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김철의 '이카이노 바이크'

clint 2025. 11. 17. 16:29

 

 

"최후에 웃자! 그것을 위해서 모두들, 어쩔 수 없으니까 웃었지." 
1952년, 오사카. 일제강점기가 끝이 나고, 고향 땅에서는 
한민족이 남북으로 갈라져 전쟁을 하는 시대. 
철을 훔쳐 가까스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처지이지만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두 청년, '수창'과 '경우'. 
그들은 열면 안 되는 곳에 가게를 열기도 하고, 팔면 안 되는 물건을 
팔기도 하며, 경찰과 끊임없이 추격전을 펼치는 아슬아슬한 매일을 살아나간다. 
어느 날, 수창은 고향 땅에 돌아가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살겠다고 결심하며 
북한으로 홀로 먼저 떠난다. 
수창은 일본에 남겨진 가족들의 귀국 순서 역시 꼭 돌아올 거라고 장담했고 
재회를 기약하며 떠났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소식이 끊기고, 
그후 다시 소식을 들은 건 그의 사망소식이었다. 
시대가 흐르고. 
경우의 아들 '명기'는 조선학교에 다니며 일본 학생들과 싸움박질을 
멈추지 않고 폭주한다. 
그의 방식대로, 자신의 시대를 살아내고 있는 것이다. 
한편, 경우와 명기, 두 세대에 걸친 조선인을 치열하게 쫓던 
경찰 '쿠마타'에게도 숨겨진 비밀이 있었는데... 
그는 일제강점기에 경성에서 태어났고 어릴 때의 모든 기억은
경성에서의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래서인지 그는 오랜 세월
조선인들을 도와주고 있었던 것이다. 안 보이듯이...
이제 쿠마타도 노인이 되었고 암과 더불어 지내는데
명기의 제안으로 같이 한국에 여행을 온다.
그리고 같이 바이크를 신나게 탄다.

 



연극 <이카이노 바이크>는 고향을 잃은 자들의 이야기다.
떠밀려 돌아온 일본인과, 돌아갈 수 없던 조선인. 
두 상실이 충돌한 이카이노.
그곳에서 망명은 일상이 되고, 도망은 저항이 된다.
이 작품은, 국적도, 뿌리도 없는
‘경계인들이 함께 써 내려간 생존의 연대기다.
이 작품은 재일조선인 김철의 작가가 썼다. 그는 일본에서 나고 자랐지만 국적은 북한인 재일조선인으로 작가이며 배우이다. 그는 자신의 작품이 한국에서 초연되었을 때 자신대신 등신대로 인사를 했었다. 북한 국적자로 한국 입국을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종종 한국에 오고 공연도 하며 일본의 한국인 그리고 경계인의 삶을 다루는 작품을 계속 발표한다. 이 작품은 제주에서 4.3 항쟁의 여파를 피해 일본으로 간 재일한국인들의 이야기이다. 오사카 이카이노, 현 이쿠노 구의 일부 지역으로 ‘돼지를 치는 곳’이란 뜻을 뜻을 지닌 조선인들이 모여 살던 동네다. 이곳에서 모여 살던 한국인 2대에 걸친 이야기다. 두 세대가 살아온 아픈 시대를 아프게 그리는게 아니라 웃음 많은 코미디로 그린 작품이다. 


 
재일조선인 3세로 살아오며 시간을 함께 쌓아온 아버지, 어머니, 큰아버지,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 친구, 선배, 후배, 조카들의 인생 역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하나의 희곡이 한 세대를 관통한다. 작가의 희곡을 나란히 배치하면 아마도 자이니치 1세대에서 4세대까지의 궤적이 완성될 것이다. 이 작품의 인물들은 늘 뚜렷하다. 목표가 뚜렷하고 취향이 뚜렷하고 우정과 사랑이 뚜렷하다. 그 인물들이 살아가는 시대 또한 뚜렷하다. 이념이 뚜렷하고 체제가 뚜렷하고 적과 아가 뚜렷하다. 한 가지 색으로 뚜렷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시대에 태어나버린 주인공들은 자신들의 각양각색한 뚜렷함을 지켜내기 위해 끊임없이 그 시대와 멱살을 잡는다. 한번 얻어맞으면 한번 주먹을 날린다. 시대가 나를 쫓아오면 그 시대보다 더 빨리 질주하며 언젠가 다가올 다음 시대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해서 달려가버린다. <이카이노 바이크>의 주인공 경우도 끝없이 달린다. 반반으로 갈라져 넘어가지 못하는 조국땅에 한 방이라도 먹이려는 듯, 오토바이를 타고 자신이 달은 땅을 끝없이 달린다. 그런 경우의 질주를 멈추게 하기 위해 구마타 형사도 끝없이 달린다. 세월이 흘러 연인이 생기고 자녀가 생기면서 경우의 질주는 멈춘다. 가족의 한 걸음을 위해 스스로 멈춰버린다. 그러나 가슴 속의 들끓는 엔진은 아들 명기에게 이어진다. 명기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다시 달린다. 경우를 잡다가 백발이 되어버린 구마타 형사는 또 한번 명기를 잡기 위해 다시 달린다. 영원히 평행선을 그릴 것 같은 두 방향의 질주자들은 아주 긴 시간이 지나, 같은 오토바이를 타고, 드디어 자유로워진 그들의 땅을 달린다.  

 



작가의 글- 김철의
<탠덤 보더 버드> 이 제목은 '탠덤'= 2명이 함께 타는, 
'국경' = 국경이기도 하고, 사람과 사람, 시대와 시대의 경계이기도 하다.
'버드' = 새의 의미로 구성된다.
이 작품을 만들게 된 계기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당시 극단으로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없어 극장을 빌려 공연을 할 수 없었다. 조선학교 고등학생 3명에게 연극을 가르치고 있었지만, 학교와 조직으로부터 탄압을 받는 나날을 보내며 무대 기회를 주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러던 중 30분 연극제에 초청을 받아 갈 곳을 잃은 고등학생들에게 무대를 줄 수 있었다(하지만 이 연극제는 코로나 사태로 취소되고, 그해 가을에 다른 연극제에서 겨우 상연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만들게 된 큰 계기는 아버지에게 신문 취재가 들어온 것이었다. 북송사업은 내가 어렸을 때 영광스러운 역사이었지만, 후에 기민정책으로 밝혀진 뒤에는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그래서 당시 상황을 알고 있는 아버지에게 아사히신문에서 취재 의뢰가 들어왔다. 아버지는 1940년생으로 재일교포 2세이지만 재일교포 1세에 가깝다. 이제 옛일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사라져가는 시대다. 니가타항 이야기도 귀중한 경험담이었다. 아버지는 1960년대에 큰아버지가 먼저 북한행 표를 구해 가족 중 누구보다 먼저 배를 타셨다. 아버지는 당시 니가타항까지 큰아버지를 배웅하러 가셨다. 영화 <큐폴라가 있는 마을>이나 <피와 뼈>에서도 니가타항의 모습은 그려지지 않았고, 나에게 북송사업은 아버지로부터 들은 항구 이야기다. 니가타항이 찢어질 정도로 '온헤야'의 노래소리가 울려 퍼졌다고 들었다. 그리고 신문취재로 처음 들은 이야기인데, 큰아버지는 한 번은 브로커에게 오천 엔을 주고 밀항으로 북한으로 건너가려고 했는데 그 오천 엔을 가로챘다고 했다. 평소 같으면 슬픈 이야기지만, 나는 오사카의 기질로 웃고 말았다. 그런 여러 가지 사건을 코믹하게 그려내고, 그리고 이제 사라져가는 시대를 당시의 니가타항의 모습을 작품으로 남기고 싶었다. 그래서이 작품을 그렸다.

 

 

 

또 다른 작품 '복서'에서는 아버지와 큰아버지를 그렸는데, 이 작품의 경우도 아버지가 모델이고, 수찬은 큰아버지가 모델이다. 작품 속 논두렁 사건에 관한 이야기, 재판의 결말 등 여러 가지 우리 집안에서 있었던 실제 에피소드를 섞어 넣었다. 아버지에게 큰아버지는 절대적인 존재였고, 아버지는 큰아버지를 계속 존경했다. 아버지는 우리의 아버지라기보다는 '큰아버지의 동생'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북송사업에서 표를 구하지 못해 생이별을 하게 되었고, '조국'과 '고향'의 혈육의 역사는 우리 일가의 비극이기도 했다. 형과 헤어 지지 않으면'은 아버지의 간절한 마음이자 후보다. 그러나 그 이별이 없었다면 나는 이 세상에 없있을 것이고, 일본 친구들을 만날 수 없었을 것이고 사랑하는 차세대들을 만날 수 없었을 것이고 <이카이노바이크>에서 불의전차의 친구들 변영진 연출님, 유희제 배우님, 연극을 통해 오세혁 연출님과 사랑하는 한국연극 친구들 한국의 여러분과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한순간의 기적으로 이 세상에 존재한다. 그 배경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드라마와 비극, 그리고 물론 기쁨도 있다. 그것을 힘들게 짊어질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 작품을 읽은 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그리고 옆에 있는 사람을 소중히 여겨주시면 이라는 소원을 담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