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섣달그믐 날 밤에 아이를 어려서 잃은 초로의 부부가 "밤의 차"를 준비한다.
거기에 낯선 여자가 찾아와 부부의 친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은 일찍이
"성냥팔이 소녀“였다고 고백한다. 여자가 말하는 '성냥팔이 소녀'는 동화의 물질적인
가난 때문에 불행이 아니라 전후의 폐허에서 성냥을 팔고 성냥불이 타는 잠시,
치마 속을 보였다는 치욕적인 체험이었다며, 마음의 고통을 얘기한다.
여자는 이 불행한 시대의 기억에 빠져있다. 여자는 착하고 소박한 소시민의 평화로운
집에 들어가서 불합리한 과거의 책임을 집요하게 추궁한다.
여자, 초로의 노부부 여자의 그림자 존재 동생, 네 명의 이상하게 나누는 듯한 대사의
응수 속에 전후의 혼란한 사회의 기억, 굴욕적인 과거에 마음, 그리고 인간의 오만함이
작가의 눈에 파헤쳐져 간다. 압권은 종막부분에서 여자가 비스킷을 먹는 무절제한
동생에게 말과 폭력을 행사하고 계속 동생의 머리를 바닥에 부딪치고 학대하자
아내는 참을 수 없게 되어, 다 나가라고 한다.

극은 동화의 경계와 현실의 경계사이에서 혼돈하게 만든다.
무척이나 선량한 부부는 자신들의 가치관에까지 혼란이 오게 만든다.
성냥팔이 소녀의 "나는 당신의 딸예요"라는 말에 이들은 감정적으로 빠져들고
급기야 이 도시에서 가장선량하고 예의바르고 친절한 352번째 사람들중의 351번째와
352번째인 부인은 그녀가 자신의 딸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남편 또한 딸의 죽음을
목격했지만 어쩌면 현재의 소녀가 자신의 딸이거나 혹은 그 이외의 다른 일로서 딸이
생긴것은 아닌지 스스로의 가치관까지 의무시하게 된다.
여기에서 극은 갑작스럽게 혼란스러워진다. 이러한 혼란이 소녀의 동생이 등장하면서
부터는 더 어러워진다. 어렵다기보다는 어떤 의미인지 의미부여가 정확하지 않다.
동생과 소녀가 그 집에 있어야만 하는 이유는 그들에게는 단순히 '있어야 할 곳'이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그들의 기억의 회로에 이상이 있는것인지, 아무런 단서도 제공하지 않는다.
관객들이 느끼는 것은 단순히 소녀의 "저희들은 당신의 딸, 아들이예요, 어머님, 아버님"
이라는 말과 "제발 나가주세요" 라는 서로의 이야기들이 오갈뿐이다.
결국 소녀는 정신분열증적인 증세를 나타내고 그 소녀가 몸을 팔면서 살아왔다는
그리고 이곳이 '마지막 장소'라는 것을 보여주면서 끝이 난다.

환상적이고 우화적인 분위기. 안데르센 동화 분위기에 일본의 패전 이후의 역사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베쓰야쿠 미노루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사뮈엘 베케트의 영향을 받아 일본의 부조리
연극을 확립했다"라는 것이 되지만, 그 자신은 "어디가 부조리인지 전혀 모르겠다.
내 작품은 매우 조리에 맞는 것이다."라고 했다.
베쓰야쿠 미노루는 극작가이자 뛰어난 劇評가이기도 하지만, 그의 劇評도 실로 알기 쉽다.
근대극은 입센의 연극처럼 삼면이 벽에 갇힌 이른바 폐쇄적인 공간이었지만,
베케트는 한 그루의 나무만 무대에 등장시켜 극적 공간은 해방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베쓰야쿠 미노루도 이 베케트의 수법을 답습하고 무대에는 반드시라고 말해도
좋을 만큼 한 개의 전신주 또는 그에 상당하는 기둥 같은 것이 서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그의 연극은 등장인물은 '남자1" "남자 2' 등 고유한 이름을 가지지 않고, 주로 올바른
표준어를 반복 사용, 환상적이고 독창적인 작풍이 특징이다.

베쓰야쿠 미노루의 초기 대표작이자 전후연극의 금자탑이라 할 작품이 '성냥팔이 소녀'이다.
이 작품은 안데르센의 동화를 처음과 마지막에 인용하는데 언뜻 짐작하기에
그 동화를 각색했거나 패러디했거나 생각한다면 크게 잘못된 것을 알게 된다.
그는 전후 일본의 우울하고 암담한 현실을 이 동화에 빗대어 인간의 조리(条理)를
부조리하게 표현하고 있다. 작가의 "성냥팔이 소녀“는 깊은 어둠과 광기가 교차하는
작품이라 하겠다. 일본현대연극을 대표하는 베쯔야쿠 미노루의 대표작으로, 평범한 일상이
과거와 기억으로 인해 비현실적이며 기괴하게 일그러지는 상황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친절과 위선의 경계, 진실과 거짓의 경계,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에서 균형과 유머를 잃지
않는 그의 세련되고 독특한 작품세계를 만날 수 있는 작품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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