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상열 '까치교의 우화'

clint 2026. 1. 19. 05:41

 

 

까치마을은 어업과 농업을 병행하는 백 세대안팎의 전형적인 해안마을이다. 
이 마을에 커다란 시련이 찾아온다. 예년에 볼수 없었던 큰비와 태풍이 불어닥쳐 
어선과 방파제가 파손이 되고 곡식이 침수되어 절망의 상태에 빠지자 설상가상으로 
또다시 가뭄과 전염병에 시달린다. 읍내로 통하는 유일한 통로인 까치교마저 부서져 
외부와 고립되어가는 어려움까지 겹치게 된다. 군대에서 복무를 마치고 고향에 돌아온 
명구는 고향인 까치마을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절망과 실의에 빠진다. 마치 
죽음의 마을과 같은 이곳을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난감한 상태에 빠진다. 
이런 판국에 명구의 친구 봉필은 마침 서울에서 토지매입을 하러 내려온 정체 불명의
원사장이라는 브로커에게 자기의 선산인 복주산과 그 산에 오랫동안 자리잡고 있던 
서낭당 터까지 팔아넘기고 타지로 떠날 계획을 한다. 봉필은 동네노인들을 돈과 술로 
매수하여 승낙의 중지를 얻어낸 것이다. 

 

 

 

어느 날 명구는 동네의 원로인 윤노인에게 언제부터 인가 가난으로 파묻혀 버린 

이 마을 고유의 용춤에 대한 유래를 듣게 되면서 새로운 착상을 떠올린다. 

그것은 옛날에 이 까치마을에 흉년이나 질병이 만연하여 동네가 의기소침할 때면 

마을의 해변에서 황룡과 청룡두마리가 겨루는 쌍용놀이를 통하여 

동네가 극기와 일체감과 용기를 얻었다는 점이 명구를 감동시킨 것이다. 
명구는 옛날의 쌍용놀이를 재현시킨다. 잊었던 풍악이 되살아나자 동네사람들은 
하나, 둘씩 해변으로 몰려 나오고 노인들로부터 시작하여 어린이에 이르기까지 
두 마리의 쌍룡춤이 시작된다. 그 고유의 민속놀이속에는 사랑과 인내가 숨어져 있고 
긍지와 용기가 넘쳐 흐르며 원망과 좌절의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던 인정과 화합의 
원형들이 되살아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것은 자생적인 의지의 복원이며 새로운 
도전에 대한 의식의 꿈틀거림으로 확산되는 것이다.

 

 

이 작품의 주제는 근대화되어 가는 과정에서 겪는 새로운 것과 사라지는 것과의

갈등에 두고 있다. 까치교는 새로운 것과 낡은 것이 교차되는 상징적 다리로 설정되며

물질의 풍요 속에 정신과 정서를 상실해 가며 열병을 앓는 까치마을이라는

특정 지역을 무대 위에 올려 놓는다. 변혁이라는 회오리 바람에 휩쓸려 나가는

서낭당의 퇴색된 가치를 되새기며 마을 사람들이 다시 사라진 옛날의 용춤을

재현시킴으로써 흩어진 마음들을 하나로 엮어 원형의 일체성을 공감하는 과정을 그린다.

이 드라마는 두 개의 기둥이 되는 서낭당과 쌍용 놀이를 일직선으로 긋는 그 사이에

현실의 까치마을을 설정하고 서낭당이라고 하는 마을의 정신으로부터 시작하여

쌍용 놀이라고 하는 마을의 정서 문화로 끝나게 함으로써 절망과 좌절 속에 빠진

까치마을이 두 지점을 잇는 평행선 상에서 새 시대의 의식을 스스로 찾아내고

스스로 개혁할 수 있다는 민족적 복지관을 서구적 발상이 아닌 민족적 그리고

지역적인 특성과 개성을 모체로 서민들의 굳은 의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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