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손현미 '내 마음의 보석상자'

clint 2025. 11. 18. 08:21

 

 

결코 행복할 수 없는 조건 속에 살아가는 현숙네 가족.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외동딸 윤희- 윤희는 친한 친구가 자살한 이후로 
생각이 마비된 듯 아무 말도 않고, 어떠한 자극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남편 종규- 대기업 간부에서 IMF이후 명퇴를 당하고 잇달은 딸의 병으로 
인해 정신적인 고통이 심하고 컨트롤이 안된다. 
현숙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허름한 실내 포장마차를 운영하며 늘 웃음을 
잃지 않고 행복의 조건을 찾아내 스스로를 행복하다고 다짐하며 산다
윤희와 종규도 건강한 모습은 아니지만 그래도 현숙의 일을 나름 도우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사소한 어려움들이 있지만 이제 만성적인 면역력이 
생긴 듯 어지간한 일들은 힘들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포장마차의 운영은 날로 어려워져가고 손님들이 하나 둘 발길이 끊어질 무렵 
홀연 현숙네 가게에 나타난 영자.- 현숙의 여고 동창생이다. 
밤무대 여가수였지만 이제 더 이상 설 무대가 없어지자 여기저기 떠돌던 중 
여고시절 절친이었던 현숙의 연락처를 알아내고는 찾아온것이다.
화려하고 나름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그녀는 여고시절부터 마치 단짝처럼 
늘 함께 다니면서 늘 즐거웠지만 현숙은 왠지 영자가 불편하고 싫기만 하다. 
현숙의 속마음도 모른 채, 마냥 반갑고 좋기만한 영자.
영자는 현숙에게 뭔가 도움을 주려는 듯 포장마차에서 노래를 불러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가게 매상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자신은 그냥 먹여주고 
재워만 주면 된다는 제안에 현숙도 큰 부담 없이 수락을 한다.
그렇게 시작된 이들의 동거, 예상대로 가게 매상은 오르기 시작했고, 
현숙과 영자 사이에도 전에 없던 새로운 우정이 싹트는 듯하다. 그리고....
영자로 인해 현숙의 집안에는 드러나지 않는 묘한 변화들이 일어난다. 
그저 마늘과 콩나물을 다듬는 것 외에는 할 줄 아는 게 없던 윤희가 가끔씩 
노래를 부르고... 또한 남편도 한결 밝고 부드러운 사람으로 변해간다.
현숙은 처음엔 그런 가족들의 변화에 내심 기쁨을 표현하지만 
이윽고 영자로 인해 자신이 어떻게 하지 못하던 상황들이 변화를 일으키는 
것들에 대한 질투와 분노가 폭발하기에 이르는데....

사소한 일상 속에서 드러나는 가족들의 작은 변화. 

그리고 남편과 윤희가 보여주는 현숙에 대한 고마움과 애정표현들, 

현숙은 얼어붙었던 가슴이 눈 녹듯 내려앉고 

비로소 어딘가로 떠난 영자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다.



극단 깃발 6회공연으로 2009년 강영걸 연출로 대학로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이 작품은 어려운 조건 속에 살아가는 현숙이네 가족.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외동딸과 대기업간부에서 IMF이후 명퇴를 당하고

죄책감과 실직의 억울함으로 자신의 본 모습을 잃어버리고 강박증상에

못견뎌하는 남편, 그리고 현실을 그저 덮어두며 억척같이 버티지만 도전하는

삶에 대한 두려움으로 늘 제자리에 머물여 실내포장마차를 하는 현숙이 있다.

그런 상황에 20여 년간 연락이 없던 여고 절친 영자의 방문을 계기로 긍정적인

변화가 생기고 행복해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연극 <내 마음의 보석상자>는 편견없는 사랑이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손현미 작가의 글
20여년 된 곡인가요! 해바라기의 '내마음의 보석상자' 라는 노래는 참으로 애절하고 아픈 사랑의 가사말이 담긴 아름다운 노래였습니다. 그 제목이 너무도 좋아서 언젠가는 그 제목에 어울리는 작품을 하나 써봐야지 했었는데..... 그 노래가 시작되고 흘러온 시간만큼이나 나의 연극인생도 흘렀습니다. 그리고 내 사랑의 시간도 흘렀습니다. 그 긴 세월을 지내오면서 분노를 웃음으로 삭히는 법도 배웠고, 청승맞은 눈물을 댄스곡에 맞춰 흔들어버리는 법도 배웠습니다. 마음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들이 작품을 통해 잘 표현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모든 사람들이 세상 살면서 그래도 나를 가장 힘들게 하고 가장 아프게 하는 사람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가족이지 않을까요! 피를 나눈 부모 형제매도 물론이겠거니와 함께 또 다른 피를 나눈 형제들을 만들어가고 있는 나의 남편이라는 사람.... 살다가 힘들면 안 보면 그만이고, 애가 있건 없건 싫어지면 헤어지면 그만인 게 되어 버린 요즘의 부부들에게 이 이야기는 어쩌면 진부하고 말도 안돼는 답답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힘든 세월 서로의 그 힘들고 아픈 시간들을 이겨내고 기다려주며 아직도 함께 걸어가고 있는 부부들에게는 아마도 너무도 귀해서 구하기 힘든... 정말 고통스럽고 아픈 과정을 거듭 걸쳐 만들어지는 천연진주라는 호칭을 붙여줌이 당연하다 할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이 어느 부부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건 아니구요.... 정말 나를 힘들게 하고 아프게 하는 사람 곁에 있어서 그 사람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떠나지 않고 오래 참고 함께 삶을 살아가다 보면 어느새 그 사람은 내 안에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소중한 보석상자가 되어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왜냐하면 어느 순간부터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그 사람이나 일은 나를 살아가게 하는 원천의 힘이 되어버리기 때문이지요! 그러기에 삶이 힘들어도 살아갈만한 가치가 있는 것 아닐까요. 이제 세상은 너무도 모든 것이 쉬워졌습니다. 힘들면 남들 뿐만 아니라 자신의 하나뿐인 소중한 목숨마저도 이렇게 말하면 나쁠 수도 있지만 어쨌거나 제가 보기엔 너무도 쉽게 끊어 버리는 세상이 되어버렸으니까요. 아이가 힘들게 넘어지기를 거듭하고 드디어 걸음마를 시작하는 그 모습을 지켜본 엄마가 되어보지 못한 사람은 모릅니다. 그 기쁨과 그 가치의 소중함을.... 당신을 힘들게 하는 그 무엇! 사람이 되었건 어떠한 일이 되었건 창조주께서 모든 인간에게 감당못 할 시험은 허락지 않으셨다고 했으니 죽기를 다해 견뎌내고 이겨낸다면 당신은 당신 마음속에 소중히 간직할! 불행의 귀신도 무서워 다시는 넘보지 못 할 귀하디귀한 보석상자 하나 얻게 될 것입니다. 그 말이 하고 싶었습니다.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너무도 당연하고 아무나 할 수 있는 그런 흔한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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