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장 성황 洞祭 / 전쟁
놀이패들이 백제토성 앞 물가로 나와 축제연회를 벌이고 그림자 연극으로 대장경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고려인들이 초조대장경의 판경을 이고 나와 제단에 탑을 쌓는다. 살레탑이 이끄는 몽고군이 침입하여 초조대장경에 불화살을 당기고, 대장경을 수호하는 거인의 아비를 죽인다. 격분한 거인이 판각도로 몽고군을 찌를 때, 초조대장경과 온 세상이 불타오른다.
2장 법회/대장경발원
고종 임금과 조정대신들이 국난 대책을 논한다. 눈 먼 공주의 치유를 위한 법회가 열리고, 공주는 불타버린 대장경의 재건을 발원한다. 고종 및 최우와 최항이 부처님의 가호로 몽고군이 물러날 것임을 강조하며 국력을 도모하기 위하여 발원을 지지한다. 수기대사가 판각수장 거인에게 공주를 소개시킨다. 대장경의 판경제작이 이루어진다.
3장 판경당
판경장에 찾아온 공주는 거인에게 '모든 중생들이 부처님의 지혜를 깨달으면, 하얀 연꽃 속에서 다시 태어난다'고 하며 연화장의 그림을 판목으로 새겨달라고 부탁한다. 초조대장경이 불타버린 후 살인의 죄업을 짊어진 거인은 대장경의 재건에 회의를 느낀다. 거인은 공주의 부탁을 거절하지만 그녀에게 연민과 사랑을 느낀다.
4장 환란
굶주림과 힘든 판경제작에 판각수들은 시력과 신심을 잃는다. 한편 옻칠장이는 옻칠에서 온몸에 독이 올라 자살소동을 벌인다. 거인의 대장경 판각에 대한 불신은 극도에 달한다.

5장 거인의 꿈
거인은 꿈 속에서 아버지를 부르며 저승길을 떠난다. 중생들이 고통의 윤회 속에 맴돌 때 거인은 법경대에 매달려 고문을 당한다. 거인이 살해한 몽고병정이 거인의 가슴을 찌를 때 판각을 하는 거인의 아비가 칠불성현과 함께 나타나 대장경 판각은 모든 죽어 가는 중생들을 살리는 생명의 길이라 말한다. 꿈에서 깨어난 거인은 연화장 제작을 결심한다.
6장 연등회/몽고사신의 방문
강화에 도착한 몽고사신들을 영접하는 산대놀이패가 연등행렬을 벌인다. 옻칠장이는 고향으로 도망칠 생각으로 몽고사신에게 장경각의 열쇠를 건네준다. 몽고사신들은 공주를 몽고태자의 아홉 번째 첩실로 데려갈 것과 장경각의 대장경을 불태울 것을 결정한다.
7장 꽃비/연화장
판각수들은 몽고사신들을 무찌르기 위해 판각 연장을 휘두르며 일어선다. 이 때, 혼례복을 입은 공주가 들어와 폭력을 저지한다. 거인이 완성된 연화장을 공주에게 바치자, 공주는 대장경이 완성되는 날 연화장을 가슴에 품고 고려에 다시 돌아오리라고 노래한다. 거인은 공주를 보낼 수 없다며 장경각으로 피신시킨다. 거인이 공주를 찾으러 온 최항에게 붙잡힐 찰나, 장경각에 불이 난다. 쇠고랑을 찬 거인은 부처님께 공주를 구해주면 대장경을 판각하겠다고 서원한다. 온 백성들이 참회의 기도를 올릴 때, 천둥번개와 함께 하늘이 열리며 비가 쏟아진다. 장경각의 불이 꺼질 때 거인은 하얀 연꽃 속에 관세음으로 앉아있는 공주의 모습을 본다. 칠불성현과 천신들이 나타나 극락정토를 보여주며 중생들이 만든 대장경이 우주공간의 금빛 무지개로 피어날 것을 천명한다.
8장 극락정토
임금과 모든 백성들이 감로수를 향해 합장하며 범패독경을 부른다. 판각수들이 대장경의 완성을 위해 남해 분사도감으로 떠날 때, 물 속에서 눈부신 감로수가 솟아오른다.

1224년(고종11년, 몽고태조19년) 11월에 귀국도중 피살 된 몽고사신저고여는 누가 죽였는지, 또는 왜 죽였는가 명백하게 밝혀지지 않은 채 수년이 흘러갔다. 고려는 이를 동진의 소행이라고 해명하였음에도 몽고는 저고여는 고려군의 화살에 맞아 죽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이때 몽고태조는 서역 정벌을 끝마치고 개선의 길에 있었으나 그후 곧 서하신정군을 이끌고 출동하였다가 1227년 7월에 진중에서 죽었다. 그 후 한동안 몽고는 저고여의 살해사건에 관하여 고려와 교섭할 겨를이 없었다. 태조를 이어 왕위에 오른 몽고태종은 1231년(고종 18년. 몽고태종3년)에 자신은 금국토벌에 나서고 장군 살례탑(차리대, 차리타이)으로 하여금 군을 이끌고 고려에 가서 그 책임을 추궁하게 하였다. 살례탑 군은 1231년 8월 29일에 압록강을 건너 저고여가 피살된 함신진(의주)을 비롯하여 안북부, 개경, 충주를 공격하였으니 이가 제1차 내침이다. 같은 해 12월 몽고의 사신은 고종을 접견하고 "고려국이 굴복하지 않으면 이를 멸망시키라"는 몽고태종의 친서를 전하자. 고려는 화친의 수호조약을 맺고 막대한 조공물을 바치게 되었다. 그러나 조공물에만 만족하지 않은 몽고는 고려왕실을 지배하려 하였다. 이듬해 (1232년) 7월 6일 고려 고종은 개성을 떠나 강화에 천도하였다.

강화 천도는 즉각적으로 몽고군의 제2차 침입을 촉발하였다. 1232년 8월부터 12월까지 살례탑은 다시 한번 의주, 개경, 광주, 대구를 침공하였으며 이때 부인사에 소장된 불상과 범서, 그리고 60여 년에 걸쳐 제작된 고려초장경(현종10년 1019-선종4년 1087)이 소실되었다. 그 해 12월 용인의 처인성에서 살례탑이 사살되자 몽고군은 일단 퇴각하였다. 그 이후 몽고는 살례탑의 죽음에 대한 책임추궁과 일본으로 나아가기 위한 통로개방을 빌미로 30여 년간 총 6차례의 침략을 감행하였으며, 고려는 전국 각지에서 승병과 민군이 관군과 합세하여 항전을 지속하였다. 한편, 고종은 왕실의 피난처인 강화도에 대장도감을 설치(1236)하고, 진주의 남해에 분사대장도감을 두어 16년 만에 고려대장경 판각을 완성하였다. 당시 진주 연안에 막대한 땅과 식읍을 거느린 최우는 실질적 권력자로서 왕실을 보호하고 호국판각에 앞장섰다. 한편 조계선종은 최씨 정권의 후원을 받으면서도 정치와 영합하지 않고 독자적인 발전을 꾀해 갔다. 교선(敎禪)경전의 가치를 인식하고, 선승이면서도 경전의 존재를 중시하였다. 대장경의 각판은 교선의 구분을 떠난 고려불교 전체의 일로서 추진되었던 것이다.
세계통일의 야심을 품고 유럽에까지 미쳤던 몽고의 정벌군은 동북아시아의 열강을 무력하게 했으며, 그는 바다로 진출하고자 하는 그들의 발판이었다. 고려의 수군과 조선술은 그들에게 절실한 전쟁도구였으니, 고려 땅은 식량조달과 함께 중요한 기지가 되었던 것이다. 30년 동안의 전란 속에 고려민은 깊은 산속이나 해안에 거주하면서 살아남았다. 장칼로써 대항하지 않고, 굴욕을 안내하며 슬기로운 외교로 대응했으며, 무엇보다도 세계 최고의 목판활자를 이루는 한편 팔만대장경을 완성함으로써 문화대국의 저력을 보였던 것이다. 결국 어둠 속에서 광명을 보는 민국신앙의 힘은 고려의 독립을 유지시켰으며, 이는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인류 문화행동의 원천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공연 리뷰 - 서연호 (연극평론가, 고려대 교수)
월드컵 문화축전의 일환으로 서울예술단이 공연한 가무극 <고려의 아침> (2002년 5월25일~30일)이 그것이다. 팔만대장경을 소재로 평화를 희구하는 고려인들의 영원을 춤과 노래로 형상화한 이 작품은 여러 면에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이 작품은 크게 세 가지 점에서 의미 있는 공연이었다.
우선 다양한 국적 장치를 통해 이 작품은 한국고유의 문화적 본적을 드러내주었다. 만석중놀이를 응용한 그림자연극, 스님이 실연한 범패의식, 산대놀이패의 사자춤 등 시대적 배경에 대한 충실한 고증을 토대로 전국의 놀이적 요소가 장면구성에 십분 활용되었다. 판소리와 불교음악에 바탕한 선을 또한 극 전체의 분위기를 잘 살려냈으며, 선무도를 양식화 한 춤은 역사적 고난과 극복의 결행하는 힘은 역동적으로 표현했다. 이러한 가무악의 3요소가 적절히 어우러져 진한 전통미를 우려냈다. 다음으로 야외무대의 이점을 활용해 제의적이고 축제적인 특성을 잘 살려냈다. 이 극의 기본구성은 놀이패들이 등장하여 성황제를 지내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장면마다 다양한 형태 의 연등이 등장하여 고려인들의 깊은 불신을 표현하고 있는데, 이 연둥은 결말부에 가서 관객들의 손에 나뉘어져 인공의 호에 띄우는 평화의 촛불이 된다. 이처럼 이 공연은 동제와 연등회의 형식을 벗어 상생과 화합의 대동제 의미를 십분 살림 무대였다. (한국연극, 2002.)

팔만대장경의 평화정신을 기리며 - 신선희 작. 연출
<고려의 아침>은 13세기 몽고의 침입을 막고자 불심으로 팔만대장경을 제작한 고려 판각수들의 이야기를 그린 것입니다. 당시 고려는 전라, 경상지방의 남해연안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토가 전란에 시달렸고, 고종이 수도를 강화섬으로 천도함에 따라 백성들은 깊은 산속으로 숨거나 해안가를 유랑하였습니다. 이러한 수난시대에 온 백성이 몸과 마음을 바쳐 왕권을 보호하고 국토회복을 기원하기 위한 거국적사업이 바로 팔만대장경의 조성이었습니다. 팔만대장경은 현존 세계 유일의 완판 불경으로 800여년 동안 일체의 훼손없이 해인사 장경각에 보존되어 있습니다. 최근에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재가 되었으며, 단순히 보존되어있는 불경문자가 아니라 이를 제작한 사람들의 극복정신을 세계만방에 알리는 평화의 탑이라고 생각합니다.
야외총체음악극 <고려의 아침>에서는 어둠을 뚫고 금빛 바다 위로 하얀 연꽃이 피어난다는 혜명공주의 불심으로 그 시대 고려인들의 신앙심을 대변하고 있으며, 무력의 힘을 비폭력적 정신의 힘으로 이겨내었던 고려인들의 드높은 문화정신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창칼을 만드는 대신 16년동안 오로지 판경을 만들었던 판각수들의 희생은 시공을 초월하며 평화를 염원하는 온 인류의 고난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화엄사상에 의하면 극락정토는 있는 그대로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세상이며, 인간은 모두 각자의 방편을 통하여 극락정토의 세계를 완성할 수 있다고 합니다. 주인공 판각수장 거인은 살인의 죄업을 짊어지는 고통의 극치에서도 판각하며 극락세계를 보게 되는 것입니다. 이 작품을 통해서 저는 경제와 이념의 차이에서 비롯된 오늘날의 전쟁이 하루 빨리 종식되고 평화실현의 문화시대가 도래하기를 기원합니다. <고려의 아침>은 월드컵 문화축전을 위해 3년 전부터 구상되었습니다. 이 공연은 하나의 예술작품이기에 앞서 자연공간에서 펼치는 시민축제 공연으로 기획되었습니다. 이 공연에서 관객이 띄우는 연등불과 먹고 마시는 축제의 자리값은 아프칸 전쟁난민과 북한 어린이들을 돕는 성금으로 씌여질 것입니다. 끝으로 이 작품제작을 지원해주신 문화관광부와 종교적, 학문적으로 자문해주신 여러분, 그리고 공동작업에 판각수들처럼 온 정성을 바친 예술가와 제작진 모두에게 깊은 감사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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