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요하던 새터마을에 수상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나날이 힘들어지는 과수농사로 시름하고 고통받던 새터마을 사람들에게
정부에서 야심차게 꺼내든 카드가 있었으니,
사상초유의 "중국 대 이주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농사 자금의 대부분을 정부에서
지원해주고 수확이 시작되면 전량 국내로 들여와 판매까지 책임지겠다는
이 야심 찬 프로젝트는 고요하던 새터마을에도 파장을 일으킨다.
마침내 중국 산둥성에 도착한 억만과 나대로.
그들 앞에 펼쳐진 새로운 파라다이스....

전주시립극단이 71회 정기공연인 '이화만발'(梨花滿發).
한미FTA 협상, 혁신도시 개발, 농가 중국 이주 프로젝트 등이 농촌 사회를 뒤흔들던
시기, 옛부터 배 주산지로 유명한 '새터마을'에서 가업을 이어가며 꿋꿋하게 살아가던
두 동갑내기 친구, 나억만과 유봉달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정부의 농가 이주
정책에 기대를 품고 아들 나대로와 함께 중국으로 떠나는 나억만의 가족, 그리고 고향에
남겨진 황봉달의 애환을 통해 급변하는 농촌의 씁쓸하고 안타까운 현실을 그려낸다.
최정씨가 극본을 썼고, 조민철씨가 연출한다.

작가의 글 - 최정
<이화만발>은 2006년 전주시립극단의 의뢰를 받아 창작 발표된 극이다.
당시 전주시립극단 상임연출님이 우연히 접했던 토막뉴스, '예부터 배 주산지로
이름을 날렸던 완주 이서면에서 배농사 짓던 사람들이 정부정책에 의해 중국으로
건너가 수확을 해놓고도 판로가 막혀 국제 미아가 되어버렸다'는 지역의 짤막한
기사를 소재로 대본을 의뢰했고, 거기에 뼈대와 허구의 이야기를 덧대어 극을
집필했다. 상여 맨 사람이 없어 경운기를 타고 북망길로 떠나야 하는 통탄할
노릇을, '봄이 와도 심을 것 없고 가을이 와도 거둘 것 없는' 버려진 들녘을
바라보는 슬픔을 버려지고 망가진 땅을 차마 떠나지 못해 맨손으로
철조망을 잡고 발버둥치는 어깃장을 그 분노를 잘 알지도, 감히 가늠할 수도
없었기에 대본을 쓰는 동안 쉽게 써지지 않는 이야기가 폭폭하고
고통스러워 매급시 맨살을 꼬집고 머리를 책상에 쾅쾅 찧곤 했던 기억이 난다.
이제는 ' 신도시'가 되어 값비싼 아파트들이 줄줄이 서 있는 이서면을 지날
때면 제대로 수학하지 못한 채 마음 한 편에 남아있는 '이화만발'의
이야기가 씁쓸하게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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