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비잔 모피드 '나비'

clint 2025. 11. 9. 08:39

 

 

한 컴컴한 헛간에 곤충들이 산다. 메뚜기, 풍뎅이, 반딧불, 꿀벌, 파리 등

이곳 주민들은 밖의 태양을 잊고 어둠에 익숙해져 그날 그날을 살아간다.

다만 저위에 있는 거미를 두려워할 뿐. 어느 날 광풍이 있던 날

까마귀의 공격을 피해 나비가 바람에 불려 이곳에 들어와 거미줄에 걸린다. 

거미는 나비가 너무 아름다워 잡아먹질 못하고 그대신  다른 곤충을 유인해

오면 태양이 있는 바깥세상으로 보내줄 것을 약속하며 놓아준다.

나비는 곤충을 유혹하려고 차례로 이곳 주민들을 방문한다.

 메뚜기, 풍뎅이, 개똥벌레, 꿀벌, 파리를 만나며 이들의 삶의 모습에서

선량하고 나쁘고 가증스럽고 사랑스럽고 누구는 거만하다.

그러나 모두 자기나름의 생은 소중하며 가치를 지니고 있다.

자신과 다른 그 모습을 발견해 가며 진정한 태양의 의미에 대해 방황한다. 

누구도 남을 위해 죽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자기를 놓아준 거미도 굶어 죽을 수는 없지 않은가? 

결국 나비는 나가는 길과  태양을 발견했음에도

거미에게로 다시 발길을 돌린다.

 

 

 

이란의 작가 비잔 모피드의 우화로 우연히 인간의 창고에 갇힌 나비가 창고 밖의 태양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창고 안에 살고 있는 다른 곤충들을 만나게 되고 비록 태양이 없는 어두운 창고지만 가슴속에 뜨거운 태양을 안고 사는 그들의 삶을 통해 진정한 태양의 의미를 깨달아 가는 이야기이다. 나비의 여정을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라는 삶의 방식과 인간의 의무를 묻는 질문에 대한 존재론적 대답을 요구하는 다소 철학적인 내용이다. 작가는 삶의 목적을 잃고 오직 목표만을 위해 살아가는 현대인과 사람들이 보아야 할 것이 아니라 보고 싶은 것만을 포장하여 보여주는 2차원적 대중문화를 곤충들의 삶에 빗대어 이야기하며 우리들의 잃어버린 태양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이 작품은 생에 있어서 악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면서도 선과 미의 승리를 노래한 작품이다. 선과 악이라는 포괄적 주제, 그것을 같은 비중으로 다룬 거시적 안목 그리고 풀롯보다는 장면장면을 주시한 점등 동양적 특성이 잘 나타나 있다. 시적인 대사, 아름다운 장면들, 그리고 의인화된 곤충들이 인간의 여러 유형을 성공적으로 나타내고 있으며 한 헛간을 우주로 표현한 극작가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란 희곡작가 비잔 모피드(Bijan Mofid)는 나비를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라는 삶의 방식과 인간의 의무를 묻는

질문에 대한 존재론적 대답을 한다. 아니 다시 묻는다.

‘나 자신은 어떻게 살아 왔는지, 또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라는 기초적이면서도 쉽지 않은 문제를 던지며 생각하게 한다.

의인화된 곤충들의 세계를 통해 인간의 삶을 의미있게 조명한 작품이다.

 

 

 

비잔 모피드(Bijan Mofid: 1935-1984)
이란의 현대적인 아티스트 중 한사람으로 전통적인 음악과 전설 등의 각색을 통해서 이란의 사회상을 신랄하게 풍자하였다. 그로인해 이슬람정부의 사상과 반하는 작품을 썼다는 이유로 지하감옥 생활을 하기도 한다. 그 후 1982년 미국으로 망명하여 1984년 죽을 때까지 로스엔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뉴욕 등지에서 이란의 검열과 탄압을 받아야 했던 여러 작품들을 재구성하여 여러 프로덕션에서 감독을 했다. 그의 연극은 지금도 대중적인 무대와 실험적인 무대에서 지속적으로 공연 되어 지고 있다. 그의 작품으로 The City of Tales(1967) The Moon and the Leopard(1968) Dragonfly(1975) The Butterfly(1974) 등이 있다. 

 

Bijan Mof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