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소설

배수아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

clint 2026. 4. 19. 15:23

 

 

대학교수에서 준 금치산자로 전락해버린 마(馬)의 집에 전처가 방문하는 이야기로 
소설은 시작된다. 스키야키(일본식 전골요리)를 먹으러 가고 싶어하는 마, 
하지만 돈이 없다. 침을 질질 흘리며 '먹고 싶은 것은 다 먹고 살아야지'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은 참으.로. 비루하다. 마와 돈경숙 부부가 스키야키 식당으로 향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 이야기가 펼쳐지겠지...라는 예상은 빗나간다. 

이야기 중간중간 스키야키 식당이 언급되긴 하지만, 주인공 중 누구도 그 식당에 

가지 않는다. 20세기 혹은 21세기, 이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무겁지 

않게 스쳐갈 뿐이다. 알 수 없는 허기와 괴상한 식욕. 삶에 허기진 사람들은 

과잉과 결핍 사이를 오간다. 꾸역꾸역 밀어넣고 토하고, 반복되는 패턴 속에 

조금씩 여위어가는 사람들. 먹고먹고 또 먹어도 충족되지 못하는 욕망. 

'그깟 물질적 조건쯤이야'가 아니다. 대를 물려온 빈곤의 역사와 치명적 가난은, 

나무배 선창의 작은 쥐처럼 조금씩조금씩 영혼을 갉아먹고 삶을 부식시킨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나이들어 초라해지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가난을 세습하게 

될까봐 '아이' 갖는 것을 한사코 거부한다. 가난의 골을 메우기 위해 끊임없이 

발버둥치지만, 아아, 어느 곳에도 출구가 없다.

 

배수아 작가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은 독특한 문체로 알려진 배수아 작가가 2003년에 발표한 
장편소설이다. 이 소설은 전통적인 서사 구조를 따르기보다 여러 인물의 이야기가 

느슨하게 연결된 연작 형식의 구조를 취하고 있으며, 특징은 다음과 같다: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 사회의 이면을 배경으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철저히 소외된 

이들의 '가난'과 그에 따른 무기력함을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대학교수에서 사회적 부적응자로 전락한 '마(馬)'를 비롯하여,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기묘한 동거를 이어가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배수아 작가 특유의 몽환적이면서도 건조한 문체가 돋보이며, 

현실의 비루함을 미화 없이 직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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