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중기, 일본 침략으로 벌어진 임진왜란(1592)과 정유재란(1597) 혼란기다.
금슬 좋은 부부였던 최척과 옥영은 전쟁 때문에 뜻하지 않게 이별하게 된다.
전쟁의 불길 속에서 최척은 의병에 참여하게 되고, 옥영은 일본군의 포로가 된다.
두 사람은 이후 각자 타국을 떠도는 힘든 운명을 겪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꿋꿋이 어려운 처지를 견뎌낸다. 오랜 세월
서로를 찾아 헤매던 둘은 운명의 장난처럼 먼 이국 땅 안남(지금의 베트남)에서
기적처럼 재회하게 된다. 최척의 퉁소소리에 옥영이 노래로 화답한 것이다.
안남에 머무면서 둘째 몽선도 낳고 키워 둘째아들의 혼례로 중국여자 홍도를
며느리로 맞고 행복한 중년을 보내는데... 다시 중국의 전란에 차출된 최척.
가족을 두고 참전하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여진족에 집히고, 거기서 죽은 줄
알았던 큰아들 몽석을 만난다. 그리고 조선인 호옹의 도움으로 탈출하여
조선땅으로 돌아오는데... 부상을 당한 최척. 그의 상태를 본 의인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지는데... 그는 둘째며느리 홍도의 부친인 진유경이었다.
같이 조선으로 오게 되고, 부인 옥영도 아들 몽선과 홍도와 같이 배를 타고
고생끝에 고향에 돌아와 최척의 가족은 모두 천신만고 끝에 재회한다
옥영은 "살아 있으면 좋은 날이 올 거야!"라고 외치는데 두 사람이 다시 만날 수
있었던 힘은 이처럼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사랑과 희망 덕분이었다.

<최척전(崔陟傳)>은 조위한(趙緯韓, 1559∼1623)이 1621년에 지은 한문 소설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남원에 사는 최척이 옥영을 사랑하여 약혼을 하지만, 최척이 전장에 나가게 되자 옥영의 부모는 이웃의 양생을 사위로 맞으려 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최척이 전장을 벗어나 달려와서 두 사람이 드디어 혼인을 하게 된다. 하지만 정유재란으로 남원이 함락되자 옥영은 왜병의 포로가 되어 끌려가고 최척은 명나라 장군 여유문(余有文)을 따라 중국으로 건너간다. 여러 해가 지난 뒤 최척은 항주의 친구 송우(宋佑)와 함께 상선을 타고 안남(安南, 베트남)을 내왕하게 되었는데, 왜국의 상선을 따라 안남에 온 아내 옥영을 우연히 재회하여 다시 중국의 항주로 돌아와 살며 아들 몽선을 낳는다. 몽선이 장성하여 임진왜란 때 조선에 출전한 진위경의 딸 홍도를 아내로 맞고, 이듬해 최척은 명나라 군사로 출전하였다가 청나라 군대의 포로가 된다. 포로수용소에서는 강홍립을 따라 조선에서 출전했다가 역시 청나라 군대의 포로가 된 맏아들 몽선이 있었다. 부자는 함께 수용소를 탈출하여 고향으로 향하다가 몽선의 장인 진위경을 만난다. 옥영 역시 몽선, 홍도와 더불어 천신만고 끝에 고국으로 돌아와 일가가 다시 해후해서 단란한 삶을 누리게 된다.

전쟁에 휘둘린 민초의 삶을 그린 조위한의 <최척전>을 고선웅이 각색, 연출
특유의 유머와 감동을 더 해 잘 그려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늙은 최척이 회고하기도 하며 해설도 하며 당시의 상황을 대변하는 역할이며
젊어서부터 늙으막까지 젊은 최척이 나오는데, 어려운 한문소설을 잘 풀어낸다.
2024년 평론가가 뽑은 한국 연극 베스트 3에 뽑혔고,
2025년 백상예술대상 백상연극상 및 대한민국 국가브랜드 문화부분 대상을 받았다.
서울시극단에서 공연했다.

텅 빈 대나무 마디마다 채워진 삶의 소리 글 -: 안희철(한국극작가협회 이사장)
400년 전 조위한이 쓴 고전소설 <최척전>을 오늘날의 무대로 불러낸 <퉁소소리>는 악기 퉁소의 속처럼 그 텅 빈 침묵을 가장 아름다운 선율로 채워넣는다. 이 작품을 읽는 것은 단순한 고전의 재해석을 키켜 보는 것을 넘어, 거대한 역사의 파도에 휩쓸린 한 가족이 '소리' 라는 이정표를 따라 서로에게 닿는 경이로운 여정을 따라가는 일이다.
작품의 제목이 된 악기 '퉁소'는 전쟁으로 삶의 터전과 가족을 잃고 마음속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버린 사람들의 상태와 닮아있다. 그러나 작품은 역설을 보여준다. 악기는 속이 비어 있어야만 소리를 낼 수 있듯이, 모든 것을 잃은 비극의 정점에서 터져나오는 인물들의 절망이 비로소 완벽한 예술적 울림이 된다는 것이다. '퉁소소리'는 우리 인생의 구멍난 상처들이 어떻게 아름다운 선율로 변모할 수 있는지를 처절하고도 아름답게 증명한다. 단단한 대나무 마디를 뚫어 지공을 만드는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그 구멍들이 있어야 음계가 생기는 법이다. 30년 동안 조선과 일본, 중국, 베트남을 떠돌며 이별과 만남을 반복하는 최척과 옥영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거대한 지공을 뚫어가는 과정이다. 흉터 같은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 '가족의 재회'라는 삶의 소리, 즉 퉁소소리로 완성되는 과정을 목격하게 되는 것이다. 노년의 최척이 해설자로 등장해 관객에게 직접 말을 건네는 연극적 장치는 먼 과거의 서사를 지금 우리의 이야기로 잇는다. 밤바다의 안개를 뚫고 울려 퍼진 퉁소 소리가 국경과 언어의 장벽을 무너뜨렸듯, 이 희곡은 전쟁이라는 거대한 폭력이 훑고 간 자리를 따뜻하게 보듬는 치유의 퉁소소리로 삶을 위로하는 것이다. 사랑과 신의를 지키려는 인간의 의지가 얼마나 눈부신지 확인하는 작품이다.

각색의 글; 왜 하필 지금 퉁소소리인가? - 고선웅
전쟁이 아직도 끊이질 않는다. 포연과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폐허의 집터에 울고 있는 아이들 볼 때마다 억장이 무너진다. 저 파괴된 땅을 어떻게 재건하고 깊게 패인 상처는 또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과연 가능하기는 할까. 전쟁! 그 어떤 식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퉁소소리는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명·청 교체기의 혼란을 담고 있다. 이 옛날이야기가 여전히 유효한 것은 그 전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민중의 수난사가 절절하게 담겨있고, 질긴 생명력으로 버텨냈던 민초들의 삶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전쟁을 결정하는 것은 위정자들이지만 정작 전쟁터로 나가 싸우는 것은 민초들이다. 총알받이가 저절로 되고 원하지도 않는 총부리를 겨누며 평생을 트라우마 속에서 살아야하는 이들은 정작 민초들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옳지 않고 참을 수 없다. 이 연극을 통해 전쟁이 옳지 않다는 것과 민초들의 생명도 평등하게 소중하다는 것을 되새기고 싶었다. 그리고 다 지나간다는 것! 더 나아가 하늘이 꺼져도 삶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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