忌)를 깨는 이야기이다. 가지 말라는 곳은 더 궁금하고, 
마시지 말라는 술은 더 달콤하며, 하지 말라는 사랑은 더 짜릿하기 마련. 
술시(戌時, 7시~9시)가 되면 문이 열리는 그곳, 금란방에서는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 
옆 사람 눈치도 볼 필요가 없고, 웃고 싶으면 박장대소하고, 공감이 가면 환호하고 
그렇게 잠시 잠깐 시끄러운 세상사일랑 접어두고 금란방의 손님이 되어 이자상이 
들려주는 오묘한 이야기와 금기가 만들어낸 낭만에 풍덩 빠져보는 건 어떨까. 
이 이야기는 김윤신이라는 신하가 딸의 장옷을 훔쳐입고 금란방에 들어서서 벌어지는 
리얼타임으로 '재미'를 향한 배우들의 자유로운 연기를 선보인다.

 

 

 

서울예술단 2022년 초연 작품인 <금란방>은
극작·가사, 박해림, 작·편곡, 이진욱, 연출은 변정주가 맡았다.
강력한 금주령이 내려진 18세기 조선 영조 시대를 배경으로, 
조선 최고의 '힙 플레이스'이자 은밀한 밀주방인 '금란방'에서 벌어지는 
유쾌한 소동을 그린 창작가무극이다. 
조선시대와 클럽이라는 이색적인 조합으로, 현대적인 감각의 음악과 퍼포먼스가 
어우러져 관객도 극 속에서 빠져들어 공연의 매력을 생생하게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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