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칼 슈테른하임 '호제'

clint 2026. 1. 13. 20:12

 

 

황제의 행렬을 구경하던 도중 마스케 부인 루이제의 팬티가 사람들 앞에서 
흘러내리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 스캔들을 목격하고 그녀를 유혹하기 위해 
마스케의 집에는 두 명의 하숙인이 세 들게 된다. 
만델스탐은 루이즈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 리하르트 바그너를 헛되이 낭송하고, 
스카론은 시적인 거만한 표현으로 그녀를 유혹 후 방으로 사라져 스스로를 가둔다. 

대신 테오발드는 이웃 여자 도이터와의 관계에서 자신의 에로틱한 욕구를 
충족시키면서도 모든 질서와 겉보기에는 품위 있는 예의를 유지한다. 
사랑의 모험을 꿈꾸던 루이제의 시도가 좌절되고 마스케가 예상 밖의 성과를 
거두며 반전이 일어난다. 

 

 


가부장적이고 속물적인 마스케는 본성을 감춘 채 사회 질서에 순응하면서도 
속으로는 자신의 욕망을 추구하는 시민 계층의 이기심을 드러낸다. 
이러한 인물의 완벽한 승리는 역설적으로 관객의 이입을 방해한다. 
한편 육체적으로는 활력이 넘치지만 고루하고 편협한  말단 공무원 마스케는 
거짓된 이상을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는 현실을 무시한 채 교양 콤플렉스에 둘러싸여 정신적으로 허황된 이상을 좇는 

두 하숙인의 모습과 대비된다. 표면적으로는 해프닝에 가까운 팬티 사건에서 
시작한 작품은 결말부에서 당혹스러움을 안기며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위선과 속물성이 만연한 시민 사회를 풍자한다.

 



독일 표현주의 희곡의 선구자 카를 슈테른하임의 대표작 <호제>는

급속한 산업화와 고속 성장을 이룬 빌헬름 시대를 배경으로,

시민사회의 위선과 약점을 신랄하게 폭로한다.

인간의 개성을 억누르고 획일화된 사회 속에서 주인공은 성공을 거두지만,

그들의 승리는 그 사회처럼 불쾌하고 우스꽝스러우며 어딘가 위험하다.

이를 통해 슈테른하임은 겉으로는 질서와 번영을 내세우면서도 내면에는

균열을 안고 있던 당시 독일 사회를 비판하며, 전쟁으로 이어지는

사회의 징후를 예리하게 포착하고 외설과 웃음, 허위와 진실의 경계를 가로지른다.

 

 

칼 슈테른하임
초기의 낭만적이고 신비적인 시기를 지나 1911년부터 1916년까지 <속바지>, <금고>, <1913년>, <시민 쉬펠>, <스놉>등 시민 계층의 생활을 그린 희극들을 발표한다. 그는 자본주의와 대중 사회화로 인해 파괴되어 가는 개인주의를 한탄하며 자신만이 가진 천성을 즐기도록 권유하고, 이를 ‘자신만의 고유한 뉘앙스’라 칭한다. 1933년 나치가 집권하면서 그의 책들은 금서가 되었고 슈테른하임은 경제적으로 곤란한 상황에 처한다. 1942년 사망하기 몇 달 전, 전 부인인 테아 바우어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는 “이제 삶에 진저리가 났으며” 그가 이 세상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종말이 다가오는 것”이라고 쓰며 외로움을 호소했다고 한다. 
표현주의 선구자의 일인으로 꼽히는 슈테른하임은 빌헬름 시대 시민 사회의 폐단을 풍자한 많은 희극 외에도 단편들과 장편의 소설도 집필했다. 그에게는 탁월한 풍자 작가라는 평이 따랐는데 그 자신은 자기가 풍자적으로 현실을 묘사한 것이 아니라 현실을 있는 그대로 그렸을 뿐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자기 작품이 웃기는 것이 아니라 현실 속의 사람들 자체가 희극적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