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정소정 '모래섬'

clint 2026. 1. 18. 08:00

 

 

미숙과 상훈은 주택가에 막 입주한 부부다.
직장에서 퇴근할 상훈을 기다리며 미숙은 새 집의 구석구석을 걸레질한다.
집안을 청소하던 미숙을 먼저 찾아온 것은 남편인 상훈이 아니라 경비원이다.
경비원은 부부의 입주를 축하하며 성능좋은 청소기를 선물한다.
그러나 경비원은 선물만 들고 온 것은 아니었다.
때마침 퇴근한 상훈과 미숙에게 경비원은 두 사람이 "모래섬" 출신이 아니냐는 
소문이 주택가에 돌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경비원은 주민들이 "모래섬"과 "모래"를 싫어한다는 말을 하고
상훈의 어깨에 묻은 모래를 친절하게 털어주고 돌아간다.
두 사람은 애써 잡은 행복을 놓칠까 불안해하기 시작하고
집안에서는 끊임없이 어디에선가 모래가 나온다.

그리고 남편의 얼굴도 갈수록 모래 투성이에 형체도 희미해지고...

이때 경비가 또 벨을 누르고 도장을 받으러 왔다는데

남편을 화장실로 보낸다. 얼마 후, 화장실문을 두드리고

남편을 부른다. 인기척도 없다. 문을 안에서 잠갔나 해서

열쇠로 여는데... 아무도 없다... 한 줌의 모래와

남편의 반지만이 발견된다.

 

 

 

 2012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 당선작인 정소정의 작품이다.

삶의 부조리와 시대의 불안한 징후에 대한 통찰력을 보여주며
관객의 호기심과 긴장감을 증폭시키는 서스펜스의 플롯 기법, 평균적 삶의 공간에 
끊임없이 편입되고자 하는 부부의 존재에 대한 근원적 불안과 소외를 모래의 속성을 
통해 은유한 인식의 깊이, 그리고 시적 상징과 압축의 극적 언어 등의 단막극적 기량이
출중한 작품이다. 사라져버린 존재는 기억이 되어 버렸다. '모래섬'은 기억이 되어버린 

당신을 모래라는 것을 통해 은유적으로 표현하여 보여준다.

 

 

정소정 극작가

 

작가의 글
극작가에게 공연은 하나의 기적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환영처럼, 혹은 잠만 자는 동화 속 공주처럼 그렇게 제 안에 머물러있던 말들이 비로소 깨어나는 순간입니다. 평소 가장 존경하는 심재찬 연출님과 너무나 훌륭한 배우님들, 그리고 대한민국 최고의 극장까지. 이제 막 첫 발을 내딛는 저에게는 과분한 것들이 허락된 것 같습니다. 더 좋은 작가가 되라는 뜻으로 알고 정진하겠습니다. 극장을 채워주실 관객여러분들의 얼굴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뜁니다. 

 

부산에서 태어나 수원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녔다. 고등학교 시절 연극반을 하며 처음 희곡을 썼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며 몇 편의 영화를 쓰고 연출했다. 2012년 <모래섬>으로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당선, 같은 해 <뿔>이 봄 작가 겨울무대 최우수작으로 선정되었고, <가을비>로 밀양국제공연예술제 작품상을 수상했다. 2022 한경 신춘문예에서는 <미쓰 불가마>로 스토리 부문 1등에 당선되었다. 일상과 환상의 경계를 허무는 특유의 감각, 현대인들의 불안을 섬세하게 짚어내는 날 선 시선으로 주목받으며 평단의 호평과 관객들의 지지를 동시에 이끌어내고 있다.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당극 '옹고집전'  (1) 2026.01.19
김상열 '까치교의 우화'  (1) 2026.01.19
허규 '애오라지'  (1) 2026.01.17
박승희 '홀아비 형제'  (1) 2026.01.17
이병도 '사람들, 그의 꿈'  (1) 2026.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