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신성우 '폭설'

clint 2025. 11. 16. 12:23



무대는 정면에 간이역의 역무원실이다. 
3일간 계속되는 폭설로 인해 열차운행이 어렵다는 방송이 들린다. 
간이역의 역장이 들어와 라디오를 켜면 음악이 흘러나오고, 
뉴스속보에 폭설로 죄수호송차가 전복해 죄수 1명이 탈출했다는 보도다. 
잠시 후 청년이 등장한다. 청년은 자신이 역장의 후임이라는 소개를 한다. 
평생 철도를 지킨 역장으로서 자기는 명퇴하고 신임 계약직이 온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러면서 혹시 탈출한 죄수가 아닌지 캐묻는다. 
그러자 청년은 방한복을 벗고 열차 직원 정복을 드러낸다. 
역장과 신임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전개되고, 급작스레 온 전화로 폭설로 
인한 노선변경으로 열차가 이 간이역 방향으로 운행할 것이라는 연락이 온다. 
그들은 운행에 문제가 없도록 밖으로 나간다.
폭설이 덥힌 철길이다. 그런데 철로 위에 시체가 놓인 것을 같이 발견한다. 
회중전등을 비추고 시체를 치운 후 두 사람은 다시 역무원실로 돌아온다. 
역장은 시체의 손가락에 끼고 있던 반지를 보이며, 죽은 인물이 본래 새로 
부임하는 계약직이라며 역장은 청년이 탈주한 바로 그 범인이고, 청년이 
후임자를 살해하고 그의 정복을 입고 위장했다며 청년에게 장총을 겨눈다. 
그러나 청년은 자신은 탈주자는 맞지만 결코 살인범이 아니라 한다. 
그리고는 자기를 명퇴시키려고 온 후임자를 살해하고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려는 역장의 짓임을 청년이 지적을 한다.
총성이 울리고 암전이 되면서 열차가 우렁찬 소리로 간이역을 통과한다.
과연 누구의 말이 진실일까?



역무원 갑수와 신입직원 현택은 시종일관 대립한다. 
그들의 갈등은 폭설이라는 설정에서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도입부에 
배치된 복선- 탈주범을 알리는 라디오 뉴스-은 한바탕 활극을 예고한다. 
눈에 덮인 시체가 발견되는 대목에서 눈치 빠른 관객이라면 범인이 누구인지 
추리해낼 수 있을 것이다. 추리극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공간의 폐쇄성-
들어오는 것도 나가는 것도 불가능함은 자칫 긴장감을 떨어뜨릴 수 있다. 
느슨함은 금물이다. 현택은 자신의 정체가 갑수의 후임 역무원임을 밝히고 
유니폼을 보여준다. 오해는 일단락되는 듯 보이지만 현택의 '진짜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이다. 갑수는 현택이 탈주범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안다. 
기이한 일이 벌어지는 것은 선로 위에서 시체가 발견되면서부터다. 

두 사람의 입장에서 시체가 누구인지, 그리고 누가 죽였는지에 대한 

논쟁은 사실 불필요하다. 물리적 증거가 존재하고 진실은 자명한데도 

이후 펼쳐지는 양상은... 둘 다 회사 또는 사회에 대해 품은 불만이 크기에...  

이 작품은 현실과 허구. 진실과 거짓이 뒤섞이는 상황 자체가 

낮은 질서와 새로운 현실이 충돌하는 폭설 서사를 이끌어가는 
핵심 동력일지도 모른다. 갑수와 현택의 운명은 신의 권능에 의해 
부과된 것이 아니다. 사회적 모순이다. 
이 작품에는 이처럼 효과가 극대화되는 장치가 곳곳에 있다. 

 

 

작가의 글 - 신성우
이 극은 서로 다른 세대에 속한, 그래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두 인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세대 갈등 문제는 이 두 인물의 충돌로 일반화 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는 이러한 갈등이 절실한 문제로 다가올 것이기에, 더 늦기 전에 현실을 똑바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존'이 아니라 '순환'이 사회의 작동 원리라는 걸, '공존'의 가능성이라도 찾아내려면 먼저 그 '순환'을 통해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납득시키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