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유치진 '나도 인간이 되련다'

clint 2026. 2. 5. 06:29

 

 

 

백석봉은 남한에서 함께 남로당 활동을 했던 옛 애인 정복희의 월북을 고대하며

그녀를 위해 신방을 꾸려 놓고 기다린다. 백석봉을 짝사랑하는 소련 2세 나타샤 김이

이런 백석봉을 보고 질투하게 된다. 그러나 정복희와의 결혼 계획은 당세포 위원장에

의해 좌절된다. 정복희의 아버지 정태두는 본래 남한의 좌파 지식인이었으나

현재는 북한 노선에 대해 비협조적인 반동분자로 변절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복희는 아버지와 절연을 선언하고 월북하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결국 당의 명령에 따라 정복희는 백석봉과 떨어져 견직공장으로 배속된다. 

한편, 백석봉은 나타샤 김의 접근을 거부하자, 나타샤 김은 백석봉을 자아비판에 내몬다. 

나타샤 김의 보고서 낭독을 시작으로 지도원, 국립예술극장 총장 등이 차례로 나서

백석봉을 비판한다. 비판회는 처음에는 백석봉의 예술 비판의 양상으로 전개되다가

그의 생활 비판으로 전환되면서 무자비한 개인 억압의 양상이 전개된다. 

할 수 없이 백석봉은 반동분자의 딸 정복희를 사랑하고 있다는 자기 고백을 말한다. 

결국 나타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음을 절감한 백석봉은 체념적인 상태에서

그녀의 요구를 따르게 된다. 그러나 백석봉은 애욕에 눈 먼 나타샤와의 거짓 사랑에

환멸을 느끼고 정복희에게로 달아난다. 백석봉은 마침내 정복희에게 그의 진실을

털어놓고 월남 의사를 밝히지만 발각되어

정복희는 나타샤의 일당에 의해 사살되고 백석봉은 자살한다.

 

 

 

1949년 이른 봄 <적도의 태양>을 무대 배경으로 월북 작곡가 백석봉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념과 사랑의 이야기다. 

유치진의 장막 희곡으로. 전 4막. 1953년에 쓴 반공극으로서 관념적인 반공이 아니라 인간성의 회복이라는 구체적인 테마를 담고 있는 문제작이자 우수작이다. 1953년, 극단 신협에 의해 초연되고, 1955년에는 단행본으로 간행되었다. 의리도 애정도 당의 명령에 의해 짓밟히는 북한 공산치하의 비극을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은 유치진의 <장벽> <청춘은 조국과 더불어> <한강은 흐른다> 등 일련의 반공을 주제로 한 작품의 하나이다. 그 당시의 반공극(反共劇)이 대개 반공이란 요란스러운 구호만 있고 드라마나 인간이 부재했던 일을 상기할 때 이 작품은 이러한 모순을 지양한 뛰어난 작품이다. 1막의 낭만성과 2막의 사실성, 그리고 마지막 막의 비극성은 반공이란 주제를 효과적으로 반영하는 적절한 구성이 되고 있다. 영문(英文)으로 번역되어 해외에 소개된 바 있다.

 

 

 

해방 이후의 북한을 배경으로 삼아 한 월북 음악인이 겪는 이념의 갈등과 죽음을

그린다. 내용상으로 보면 이 작품은 개인보다는 조직의 논리를 앞세우고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의 비인간성을 드러내는 작품으로서 분명 반공극임에는

틀림없지만, 단순한 반공 유형의 인물에서 벗어나 인간 실존에 대한 폭넓은 진실성을

제시하는 구성의 치밀함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이 작품은 반공적 요소와 실존적 요소가 적절히 혼용된 것인데, 

당시의 보편화한 사상적 조류와 정서를 반영하는 희곡의 한 범례라고 볼 수 있다

 

  1969년 영화로 개본됨 (감독: 유현목. 출연: 김진규. 고은아. 장동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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