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위기훈 '인간대포 쇼'

clint 2026. 4. 1. 10:54

 

 

일진 짱인 '이진호'는 우람이와 수빈이를 대동하고 셔틀들을 괴롭힌다. 
빵 셔틀 '오누리'에게 교과서를 빌려오도록 시키고, 
폰 셔틀 '정은찬'에게 휴대전화 무선 와이파이를 빼앗아 쓰며, 
게임 셔틀 '김호진'에게 자신의 아이디로 게임 랭킹 안에 진입하도록 부려먹는다. 
또한 뜬금없이 마네킹을 구해오라 시키는데..., 
그 과정에서 호진은 진호의 비밀을 알게 된다.
이를 빌미로 평소 왼손잡이라고 놀림 받았던 우람은 수빈의 계략과 
호진이의 아이디어로 진호를 들이받아 역전을 꿈꾼다. 
그렇게 일진 짱으로 무시무시한 권력을 휘두르던 진호는 
하루아침에 왕따로 전락하는데...

 

 

 

이 연극은 고교 불량학생 서클과 관련된 폭력, 따돌림, 갈등, 자살 등의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청소년이 즐겨 사용하는 용어가 극의 대사 속에 표현되기에 “일진”, “셔틀” 같은 표현이 낯설 수도 있으나, “일진”은 불량소년의 우두머리를 지칭하는 말이고, “셔틀”은 빵 심부름이나, 담배, 돈 같은 걸 심부름하는 무리라는 뜻임을 알면 이해하기 쉽다. 
현재 사회적으로 교육적으로 중시되고 있는 학교 불량서클과 연관된 제 문제가 일일이 극의 내용으로 전개되고, “일진”에서 “셔틀”로 추락하는 과정과 문제학생의 자살이 극의 마무리가 된다. 특히 색맹이나, 색약 같은 유전인자가 극에 내용에 포함이 되고, 패션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꿈이 자신이 색맹임을 안 후 부모를 원망하고, 절망과 함께 삶 자체를 포기하는 장면은 충격적이기도 하다. 남녀학생으로 출연한 배우들의 연기가 실제 고교생과 방불(彷佛)해, 관객의 폭소와 갈채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언제부턴가 ‘셔틀’이라는 단어가 익숙해졌다. 흔히 심부름하는 사람이나 그 행위 자체를 가리키는 말로 쉽게 쓰이는 이 단어는 사실 학교 폭력에서 비롯됐다. 학교 내 강자인 ‘일진’이 대체로 자신보다 약한 학생들을 시켜 매점에서 빵이나 음료수를 사오게 하는 데서 생긴 단어다. 셔틀이라는 개념은 ‘빵 셔틀’에서 ‘게임 셔틀’, ‘담배 셔틀’, ‘와이파이 셔틀’ 등으로 다양하게 변주하며 확장됐다. 이는 폭력을 심화하는 동시에, 사람들로 하여금 폭력을 장난의 일부로 여기게 만들었다. 연극 [인간대포 쇼]는 셔틀이라는 이름으로 학교에 난무하는 폭력을 무대에 담아냈다. 교내 셔틀들의 애환을 담았다. 연극은 이름보다 셔틀로 불리는 게 익숙한 세 학생이 모여 고민을 토로하며 시작됐다. 각각 ‘빵’, ‘폰’, ‘저그’로 불리는 누리와 은찬, 호진은 일진 학생들의 강요에 의해 그들에게 빵을 사다 주고 휴대전화를 빌려주거나 온라인 게임 순위를 올려주며 괴로워했다. 돈과 시간을 뺏기는 것은 물론, 선생님에게 걸려도 일진보다 되레 셔틀이 ‘추락’하는 모순된 상황에 놓인 갑갑한 모습이었다. 학생들이 보는 어른들의 사회는 학교와 다를 바 없었다. 비서는 사장의 셔틀, 축구선수는 구단의 셔틀, 점원은 사장 혹은 손님의 셔틀. 어른들은 학교 폭력을 보며 혀를 끌끌 차지만 그들의 세계 역시 일진과 셔틀로 구성된 폭력 사회에 지나지 않았다. 

 

 

 

극 중간 중간 삽입된 인물들의 꿈에 관한 이야기는 청소년들의 공감을 산다.

“우린 죽고 싶은 게 아니야!”라는 학생들의 외침이 짠하게 와 닿는다.

일련의 퍼포먼스 끝에 학생들은 자신의 꿈을 하늘에 쏘아 올렸다.

메시지는 의미 있었지만 학교 폭력과 꿈 사이 연결고리는 다소 미약하다.
작품은 청소년 극이지만 사회의 어른들로 하여금 성찰의 기회를 마련하게 한다.

극 중 학생들의 입을 빌려 어른들의 모순적인 태도를 비판했다.

“고자질은 나쁜 거야!” 같은 가르침으로 피해자가 빠져나갈 구멍마저 막아버리는

어른들은 해결 방법을 강구하기는커녕 폭력을 심화할 뿐이다.

인물들은 사회를 답습한 학교 폭력을 방관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처참한 폭력에 웃음을 터뜨리는 관객의 모습은 사회를 돌아보게 한다.

 

 

 

작가의 글 위기훈
잘잘못을 가리지 않고 감싸주는 엄마와 잘잘못을 맺고 자르며 거리를 두는 아버지, 교육은 포용과 단절이라는 서로 상충하는 원리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서 포용의 관계인 어머니가 있고, 단절의 관계인 아버지가 있는 것이며, 위기의 순간에 아이들이 아버지 보다는 엄마를 먼저 찾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근래에는 부모와 대화가 두절되고 함께 지내는 시간 역시 단축되면서 포용도, 단절도 아닌 경쟁의 교육에 내맡겨지고 있다. 교육의 현장은 아이들에게 있어 생존의 현장이 되어 말 못할 고민으로 고통이 늘어간다. 교육개발원에서는 왕따의 요인을 '삼척주의'로 들었다. 잘난 척, 예쁜 척, 착한 척하는 세 가지 척이 따돌림의 이유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원인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지금의 청소년들 대부분은 세종대왕보다 연예인이 선망의 대상이다. TV를 켜면 갖가지 자살 뉴스와 함께 대출 광고와 상조광고가 이어지고, 언론사 홈페이지는 다이어트나 성형, 성관련 광고들이 난무한다. 돈 아니면 죽음, 그도 아니면 섹스가 전부인 듯 말이다. 집에서 식탁에 마주 앉기보다 외식이 빈번하고 그나마도 각자 휴대폰을 들고 개인플레이에 여념이 없다. 그렇게 청소년들은 마음 둘 곳을 잃어간다. 어른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누구나 강요와 억압 속에서 자신의 삶을 간신히 꾸리고 지탱하고 있기에 청소년들의 마음을 헤아릴 여유가 없다.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 눈앞에서 버젓이 학대와 가학이 이루어진다. 식물적 가학으로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고 동물적 가학으로 상해를 입히는 것이 부자연스럽지 않다.
[인간대포쇼]는 폭력과 권력에 대한 이야기다. 이를 청소년들의 실태라는 민감한 소재를 통해 드러냈다. 그들의 고통과 아픔에 눈물만 흘리고 있어서는 안 된다. 이제는 분석이고 자시고 할 것 없이 말을 걸어야 한다. 우리 아이들 전부, 가해자이거나 피해자, 아니면 방관자 중 하나가 틀림없다.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

 

위기훈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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