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방창성 '아카시아 꽃이 피었습니다'

clint 2026. 1. 9. 06:14

 

 

사별한 아내를 먼저 보내고 홀로 벌을 치며 무료한 일상을 달래시던 
팔순의 아버지가 다리를 다치셨다는 소식을 들은 세 딸들은 고향으로 돌아가 
아버지와 여생을 함께하기로 결심한다. 각자 도시에서 가정을 이루고 있는 
황혼의 세 자매, 남편과 자식, 손자·손녀들의 걱정과 만류를 뒤로하고 아버지를 
모시기 위한 아카시아 세자매의 고향 원정기가 시작된다. 
어릴 적 아카시아 활짝 핀 길을 걸으며 아카시아꽃을 따먹던 기억부터 시작해 
아버지와 세 딸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다. 
딸들은 정성스레 밥을 지어 아버지께 대접하고, 아침에는 아버지의 손발을 
씻겨 드리며 하루하루 아버지와 의 애틋한 마지막 추억을 쌓아간다.
어버이날에는 산에 핀 야생화를 꺾어 아버지의 가슴에 달아드리고 
노래도 불러드리며 어떨 땐 소를 대신해 황혼의 세 자매가 쟁기를 끌기도 하고, 
병든 아버지 대신 초보 양봉꾼이 되어 벌에 쏘여가며 새로이 벌통 분봉도 하기도 
한다. 그 와중에 세자매와 아버지의 웃지 못할 헤프닝에 말다툼도 벌어지고...

 

 


그러던 어느 날, 외부인들로부터 꿀통을 지키려 밤새 불침번을 서던 큰 언니가 
몸살로 앓아눕고 만다. 다음날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에 가기로 했던 세 자매는 
결국 막내와 아버지만 시내의 병원으로 향하고 둘째는 큰 언니 병간호로 집에 
남게 된다. 집으로 걸려온 한 통의 전화. 그 전화를 받은 둘째는 아무 말도 없이 
그저 눈물만 흘린다. 다시 모인 세 자매와 아버지의 저녁 식사 시간. 
첫째는 어딘가 이상한 행동을 보이며 횡설수설하다가 아버지에게 그 동안 참았던 
감정을 폭발시킨다. 그리곤 아버지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데...
말기 암이었다.

 



핵가족화가 점점 심해지는 요즘 우리의 아버지들은 가정에서 더욱 더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그런 요즘 세상에서 아버지와 함께 볼 수 있는 연극 한편이 바로 
이 작품이다. 부녀지간의 정을 다잡을 수 있을 것이다. 가족간의 정을 새로 다잡을 
수 있는 재미있고 따뜻한 내용에 감동까지 줄 수 있는 이 연극은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연극이다. 그리고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그 역할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아내를 먼저 보내고 홀로 쓸쓸히 고향을 지키는 아버지를 위해 늙은 세 딸이 
각자의 가족을 팽개치고 고향으로 다시 모였다?!
과연 세 할매들은 깡촌에서 적응하며 아버지를 잘 지킬 수 있을까?
평생을 가족을 위해 그림자처럼 살아오신 우리 아버지의 쓸쓸하고 
외로운 이야기이면서 세 딸들은 같이 지내며 다시 옛날로 돌아간듯
즐겁게 아버지를 부른다. 아버지! 아버지, 그대가 있어 행복합니다.

 


작. 연출의 글 - 방창성 
"한 아버지는 열 아들을 키우니 열 아들이 한 아버지를 봉양키 어렵다."- 독일 격언
얼마 전 지하철에서 본 짧은 글과 실화가 떠오른다. 기다란 봇짐을 질머진 사내가 그 무게에 짓눌려 왜 이다지도 사는 것이 힘든지 모르겠다며 침울하고 황폐한 얼굴로 서 있었다. 그러나 그 사내의 아래에는 자식과 자식의 거대한 짐까지 떠맨 허리 휘어진 노구의 아버지가 반면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는 불에 덴 듯 뜨겁고 황망한 마음이 되어 한참을 그 앞에 망연히 서 있었다. 서른을 넘기고도 강팍한 삶에 쉽사리 절망하고 통분했던 스스로가 자못 부끄러웠으 데 일흔을 넘긴 늙으신 내 아버지가 떠올라 코끝이 찡해왔다. 
어린 시절, 기대하고 강인하여 경외감마저 들었던 나의 부모도 이제는 늙고 추레한 노인이 되서 외롭게 살아가고 있다. 나 또한 내 삶의 무게를 견뎌내느라 부모를 돌아볼 여지가 없었다. 늙은 부모는 어느새 저 멀리 외떨어져 가끔 떠오를 때면 그저 아프고 마음 불편하게 만드는 존재로 전락해 버렸다. 가끔 자식의 안부가 궁금해 전화를 걸어 보고 싶어도 괜스레 마음의 부담을 줄까 싶어 전화조차 하지 못하는 부모의 깊은 마음을 나는, 우리는 언제쯤이나 제대로 헤아릴 수 있을까? 나는 그저 이 위대한 사랑 앞에 묵묵히 서 있을 뿐이다.

 

방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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