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위성신 'THE BENCH'

clint 2025. 12. 27. 06:43

 

 

<긴 여행>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어느 오후.

우산을 들고 검은 상복을 입은 긴 장례행렬.
자신의 상황이나 관계를 떠나 오직 죽은 자를 생각하는 하나의 마음으로
슬픔에 잠긴 사람들. 모든 이들의 맞은 편에 그의 정부가 다가온다.

그의 아내와 그의 정부. 서로 스치는 두 사람.

서로의 존재를 아는 두 사람..


<엄마와 딸> 퇴근길, 엄마의 전화를 받고 집 앞 공원 벤치에서 엄마를

기다리고 있는 정은, 엄마는 딸을 보고 장난기가 돋는다.

엄마와 딸 사이에 잊혀져가는 정을 다시금 되새겨주는 이야기로서

벤치에서 편하게 오고가는 대화 속에서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걱정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도시속의 벤치> 무수한 도시의 풍경과 이미지, 영상.

무대 위엔 도시를 활보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형상화된다.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그들 속에서 벤치는 외롭다.
아침, 오후, 그리고 저녁 그 사이를 지나는 사람들과 그 속에 있는 벤치.

 

 


<이상한 정신세계의 앨리스> 벤치에 앉은 여자.

오늘도 책을 읽는다. 이때만큼은 내가 주인공이다.
그녀는 꿈꾸길 좋아한다. 그녀를 스치는 남자들..

내 옆에 앉은 남자..오늘 잘못 걸렸다.
이제 그녀의 발칙한 상상이 시작된다.


<소풍>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뇌성마비 언니. 그리고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언니까지 책임지게 된 동생. 행복하지만 하루하루 지쳐만 간다.

오늘은 언니와 오랜만에 소풍에 나선다. 어릴 적 놀러왔던 놀이공원,

그리고 그 벤치...가장 행복했던 그 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즐거워한다.

오늘 이 벤치는 그 둘에게 어떤 추억으로 남게 될까?

 

<벤치위의 세 남자> 벤치에서의 시체놀이. 난폭성을 통한 사회 비판의 이야기
다소 심하다는 행동과 함께 나와 동떨어진 이야기 같아 보이나

나도 이렇게 살아가고 있지는 않을까 질문을 하는 사회적인 문제를 벤치와 함께

세 남자가 잘 표현하는 이미지 연극이다.

 

 


<해질 녘>해지는 노을만큼이나 아름다운 노년의 부부. 찬란한 노을빛만큼이나

그들의 삶도 아름답지만 이제 저물어 간다. 아픈 남편과 그런 남편을

산책시키려는 아내. 다투기도 하고 웃기도 하며 함께 해온 시간들...

많은 걸 바라지 않는다. 그저 처음을 함께했듯 그 끝도 함께하길...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랬다..내일도 그럴 수 있을까?


<사랑이미지>벤치는 그들에게 사랑이며 아픔이다.
-비와 신문-
벤치 위의 남녀, 신문 그리고 비... 그들은 벤치 위에서 사랑을 한다..
비에 젖듯 그들은 점점 사랑에 젖어든다.
-비와 슬러시-
한 여자가 울고 있다..그 여자.....자꾸 바라보게 된다.

사랑이라는 거..이렇게 시작되는 건가?
어느새 그녀가 바라보는 곳에 내가 있길 바란다.

그녀가 나를 바라봐주길 바란다. 벤치.........
내 마음을 전해줄 수만 있다면....


<문밖의 벤치>- 이미지
무대 위에 문이 열려진 채 놓여있다. 그리고 그 문을 통해 벤치가 보인다.
비행기가 지나고 벌레가 울고 봄, 여름, 가을, 겨울..그리고 그 삶의 소리들
시간이 흐르고 모두가 변하지만 벤치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보통의 연극은 하나의 주제를 1시간 30분 정도의 공연시간에 녹아낸다.
그러나 더 벤치는 무대에 정말 우리가 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긴의자 하나가 전부인 극이면서,
또 일곱개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옴니버스 연극이다.
긴 여행, 도시속의 벤치, 이상한 정신세계의 앨리스,
소풍, 해질녁, 사랑이미지, 문밖의 벤치..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되어있는 이 연극은
때로 감정을 적절히 춤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때로 낮은 목소리로 전달하기도 하고
때로 웃음으로 허를 찌르기도 한다.
진부하지 않게 일상의 소재를 발칙하게 풀어낸다.

 

 

작가 겸 연출가의 글 - 위성신
애정과 아쉬움이 많은 작품이다. 지난번 작업은 변방연극제와 실험 그리고

대중성이라는 혼재된 상황에서 방황하고 틀에 갇힌 작업이었다.
'Human with the bench- 벤치와 함께한 사람들의 이야기'
내가 좋아하는 두 가지, 벤치와 사람들의 풍경이다.
어쩌면 올해 말쯤 이 벤치와 사람들 그리고 사랑이야기를 묶어 새로운
'사랑에 관한 다섯 개의 소묘 - The Bench 버전'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벤치와 함께하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 벤치가 주인공이다.
우리 주변에는 묵묵히 자신의 무게감을 가지고 버티어주는 존재들이 많다.
친구처럼, 고향처럼 안아주고 휴식을 제공하고

감싸주었던 시간들과 얘기들, 그리고 사람들!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꺼리가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이번에는 특별히 벤치와 함께했던 그 풍경 속의 사람들과

벤치 얘기를 끄집어내 보고자 한다.
언어와 비언어. 이번 작업은 언어적인 표현보다는 움직임과 이미지를

중심으로 극을 구성하였다. 물론 말이 많은 장면도 있다.

굳이 언어나 비언어라는 틀 속에 맞추려고 노력하지는 않았다.

올바른 선택이냐는 것이 중요하지, 관객과 만나는 표현적 수단은 그 무엇이어도

무방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언어면 어떻고 비언어면 어떠리…….

벤치와 나. 나는 벤치가 있는 풍경을 좋아한다.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았고

그동안 벤치를 시용했던 연극들도 많았다. 이번 벤치 이야기도 몇 년 전에

학생들과 함께했던 작업의 연장선에서 나온 작품이다.

그 모든 벤치이야기를 다 만들고 보여줄 수 없어 안타깝다.
내 삶 속에 벤치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작업의 조건. 어려운 여건 속에 하는 작업이다.

물론 태반의 어려움은 돈 얘기다.
항상 산다는 것이 고맙고 그것이 다 표현 안 되는 것이 미안하다.

사랑하는 이들이여 항상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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