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강훈구 '이상한 어린이 연극-오감도'

clint 2025. 8. 24. 13:03

 

 

“13인의아해가종로로질주하오."
경성의 모던 뽀이, 한국 최고의 모더니스트,
종로에 태어나서 종로에 살아간 종로의 시인, 이상. 
이상이 쓴 한국 문학 최고 난해시 <오감도>.
"13인의아해(어린이)가도로로질주하오."
어린이들은 대체 무엇이 "무섭다고 그러는 걸까요?
어린이들은 왜 자꾸만 무섭다고 그러는 걸까요?
<오감도>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13인의 아해들이 모였습니다.
13인의 아해들이 만든 이상한 연극을 보고 나면
우리는 더 이상 무서워하는 어린이가 아니라
무서운 어린이가 되어 있을지도 몰라요.



"이상한 어린이 연극-오감도>는 <오감도>라는 가장 난해한 작품을 
가장 어린 배우들과 함께 공연을 만드는 가장 어려운 길을 거쳐, 
그것을 가장 쉽게 만들어보겠다는 의지의 결과물입니다. 
그 의지가 "어린이 연극은 이렇다" 라는 관습들로부터 완전히 비켜서게 했고, 
어린이 연극의 새 지평을 열게 하였습니다. - 제61회 동아연극상 심사평 " 

 

 


한국 문학사에서 최고 난해시로 불리는 이상의 '오감도'를 어린이의 상상력으로 재해석해 만들었다. 학교·병원·전쟁 등 현대 사회에서 어린이들이 직면하는 다양한 문제를 주제로 한 13개 에피소드가 옴니버스 형태로 펼쳐진다. 작품은 지난해 아동극 최초로 제61회 동아연극상 새개념연극상을 수상해 화제를 모았다.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어린이 10명이 대본작업부터 연기까지 모든 과정에 주체적으로 참여한 공동창작 형식을 처음 도입했다. 연기 경력이 없는 어린이들의 솔직한 감정과 시선으로 함께 만든 무대는 진정성과 실험성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작. 연출 강훈구)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오.
(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

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4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5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6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7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8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9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0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1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13인의아해는무서운아해와무서워하는아해와그렇게뿐이모였소.

(다른사정은없는 것이차라리나았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길은뚫린골목이라도적당하오.)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지아니하여도좋소.

 

 


오감도(烏瞰圖)는 1934년 7월 24일부터 8월 8일까지 조선중앙일보에 연재된 이상의 난해시다. 원래 30편을 계획했으나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다는 독자들의 항의로 15편 만에 조기중단되었다. 오감도 이후 이상은 한국에서 역단과 위독을 연재했는데 이 두 작품이 오감도와 흡사한 부분이 많아 오감도의 남은 15편 등이 이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오감도는 두 작품들을 포함한 총 36작으로 오감도 형식을 진정한 의미에서 맺음지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시는 게재 첫날부터 파문을 일으켰고 조선중앙일보는 "이따위 시를 실을 거면 폐간해버리라"는 항의전화와 편지가 쏟아졌는데도 15편까지 꿋꿋하게 올렸다. 참고로 당시 이상에게 시를 쓸 것을 추천한 사람은 당시 학예부장이었던 이태준이었고 최종적으로 게재를 승인한 사람은 남의 비난은 신경 안 쓰기로 유명했던 여운형 사장이었다. 이태준은 이상의 시가 실린 신문을 편집할 때 시를 싣지 않으면 그만두겠다며 항상 사표를 들고 다녔다고 한다. 그래도 예정된 30편을 다 싣지 못했다. 당시 과격한 독자는 이런 미친 놈의 헛소리를 내지른 이상을 죽여야 한다는 항의를 보내기도 했다. 당시에는 학교 문턱에도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소수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만 신문을 읽거나[1] 글을 쓸 줄 알았고 전화기는 비싸서 부자들 정도나 가졌다. 즉, 지금처럼 문맹률이 낮거나 이동통신과 인터넷이 발달한 시대가 아니었음에도 항의가 빗발쳐 연재가 중단될 정도였다면 당시 반응이 어느 정도였을지 짐작이 갈 것이다.
생전에 이 작품을 썼을 때는 비평과 악평만이 가득했지만 현대로 넘어오면서 이상의 시는 재평가받게 되었고 그 중심에는 오감도가 서 있었다. 갖가지 인용과 패러디를 통해 오감도(특히 시 제1호)는 널리 알려졌고 한국 시 역사상 과거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작품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되었다.

 

시인 이상


이상(異常)한 어린이 연극, 이상(理想)적인 어린이 연극 (추천의 글: 손증상)

추천작은 어린이 공동창작을 통해 새로운 어린이 연극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지난 해 제61회 동아연극상에서 새개념연극상을 수상하였다. 어린이 공동창작과 어린이 배우 출연이라는 새로운 시도는 어린이 연극의 틀을 새롭게 짜보자는 선언으로 들린다. 이 '이상한' 어린이 연극은 시인 '이상'의 '오감도' 제1호를 '지금 여기 어린이'의 목소리로 읽어내는 작품이다. <오감도>는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지만 "제1의아해부터 "제13의 아해'까지 모두 "무섭다고"하며, 결국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지아니하여도좋소'라는 시구로 마무리된다. 시에서는 그들의 질주가 어디까지인지 그들이 무서워하는 대상이 무엇인지 드러나지 않는다. 이 작품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작. 연출을 맡은 강훈구는 그 무서움이 무엇인지를 '지금 여기 어린이' 에게 묻고 있으며, 무서움을 찾고자 하는 어린이의 고민이 작품에 생생하게 드러나면서 역설적으로 '지금 여기 사회' 문제를 만날 수 있다. 
이 작품은 종로의 시인 이상과 「오감도」를 간략하게 소개하는 오프닝 (0장)으로 시작해 '제1의아해'부터 '제13의아해'가 무서워하는 출생과 실패, 부모님, 집, 학교, 도시, 아이돌, 꿈, 세월, AI, 스마트폰, 전쟁, 미래의 자신 등 13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13장과 합주로 이루어진 막간극 커튼콜로 마무리된다. 아이들이 무서워하는 것은 선생님과 친구 등 인간관계 및 실패와 미래에 대한 불안 등 심리적 문제에서부터 전염병과 교통사고. A. 스마트폰, 전쟁 등 사회적 문제까지 다양하지만, 그 근저에는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 태어나는 순간부터 질주해야 하는 아이들 혹은 우리의 두려움이 일관되게 자리 잡고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현실을 통해 사회문제를 다루는 어린이청소년극이 사실 새로운 것은 아니다. 아버지의 학대와 가난으로 죽음에 내몰린 한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방정환의 아동극 한네레의 죽음(1923) 이후 아동극에서 당대 사회문제는 끊임없이 언급되어 왔다. 그렇다면 이 작품의 새로움은 무엇인가? 어린이들 시선에서 바라본 세상을 날것의 목소리로 전달하는, 즉 어린이 연극의 새로운 주체로 어린이를 내세웠다는 점이다. 때로는 유치하고 투박해 보이는 대사들도 있지만 오히려 어린이의 진짜 내면의 소리처럼 들린다. 그러기에 "이상한 걸 이상하다고 할 수 있는 세상에서 내가 내가 될 수 있는 세상에서 만나자는 아해의 외침은 어른들의 외침과 비교할 수 없는 강한 울림을 던진다.  

 



작가의 글 - 강훈구
「이상한어린이연극 오감도」는 한국 최초의 어린이 공동창작 연극입니다. 이 연극은 '어린이 연극에 어린이가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어린이 연극에 어린이 배우가 없고(대신 어른 배우들만 있고, 어린이들의 고민이 없다(대신 어른이 생각하는 어린이의 고민이 있고)고 생각했어요. 대체로요. 공놀이클럽은 어린이들을 위해 ('디즈니' 같은)특별한 세계를 만드는 것을 반대합니다. 어린이들은 우리와 완벽하게 같은 세상을 살고 있으니까요. 어린이들은 계엄령이 선포되는 산업재해가 일어나는, 연쇄살인이 일어나는 세상에 전쟁이 일어나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처럼요. 하지만 우리는 어린이들이 마치 그것을 모르고 있다고 모른 척합니다. 알지 못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어린이들은 다 압니다. 알아야합니다.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할 때 어린이들은 공포를 느낍니다. 시인 이상은 "십삼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오'로 시작하는 전설적인 시 '오감도'에서 "제1의아해"부터 "제13의아해"까지 무섭다고 그런다면서 13인의아해무서운아해무서워하는아해와그러케뿐이모혓소"라고 썼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시가 이상한 시라고 웃어넘겼습니다. 간혹 이 시의 의미를 파헤쳐 보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나 그들이 "도로"의 의미에 대해 "13'의 의미에 대해 논하는 동안, 이 시의 주인공인 "아해들"에 대해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해들의 시선에서 본다면, 어린이의 시선에서 본다면 '오감도'는 전혀 어려운 시가 아닙니다. 어린이들은 무엇이 무섭길래 도로로 질주하는 걸까요. 무서운 것은 이상한 것을 이상하다고 여기지 않는 것입니다. 이상한 것을 이상하다고 말하지 않는 어른들의 사회입니다. 벌거벗은 임금님의 세상입니다. 진짜 무서워해야할 것은 이상한 것을 이상하다고 하지 않는 것입니다. 무서운 사회에서 어린이들은 무서워하는 아해가 됩니다. 무서워하는 어른이 됩니다. 언제까지 우리는 무서워해야만 합니까? 무서워하며 도로로 내몰려 질주해야 합니까? 
우리에겐 이상한 것을 이상하다고 말할 수 있는 아해가 필요합니다. 아니, 알고 보면 우리 모두는 그런 아해였습니다.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멈췄다가 언제든 다시 달릴 수 있는 아해였습니다. 장 콕토가 말한 "무서운 아이들(앙팡테리블)"이었습니다. 이상이 말한 "무서워하지않아도좋"은아해였습니다. 우리에겐 아해가 필요합니다. "질서를 따르지 않는 것이, 아이들과 시인, 영웅의 역할"이니까요. <이상한어린이연극-오감도"는 바로 그 이상한 아이들을 위한 이상한 연극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