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호는 경기권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철거 노동자다.
출근은 평소와 다름없다. 현장은 언제나 낡은 구옥 이거나 빈 공터다.
구옥을 해체하거나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만드는 일을 한다.
구옥을 해체하는 중에 걸려온 전화.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윤호는 병원이라는 수화기 넘어 들려오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가슴이 내려앉는다. 그리고 윤호 옆에는
베트남에서 건너온 '쯔엉과 반장이 있다.

"땀에 절은 작업복에서는 은행나무 열매의 냄새가 풍겼습니다.
철거를 막 끝낸 집의 내부와 외부에서도 비슷한 냄새가 풍겼습니다."

무명의 철거노동자의 죽음을 그림자와 빛, 오브제를 통해 시어에 가까운
문학적인 언어로 표현한 작품이다.
한 철거 노동자의 독백으로 구성된 공연은 주인공 고윤호의 일상 공간과
철거를 진행하는 구옥의 공간 그리고 기억의 공간들을 빛과 그림자,
오브제를 통해 이야기한다.
구옥의 철거와 무명 노동자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무대는 시간이 흐를수록
장면이 더욱 정교하게 구성된다. 문학적인 시어로 펼쳐진 언어들이 공간으로
확장되며, 담담한 이야기는 공간의 힘으로 관객에게 다가간다.
철거가 끝난 곳에는 다져진 터만 남는 것처럼,
오브제, 빛, 그림자로 가득했던 무대는 죽음을 떠나보낸 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살아가십시오’라는 작가의 말처럼,
구옥이 철거된 자리는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고,
죽음을 떠나보낸 사람에게도 내일이 온다.
지나가버리는 존재들과 기억을 질문하며,
‘매일,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담아낸다.

이용훈(작가)
희곡작가이자 시인이다. 2018년 '내일을 여는 작가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고, 2022년 첫 시집 <근무일지> 를 출간했다. 2023년 국립극단 '창작공감;희곡' 공모에서 <오함마백씨행장 완판본>이 선정되어 희곡작가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용훈은 작가이기 이전에 공사현장의 잡부, 택배노 동, 청소노동 등 다양한 일을 하였고, 시집 <근무일지>와 <오함마백씨행장 완판본>은 그가 살아온 삶의 기록 같다. 삶과 노동의 다양한 순간들을 이용훈 작가만이 가진 시선과 시어로 서사되어 있다. '삶과 시가 하나인 세계. 그 세계가 여 기에 있다'고 이용주 시인이 말했고, '산문이 시를 압도하고 시가 다시 산문을 포용하는 순환'이라고 김수이 문학평론가 가 평했다. 이용훈 작가의 문체는 복잡하지 않고 담담하다. 그리고 은행나무 열매'의 냄새 같은 노동의 체취가 느껴진다. 이용훈 작가는 지금도 여전히 철거 노동을 하고 있으며,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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