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날, 시집간 딸이 남편과 함께 빈털터리가 된 채 같이 살기 위해
집으로 들어온다. 그렇게 다섯 식구가 한 집에서 살기 시작한 다음 날,
아버지는 패륜범죄가 일어난 곳으로 가서 그 동네의 정신을 바꾸겠다는 편지를
남기고 사라진다. 자주 있던 일이라 가족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
육군대령으로 예편한 아버지. 부인과 딸 둘이 있으나 자식들이 독립할 처지가
못되다 보니, 그의 연금으로 살아가던 차에 큰딸 내외도 사위의 운전사고로
모두 부양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런 나들이를 한 것일까?
보통 열흘에서 보름 정도 걸렸던 아버지의 나들이가 길어지고
삼촌의 아버지에 대한 불길한 꿈 얘기로 집안이 뒤숭숭해진다.
경찰과 함께 가족들은 아버지를 찾으러 가지만 아버지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두 번째 배달된 아버지의 편지, 삼촌의 또 다른 꿈,
연금공단 직원의 방문으로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서 아버지의 행방은
점점 더 묘연해지는데...

이 연극은 이젠 낯설지 않은 말이 되어 버린 ‘무연(無緣)사회’.
함께 살다가 혼자 죽는 사회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극단 세소래의 창작극이다.
작가 박태환은 "누구에게도 연락하지 않은 채 홀로 자기 죽음과 마주하는
사람들의 사연을 한 편의 연극으로 만들어 관객들과 나누면서 함께
고민해보고 싶다"며 연극의 작의를 밝힌다. 코믹소란극이란 부제의 이 작품은
2016년 울산연극제에서 대상 등 6관왕, 전국연극제에서 은상과 우수연기상을
수상한 극단 세소래의 대표적인 레퍼토리 작품이다.

군인정신이 투철하고 '효'의 정신을 전파하려는 아버지의 의지가 크기에
패륜범죄가 일어나면 조용히 그 내용을 파해처 보이지 않는 선행을 하는
인물로 나온다. 하늘이 내린 효자라 칭송받는 송도선생의 효행을 본받고
이 사회에 ‘효’의 정신을 전파하기 위해 숨은 노력한 것이다.
그러나 자신은 얼마전 불치병의 진단을 받고 조용히 사라지며
'아무것도 하지 마라'는 유언 같은 편지를 남기고 잠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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