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박수진 '용병'

clint 2025. 11. 22. 19:30

 

 

IMF로 실직당한 김씨와 이씨. 김씨는 월남참전 후 고엽증 후유증을 앓고 있으며

이씨는 중동 건설 노동자 파견 때 입은 사고로 한쪽 팔을 잃은 상태이다. 

한편, 정부에서는 실업자들이 날로 늘자 공공근로사업을 통해 이를 해소하려 하지만

시간 때우기란 비판에 따라‘황소개구리 소탕사업’이라는 새로운 방안을 내놓는다. 

무리하게 수입한 황소개구리가 오히려 생태계를 파괴하는 주범이 되자

전국의 실업자들을 모아 황소개구리를 잡게 하는 공공근로사업을 펼쳐 실업자 해소와

공익성 획득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려는 생각인 것이다. 

고등학교시절부터 친구인 김씨와 이씨는 황소개구리 소탕사업장에서 만나 지난 일들을

회상하며 김씨가 보물처럼 지니고 있는 김씨 아버지의 일기를 통해 지금의 자신들이

아버지가 하던 독립운동 같이 생존을 위한 치열한 싸움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김씨 아버지는 3.1운동 직후 상해로 건너가 김구 선생을 찾아가 당시 임시정부에서

계획 중이던 ‘본토 수복작전’을 수행할 특공대로 선발돼 특수훈련을 받게 된다. 

김씨는 그런 아버지의 활동을 일기를 통해 읽으며 자신이 월남전에서 겪었던 참혹한

전쟁의 기억을 되살리고,이씨 역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파견근무 중 의처증으로

고민하다가 끝내 사고로 한쪽 팔을 잃은 기억을 되살린다. 

그러던 중 정부에서는‘황소개구리 소탕사업’ 인원을 절반으로 줄이고 그 나머지를

다른 실업자로 채우기 위해 선발방법을 체력측정을 실시한다고 공표하자,

김씨와 이씨는 어려움을 무릅쓰고 체력훈련을 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김씨와 이씨는 퇴근길에 어린아이를 치고 뺑소니치는 사고를 일으키고,

막다른 골목에 몰린 두 사람은 체력측정 마지막 시험인 번지점프를 치르게 된다. 

번지점프대에 올라간 두 사람은 본토 수복작전 투입을 위한 마지막 훈련으로 헬기

낙하 훈련을 앞둔 김씨 아버지의 환형과 마주치게 된다. 이봉창과 윤봉길이

조선괴뢰정부가 고용한 용병이라는 일본신문기사에 분노했던 김씨 아버지의

본토 수복 소원은 그 힘든 훈련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루어지지 않게 되고,

김씨와 이씨도 번지점프대 위에서, 자신들이 이 사회에서 온 힘을 다해 일하다가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용병이 아닌가... 쓸쓸한 생각에 점프대에서 몸을 던진다.

 

 

 

70년대 각기 월남과 중동에서 청춘을 불사르며 경제발전에 공헌했지만 90년대

실업자로 전락한 고교 동창생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현대사를 반추해 보는

연극이다. 2000년 극단 미추의 서울연극제 자유참가작인 `용병'이다.
이 작품은 월남전 참전후 고엽제 후유증을 앓고 있는 이씨와 중동건설 노동자로

일하다 한팔을 잃은 김씨가 IMF로 실직을 당한 뒤 공공근로사업장에서

만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들은 황소개구리 소탕사업에 동원되어 일하면서

3.1운동 직후 상해로 건너가 독립군 활동을 했던 김씨 부친의 과거를 회상한다.

이 과정에서 일제 시대부터 현재에 이르는 우리 현대사의 굴곡과 명암이 교차된다.

 

 

 

98년 첫 장편희곡인 `춘궁기'로 삼성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박수진과

99년 백상예술대상 신인연출상을 수상했던 연출가 강대홍씨가

`춘궁기'이후에 두 번째로 콤비를 이룬 작품이다. 이 공연에는 극단 미추의

대표적인 배우인 정태화와 전일범씨가 주인공을 맡아 열연하는 가운데

미추의 젊은 배우들까지 가세해 탄탄한 팀워크를 선보이며,

중견배우 윤문식이 극 중간에 감초격인 청소부로 등장해 웃음을 선사한다.

 

 

 

 

작가의 글 - 박수진

우리 할아버지들께서 목숨 내걸고 조국광복의 전장 한가운데로 뛰어들지 않으셨다면 지금 우리들이 그 일을 대신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 아버지들께서 베트남 정글 한가운데서 사선을 넘나들지 않으셨다면, 사우디 작렬하는 뙤약볕 밑에서 건설의 비지땀을 빼내지 않으셨다면 지금 우리가 그 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나 그 땅에서 난 젊음의 몫으로 떠넘겨지는 문제들은 있기 마련이니까요. 희망으로 시작한 새 세기니까 심호흡 한 번 깊게 하고 돌아봤으면 합니다. 그렇게 당신들 젊음의 몫을 다 하신 우리 아버지들은 지금 어디에 가 계신 건가. 구세대란 명패를 걸어서 마구 몰아붙이면 새 세기 언덕 넘어 어디로 가셔야 되는 건가,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우리는 또 우리 젊음의 몫으로 어떤 일을 해결해 내야 우리 후손이 그 일을 대신하지 않아도 될지.... 용병은 그런 생각을 출발점으로 삼은 이야기입니다. 무대는 현실의 잣대로는 가늠이 불가능한 전혀 다른 시간과 공간, 전혀 다른 속도와 박자를 갖고 있다고 배웠습니다. 희곡을 쓴다는 것도 결국 그 새로운 시공간, 속도와 박자를 만들어 내는 일 일진데 그게 튼실하지 않으니 무대에서 움직이시는 분들이 매번 고생을 하십니다. 용병의 시공간, 속도와 박자를 만들어 주신 강대홍 선배님께 감사드립니다. 매번 넉넉한 그늘을 만들어 주시는 극단 미추의 손진책 선생님께 고개 숙여 감사 올립니다. 이번에도 그 그늘 밑에서 거센 비바람 피해 갑니다. 모두에게 가을은 여름을 보상받는 계절이었으면 합니다.

 

 

 

박수진

1972년 서울 출생. 극작가. 서울예술대학 극작과를 졸업하고, 삼성문학상을 수상한<춘궁기>(1998)로 공식 데뷔해 무서운 신예작가로서 일찍부터 기대를 모아왔다. 1999년 극단 미추에 의해 초연된<춘궁기>는 문예진흥원선정 우수레파토리로 꼽혀 이듬해 재공연되었다. 박수진은 연이어 2000년에 문예진흥원 창작활성화기금 선정작<용병>을, 2001년과 2002년에는 서울시 무대공연사업에 선정된 <영광의 탈출>,<한여름밤의 꿈>(각색) 등의 화제작을 발표하며 꾸준한 활동을 펼쳤다. 이밖에 박수진은 툇마루무용단에서 올린 서울공연예술제 참가작 <불꽃>(2001)의 무용극 대본과 영화진흥위원회 디지털 장편영화지원 당선작 <양아치어조>(2003) 등의 시나리오를 집필하며 다방면에서 그 재능을 인정받고 있다. 그가 2년 만에 발표한 신작 <줄리에게 박수를>(2004)은 작품의 스타일 변모와 함께 보다 성숙한 세계관을 선보여 호평 받았다. 후에 영화 각본 <국제시장>으로 52회 대종상 각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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