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재현 '강릉매화전'

clint 2025. 11. 29. 10:32

 

 

죽마지우 김생과 이생이었으나 김생은 장원급제를 하고 이생은 진시급제에 
머물러 강릉부사를 제수한 김생은 이생을 데려와 별당에서 거처하게 한다.
그러나 이생은 별당에서 고고하게 학문에만 전념하여 부사와 인근 구령들의 
호의를 조소하고 조롱하자 부사는 관기 매화를 시켜 이생과 인연을 맺도록 한다.
별당 아래를 지나 멀리 호수가로 빨래 다니는 매화의 아릿다운 자태에 이미 
마음이 기운 이생. 그러나 이생은 방자와 노복에게 그의 내심을 숨기고 오직 
학문에만 전념하는체 한다. 그러나 홀연 매화가 그의 앞에 나타남으로 대장부의 
굳은 마음도 눈 녹듯 사라지고 비로서 두 사람의 결연은 이루어진다.
매화를 흠모하는 이생의 상사가 극심함을 안 방자는 마침내 매화를 데려오고 
호젓한 별당에서 두 사람의 무산지몽은 펼쳐진다.
밤마다 매화와 요대의 즐거움을 나누기에 세상 모르는 이생에게 청천벽력 같이 
부친 이재상의 환후가 시급하다는 비보가 날아 들어온다. 아무리 경황 없기로 
매화와 작별을 안할 수는 없는 일이었으나 부사의 성화가 대단하고 또 매화와의 
일은 전혀 모르고 있는 것으로 되어 있으니 어이 하랴. 이생은 눈물을 머금고 
강릉을 떠난다.
홀로 한양길에 오른 이생의 심회는 착잡하다. 그런데 한양서 내려오던 한 창두가 
희소식을 전해주니 부친이 쾌유하여 그대로 돌아가라는 친교다. 
이생은 달리는 말에 채찍을 하여 매화가 있는 강릉으로 급히 되돌아간다.
가던 길에는 안 보이던 무덤이 하나 길 옆에 있어 이생은 의아하여 멈춘다. 
그런데 뜻밖에 초동이 그 무덤의 내력을 말하는데 그것이 바로 이생의 박정함을 
비관하고 죽은 매화의 무덤이라는 것이 아닌가. 이생은 대성통곡하며 무덤 앞에 
엎드려 제문을 올리니 이승에서 맺은 매화와의 짧은 인연이 너무도 허무했다.

1978년 국립창극단 공연사진

 


강릉 별당으로 다시 돌아오기는 했으나 이생은 침식을 잊고 오로지 매화만을 
애타게 부른다. 을씨년한 별당의 교교한 어둠속. 비몽사몽간에 매화의 목소리가 
들려오니 이생은 소스라쳐 놀란다. 이윽고 그의 앞에 찬연히 나타나는 매화. 
비록 유명은 달리하였으나 매화는 이생이 그리워 다시 이승을 찾아온 것이다. 
정사에 눈이 어두운 이생이라 이승과 저승을 분간 못하니 점입가경이라.
이생은 다시 별당에서 매화와 꿈같은 세월을 보낸다. 여기에서 매화가 이생을 
저승으로 유혹한다. 이미 사리를 분별못하는 이생이라 흔쾌히 따르자 매화는 
이생이 객사하였다고 한다. 부사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와서 이생의 죽음을 
슬퍼하니 이생은 깜빡 속을 수 밖에.
이젠 귀신이 되어 이 집 저 집 토식을 하로 다니며 연명하는 이생과 매화. 
두 사람은 생일잔치 준비에 부산한 이방의 집을 찾아와 이방을 혼내주고 마음껏 
토식을 한다. 경기 든 이방을 살리느라고 무당 장님 모두 불러 야단을 피워대니 
배부른 두 사람은 그것을 여흥으로 즐기고 유유히 이곳을 떠나간다.
기신이 되어 사서 칠서가 다 무슨 소용이랴. 이생은 토식으로 배 채우고 
매화와 운우지락만을 나누는 것이 일이던 중 이곳에 이방의 딸 연연이가 
참새처럼 날아들어 이생은 유명의 다름을 잊고 연연을 농락하려 한다. 
매화가 이 일로 인해 질투가 증오로 변하여 마침내 연연이를 쫓아 보내고 
이생을 동헌으로 유혹하여 날씨가 덥다고 의관을 벗으라고 한다.
부사를 비롯한 인근 수령들이 모두 모이고 육방관속과 기생들이 어울려 잔치가 
무르익은 동헌에 매화를 따라 나신의 이생이 들어서니 귀신의 모습을 누가 
볼 수 있으랴. 이생은 잔치상 위를 마구 다니며 어지럽게 토식을 하는데... 
보다 못한 부사가 마침내 이생을 나무라는 것이다. 
비로서 오랜 꿈에서 깬 이생은 몸 둘 바를 모르나 부사는 오히려 자기의 지나친 
처사를 사과하며 저승이 그렇게 좋은 곳이라면 모두 저승으로 떠나 보자고 
흔쾌히 말하는 것이다.

매화역에 김영란, 이생역에 오현경



<강릉매화전> 판소리 열두마당 중에 하나이나 그 텍스트가 전래되어지지 않아 
이  극본은 거의 극작가 이재현의 창작으로 완성되었는데 전해내려오는 줄거리는 
얼핏 보면 배비장전과도 비슷한 플롯으로 짙은 풍자성이 엿보이는데 이와 가장 
유사한 고전으로는 오늘날에 전하여지는 작가미상의 <오유란전>이다.
조선시대의 호색적인 풍자소설 <오유란전>은 강릉이 평양으로 바뀌고 부사가 
평양감사로 바뀌었을뿐 <강릉매화전>과 구성이 거의 일치한다. 후반에 가서 
감사로 인해 망신당한 것을 복수하는 것이 다를 뿐인데 그 설정자체가 지극히 
작위적이고 성적인 표현이 너무나 지나쳐 후에 가필된 인상을 짙게 풍긴다.
'강릉매화전'은 다행히 1993년에 사설정착본 '매화가라'와 2002년 한글 필사본 
'골생원전'이 발견되면서 전체 내용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작품이 1978년에 
처음 공연된 국립창극단의 창극 <강릉매화전>은 신재효의 '오섭가'와 정석주의 

<교방제보>, 송만재의 <관우희> 등에 간략하게 나타나 있는 내용을 바탕으로
 극작가 이재현이 극을 풍자적이고 해학적으로 쓰고 연출가 허규가 해석해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

 

이재현 작가



연극으로는 1981년 극단 실험극장의 77회 공연으로 처음 공연되었다. 
작가는 이재현, 창극의 대본을 거의 대사로 바꾸었지만 그 풍자와 해학은 유지했다.

그리고 연출은 류흥열. 오현경과 권성덕, 김영란이 이생, 김생, 매화로 출연했다.
이재현 작가는 <오유란전>도 집필했는데, 1979년 한양대학교 극회에서 초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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