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니컬러스 빌런 '그린란드'

clint 2026. 5. 26. 11:13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며 그린란드를 둘러싼 해안에서 새로운 섬이 발견된 
사건을 배경으로, '가족'으로 엮인 인물들 사이에 내재한 '단절'과 '고독'을 탐구한다. 
기후 변화로 빙하가 녹거나 증발해 크기가 줄어들면서 본래의 위치에서 뒤로 물러나는 
현상인 '빙하 후퇴'가 발생해 지도에 없던 섬이 발견된 일은 빙하학자인 '조너선'을 
중심으로 한 가족 관계에 드리워져 있던 '균열'을 드러낸다. 
그린란드 동부 지역으로 현장 업무를 나간 조너선은 해안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섬을 
발견하고, 발견자로서 국가와 논의해 섬에 이름을 붙일 수 있는 상황에 놓인다. 
조너선은 섬에서 보낸 하룻밤을 설명하면서 자신의 어린 시절 기억과 조카들과의 
에피소드, 기자들과의 인터뷰, 백일몽과 같은 꿈에 관해 이야기한다.

 


작가 빌런은 조너선에 이어 그의 아내인 '주디스'와 조카 '타냐'의 이야기를 '독백'으로 
차례대로 배치한다. 관객은 세 인물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 난 뒤에야 비로소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무엇이 문제가 되었는지, 서로의 상처가 왜 생겼는지를 깨닫게 된다. 
배우인 주디스는 담배를 피우면서 관객들을 노골적으로 비난하거나, 과격한 태도를 
보이면서 내면에 누르고 있던 분노와 좌절의 감정을 쏟아 낸다. 
주디스의 삶에 찾아온 비극은 빨리 자신과 조너선의 아이를 갖고 싶어 했던 욕망을 
누르도록 만들고, 덧붙여진 또 다른 비극은, 마치 후퇴하는 빙하처럼 더 멀리 그녀가 
남편에게서 떨어져 나가도록 만든다. 
관객은 세 번째 독백에서, 학생인 타냐가 수업에서 맡은 발표 프로젝트에 관해 설명하는 
내용을 듣고 난 후에야 주디스의 분노와 좌절이 어떻게 증폭된 것인지 이해하게 된다. 
극은 언론의 관심과 이슈, 신화의 탄생과 역할, 애도의 슬픔과 상실에 관한 영역까지 

사유를 확장 한다.

 



<그린란드>에 적용된 독백 형식은 빌런이 극작가로서 새롭게 시도한 첫 사례다. 
그는 인물의 내면에 있는 것들을 외면화하는 방식으로 독백을 채택하면서, 
"관객과 배우 사이에 형성되는 관계"에 대한 호기심과 제4의 벽이 없는 "직접적 호소"가

될 연극적 요소에 흥미를 느꼈다고 피력한다. 그는 "배우가 연기하는 인물과 관객 사이에

만들어지는 친밀감에 의해서만 노출될 수 있는 인물 내면의 균열과 소통, 깨달음과 사유가

"영화에서는 할 수 없는 것”임을 강조하며, 3부작 가운데 <그린란드>가 가장 개인적인 

작품"이라고 덧붙인다. 조너선의 독백에서 '터무니없는 꿈'에 대한 부분을 가장 좋아한다"
라고 말한 빌런은 독백이 어떤 관객과 어떻게 만나는지에 따라 웃음이 터지기도 하고 
완전한 침묵에 이르기도하는 면이 매력적이라고 한다.

 

 


'1인 독백 형식'은 인물이 자신의 경험을 직접적으로 관객에게 공유하고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논리적 구성에 맞지 않는 다른 범주의 이야기들도 구애받지 않고 풀어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작가 입장에서는, 극적 사건을 만들어 내기보다 관객과 인물 사이 의 친밀도와 거리를 잘 조절하고 내러티브를 효과적으로 풀어가야 할 필요가 생긴다. <그린란드>에서 빌런은 한가족을 구성하는 세 인물이 각자 따로 관객에게 말을 걸고, 가족 간의 단절과 고독의 근본 원인이 된 사건 혹은 맥락을 귀납적으로 추리할 수 있도록 서사 구조를 엮어낸다. 관객은 조너선, 주디스, 타냐가 가족으로 함께 하면서도 왜 각자 고립될 수밖에 없는지, 어떤 단절 속에 서로에게서 멀어져 가고 있는지를, 지구 온난화와 빙하를 둘러싼 기후 위기라는 자연 배경이 제시하는 문제인식을 염두에 둔 채로 점차 파악해 나갈 수 있게 된다. 

<그린란드>는 2009년 8월 7일, 서머웍스 시어터 페스티 벌에서 초연되었다. 연출: 라비 자인으로  최우수 프로덕션상 수상.
이후 2011년 8월 12일 뉴욕 국제 프린지페스티벌에서 공연되었다. 연출: 라비 자인으로 극본 부문 최우수상 수상하였다.

 


니컬러스 빌런(Nicolas Billon, 1978~)
캐나다 극작가로, 1978년 온타리오주 오타와에서 태어나 퀘벡주 몬트리올에서 성장했다. 2013년 <그린란드>(2009)와 <아이슬란드>(2012), <페로 제도>(2012)를 3부작으로 엮은 희곡집《폴트 라인》으로 캐나다 최고 문학상인 총독상을 수상했다. 빌런의 작품들은 인간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균열과 틈을 파고들어 다른 사람과 연결된 우리 자신의 존재론적 의미와 관계의 핵심에 놓여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탐구하는 경향이 있다. 2014년 초연된 <도살자>에서 정의와 관련된 질문을 정치 스릴러극의 형식으로 펼쳐냄과 동시에 연극을 위한 허구적 언어를 도입하는 시도를 했다.

 

작가와 연출가 라비 자인

 

작가 노트 - 니컬러스 빌런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일에 관해 내가 줄 수 있는 조언은 오직 하나다. 심플함을 지향하라. 
연출가 라비 자인과 나는 <그린란드>를 작업하면서 이 부분을 깨달았다. 리허설 과정에서 우리는 모든 것 (대사, 연기, 무대 디자인, 연출)을 본질적인 것만 남기고 덜어냈다. 많이 두려웠다. 하지만 효과가 있었다. 이 극들에는 말하자면, 스펙터클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 관객의 마음에 빛을 드리울 수 있는 건 오직 배우가 전달하는 이야기뿐이다. 영화기법으로 설명하자면, 이 작품들은 클로즈업 숏처럼 집중과 몰입을 유도해야 한다. 아니, 어쩌면 고해성사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어느 쪽이든 목표는 같다. 관객과 연결되는 것. 이 작품들을 즐겨 주길 바란다. 무엇보다도, 당신에게 울림을 주는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 - 2013년 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