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막. 교회 부속병원의 특별응접실 안. 겨울의 한 오후. 한 노인이 이 병원에 입원한
부인을 면회 온다. 특실에는 ‘미친 여자’로 알려진 2명의 여환자가 장기간 입원해있고,
모두 노인과 관련이 있다. 이 병원은 노인이 기증한 집으로,
어느 해 이 집에서 3명의 남녀가 죽었다는 이야기가 비밀스럽게 떠돈다.
1막. 십년 전, 어느 여름 날 무더운 아침- 주씨 집안의 응접실 안.
광산회사 사장인 주복원의 집. 이 집에 후처 번의와 전처의 아들 평, 번의의 아들 충,
그리고 하인 노귀와 그의 딸이자 하녀인 사봉이 있다. 주복원은 30년 전처를 버리고
젊은 번의와 결혼했으나 봉건적이고 억압적이라 집안분위기를 무겁게 한다.
남편에게서 이미 마음이 떠난 번의는 그가 없는 틈에 의붓아들인 평과 불륜을
저지르며 새로운 탈출을 꿈꾼다. 그러나 평의 마음은 어느새 하녀 사봉의 풋풋함에
이끌리게 되고, 뿐만 아니라 아들 충마저 사봉을 사랑하여 결혼할 마음을 비친다.
한편 사봉의 오빠 대해는 주복원의 광산 노동자로 일하다 파업을 일으킨 후 임투를
위해 사장을 만나러 이 집으로 온다.
2막 같은 날 오후. 유난히 무덥고 축축하고 답답한 오후. 평의 사랑을 잃은 데 대해
분노한 번의는 사봉을 내쫓기로 하고 사봉의 어머니인 노시평을 집으로 부른다.
노시평은 이 집의 거실에서 30년 전 자신이 쓰던 가구와 그 분위기가 그대로 있음을
발견하고 놀라게 되는데, 자신을 버린 바로 그 남자, 주복원과 맞닥뜨리게 된다.
결국 노시평은 딸 사봉과 연인관계에 있는 주평이 자신의 친아들이란 걸 알게 되고,
주복원은 자신에게 덤벼드는 노동자 노대해가 자신이 버린 둘째 아들이란 사실을
알게 되어 놀란다.

3막 노씨 집의 작은 안방 - 그날 밤 열 시. 계모 번의로부터 벗어나려는 평은
광산으로 떠날 것을 결심하고, 노시평은 근친상간을 막기 위해 억지로 사봉을
데리고 떠나기로 한다. 그러나 이미 평의 아이를 가진 사봉은 그 밤 평을 따라
도망가기로 결심한다.
4막 주씨 집 응접실 - 그날 밤 2시. 자신은 자식도 없고 남편도 없고 집도 없고 오직
평만이 필요하다며 애원하는 번의를 뿌리치는 평. 번의의 분노는 격렬해지고 자신의
불륜관계를 온 가족들 앞에서 폭로한다. 천둥번개에 비바람이 휘몰아치는 새벽.
모든 사실이 드러나고, 이에 충격을 받은 사봉은 밖으로 뛰어나가다 감전사 당하고
사봉을 잡으려던 충도 함께 감전사 당한다. 평은 권총으로 자살하고, 노대해는
길을 떠나며 주번의와 노시평은 미쳐간다.
종막 다시 십 년 후 어느 겨울 오후
연말이 되자 아들 대해가 돌아올지 모른다며 끊임없이 서성이는 노시평.
그를 안타까이 지켜보는 주복원. 10년 동안 아무도 찾지 않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중국 화극(話劇)의 일대 풍기를 연 극작가”, “세계를 향한 극작가”,
“아동기에 있던 중국 화극 창작을 성년기로 성큼 진입시킨 작가” 등 아직도 중국
평론가들의 각종 찬양을 듣고 있는 작가 조우차오위,1910~1996, 본명 萬家寶).
1933년에 쓰고 1934년에 발표한 그의 처녀작 <뇌우>는 발표되자마자 전통극 위주의
중국 연극계에 일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이 작품은 발표된 이후 지금까지
세계 100여 개 국에서 번역되어 중국 작품 중 외국어로 가장 많이 공연된 작품이자
아직까지 중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레퍼토리의 하나로 자리를 잡고 있다.
아침부터 새벽까지 단 하루 동안 8명의 개성 강한 인물들이 각자 갈등을 쌓아가며
부딪히고 파괴되는 모습을 통해 한없이 엄숙하고 한없이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그린
이 작품은 그리스 비극에 필적하는 비극의 원형을 보여준다는 평을 받았다.

자전적 이야기라는 <뇌우>
조우는 중국 텐진에서 유복하지만 엄격한 봉건관료집안에서 태어나 신해혁명(1911)과
5. 4운동(1919)과 같은 격동기에 어린시절을 보냈다. <뇌우>는 그의 자전적 요소가
많이 드러나는 작품인데, 숨 한번 크게 내쉬지 못하는 집안 분위기와 이모이자 계모
아래서 자란 특이한 가정사, 이 속에서 조우는 식자층이지만 봉건사회에 억눌려 사는
여인들을 많이 보며 자랐고, 그 여인들을 통해 봉건제 붕괴와 개인의 자유에 대한
열망을 키워나갔다. <뇌우>의 여주인공인 ‘번의’는 이러한 조우의 생각이 빚어낸
결정체로서, 봉건주의의 모순을 벗어나 인간 본연의 자태로 돌아가려는 번의를 통해
‘원시(原始)적 생명감’을 느낀다고 스스로 고백한 적도 있다.

1950년 6월 6일부터 23일까지 1,180석 부민관의 통로까지 채우며 36회 공연에 무려 7만 5천여 명의 관객을 모은 국립극단 제2회 공연<뇌우>(조우 작, 김광주 역, 유치진 연출). 당시 서울 시민 40만 명을 감안하면 서울 사람 6명 중에 1명은 봤다는 대단한 흥행을 기록한 것이다. 이 작품은 제1회 공연인 <원술랑>의 15일 간 5만 명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가볍게 갱신하고도 남았다. <뇌우>는 주복원으로 대표되는 주씨(周氏)집안과 노시평으로 대표되는 노씨 집안 8명의 등장인물들의 얽히고설킨 관계 속에서, 어느 무더운 여름날 오전부터 새벽에 이르기까지 단 하루라는 시간적 흐름을 통해 1894년부터 1924년에 이르는 격동기 중국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드라마틱한 작품이다. 가부장적 권위를 위해 사랑을 버린 남자, 아들과 계모의 불륜에서부터 의붓남매의 근친상간, 아들과 아버지의 대립과 같은 극적인 사건들이 2대에 걸쳐 반복되어 펼쳐지는 이 드라마는 무엇보다 선명한 주제와 탄탄한 구성, 개성적인 인물과 선명한 갈등양상 등으로 시대가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감동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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