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뮤지컬 '과거를 묻지 마세요'

clint 2025. 11. 22. 05:05

 

 

1950년 6월, 19살 옥이의 결혼식이 있던 날
결혼식 사진을 찍으며 터지던 마그네슘소리는 북한군의 대포소리에 묻히고, 
남편 기중은 돌아온다는 말을 남긴 채 옥이의 손에 작은 멜로디 시계를 
정표로 남기고 인민군들의 강제 부역에 끌려간다.
연합군의 반격으로 인민군이 퇴각하고, 국방군은 인민군에 협조한 가족들을 
색출하기 시작한다. 평소 옥이를 짝사랑하던 춘수는 색출작업에 앞장서며 
옥이에게 접근해, 공산군인 기중을 눈감아주는 대가로 자기와 살 것을 강요한다.
도망가려던 옥이에게 춘수는 어린애를 해꼬지 하겠다고 위협하며 윤간한다.
이 일을 계기로 옥이는 고향에서 설 땅을 잃어버린다.
중공군의 개입으로 1.4 후퇴가 시작되고 기중을 기다리겠다던 옥이는 
할머니에게 등 떠밀려 피난길에 오른다. 피난 행렬은 폭격으로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옥이는 정신을 잃는다. 울어대는 옥이의 갓난 아기는 지나던 
어느 목사의 손에 구해진다. 피난길에서 피양아저씨에게 구해진 옥이는 
서울역을 주름잡는 소매치기단의 그늘에서 비참한 생활을 하게 된다. 
어느 날 서울역 소매치기 검거가 대대적으로 실시 되는 날 피양 아저씨는 
소매치기 두목을 경찰에 고발하고 옥이와 함께 도망을 친다.
1960년 4월 19일 4.19 데모가 시작되고 독재타도를 외치던 학생들이 옥이의 
술집으로 몸을 숨기려 흘러들고, 자유당 앞잡이 청년단원들이 경찰과 함께 
술집을 쑥밭으로 만든다. 청년단원 우두머리가 된 춘수는 옥이를 발견하고 
기중이가 전사했다고 거짓말한다. 경찰이 돌아간 후 숨어있던 대학생 준태의 
부상을 치료해주던 옥이는 기중을 닮은 준태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
그후 판자촌에 살림을 차린 옥이는 대학생 준태를 뒷바라지하며 어렵게 살아간다. 
느닷없이 들이닥친 준태 고모와 준태 약혼녀는 옥이의 살림집을 박살내고 
준태와 옥이는 이별한다. 준태를 보낸 옥이는 절규하고 그 충격으로 뱃속의 
아기를 잃는다.

 

결혼 사진을 찍자마자 바로 6.25 동란이 터진다.

 


20여년이 흘러, 80년대 초, 이산가족 찾기가 온 국민의 눈가를 적실 때 기중은 
옥이를 찾으러, 옥이는 잃어버린 아들을 찾으러 광장을 헤멘다. 전쟁에서 죽은 줄 
알았던 기중이 불구의 몸이 되어 자신을 애타게 찾는 것을 발견한 옥이는 
오열하지만 과거의 부끄러움이 그들을 다시 갈라 놓음으로 30년만의 해후를 
뒤로한 채 단절됐던 시간을 원망하며 두 사람은 다시 엇갈린 길을 간다.
옥이는 피양 아저씨와 함께 술집을 하며 준태와 살던 달동네를 떠나지 않고 있다.
국회의원 유세가 한창일 때 집권당 후보가 된 준태가 옥이를 만나게 되지만 
준태는 옥이를 외면하고 만다. 그날밤 준태는 옥이를 찾아와 20여년 전의 
헤어지게 된 일을 사과하며 옥이와의 과거가 당선에 지장을 줄지 모른다며 
선거전에 이 동네를 떠나 줄 것을 옥이에게 부탁한다. 
옥이는 준태와의 아름다운 추억만을 간직하겠다며 떠나기로 결심한다.
다음 날, 모든 정리를 끝낸 옥이에게 춘수가 찾아와 행패를 부린다. 
마침 기중이 나타나 싸움이 벌어지고 기중은 춘수의 칼에 찔린다. 
말리던 피양 아저씨도 춘수의 칼에 찔리고 결국 옥이는 춘수를 죽이고 만다. 
기중과 피양 아저씨 죽음 앞에서 옥이는 통곡한다.

 

 


에필로그 - 병실
옥이는 더 이상 버틸힘이 없이 숨을 몰아쉬고 있다. 옥이가 교도소에 있을 때 
순화목사님으로 알게된 정목사가 자신이 간직해오던 멜로디 시계를 옥이에게 
선물하자 옥이는 정목사가 자신의 아들임을 알게 된다. 옥이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은내리로 데려가 달라고 한다. 옥이는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손자들과 
은내리 교회 앞에서 사진 찍으며 즐거워하는 상상속에서 조용히 멜로디시계 
소리와 함께 숨을 거둔다.



한국 여성의 들풀같은 삶을 그린 토종 뮤지컬이다. 
제목에서 풍기듯 6·25 전쟁통에 생과부가 된 옥이란 여인의 파란만장한 
인생유전을 담았다. 공산주의 이념을 좇았던 남편, 옥이를 짝사랑하던 악한, 
정치인으로 변신한 운동권 대학생, 목사가 된 아들까지 우리 현대사의 
다양한 인물들이 옥이의 주변에서 인연을 주고 받는다.
1980년 이산가족찾기를 통해 남편이 살아있음을 확인하지만 '떳떳하지 못한' 
과거 때문에 남편 앞에 나서지 못하는 주인공 옥이. 그래도 목사가 된 아들을 
만나게 되지만 아들 앞에 엄마라는 말을 하지 못한다.

 


탤런트 임동진씨가 8년째 이끌어온 극단 예맥이 뮤지컬 전문극단으로의 변신을 
선언하면서 7억원을 들여 제작한 야심작이다. 탤런트 김자옥과 뮤지컬배우 우상민이 옥이 역으로 더블 캐스팅됐다. 또 선우재덕 남경읍 조형기 이정길 임동진 송재호 등이 출연한다. 김정숙 작, 김덕남 연출, 음악 최종혁, 안무 전미례가 맡았다. 
나애심이 부른 '과거를 묻지 마세요'를 비롯한 시대별 유행가와 창작곡이
어우러져 불려진다. 2000. 10월 3일~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공연.

 


과거를 향해 돌을 들지 말고 사랑과 위로하는 마음으로 - 김정숙 작가
먼저뮤지컬 '과거를 묻지 마세요'를 쓰면서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극단 예맥 사무실을 찾았을 때 임동진 대표께서 조심스럽게 작품의 제목을 말씀 하시면서 "2000년에는 서럽고 가여운 우리의 슬픈 역사를 눈물로 다 씻어버리고 새출발하였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누구의 잘잘못을 가리는 시비가 아니라 내 잘못이라고 먼저 빌어야 하고 과거를 단순히 덮어두는 것이 아니라 이해와 용서를 통해 거듭나야 한다...".
작품에 대한 꿈과 사랑으로 가득 찬 그 모습은 하나님의 증거로써 한 작가에게 꿈을 심어주었습니다. 저부터도 우리 스스로도 용서하지 못하는 과거를 남에게 용서하라고 면죄부를 들이대는 시지프스 꼴이어서 이미 우리의 과거를 용서하신 하나님께서 주신 밝은 내일을 보지 못하고 어두운 과거 속에서 살고 있기에 고단한 인생이라고 힘겨워 하고 있지나 않을까 하고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우리의 과거를 묻지 않으시니 우리도 자신과 타인의 과거를 향해 돌을 들지 말고 사랑으로 위로하는 작품을 하자"고 임대표께서 말씀하실 때 저는 우선 작가인 제 자신부터 구원 받은 양 감사하는 마음과 작가 자신의 욕심을 비우고 오직 하나님 보시기에 충실하려고 노력하고 또 기도하며 작품을 썼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훌륭하신 뜻을 표현하기에 아무래도 부족한 작품이 된 것 같아 우울하던 차에 연출 선생님의 노력과 최종혁 선생님의 훌륭하신 음악으로 저의 흉을 가리게 되어 감사합니다. 

 

김정숙 작가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황석영 '산국'  (1) 2025.11.23
박수진 '용병'  (1) 2025.11.22
이용훈 '오함마백씨행장 완판본'  (1) 2025.11.21
뮤지컬 '고구려의 불꽃'  (1) 2025.11.20
신성우 '창밖의 여자'  (3) 2025.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