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동진 '독신자 아파트'

clint 2025. 8. 22. 10:20

 

 

독신자 아파트에 6명의 독신자가 월세를 내고 기거한다.
독신자들의 면모를 보면 101호에 남자 대학생, 102호에 술집 여자,
103호에 광견병 연구 전공인 대학원생, 201호에 3년간 1학년인 여대생
202호에 30대 초반의 변호사, 203호에 여자 대학원생, 귀신학전공이다.
공교롭게도 남자 셋, 여자 셋이다.
이들은 모두 여주인의 면접을 통과해서 이곳에 들어왔다.
이 아파트가 다 좋은데 월세가 좀 비싸다.
그래서 변호사를 제외한 사람들은 월세가 조금 벅찬 것이 현실이다.
그 와중에 이들의 친구 중에 이곳에 들어오길 희망하는 사람이 있어
101호가 102호와 상의한다. 101호를 친구에게 쓰게 하고 
102호에 같이 거주하는 것을. 물론 월세는 반반씩 부담하고.
그런데다 201호와 203호도 친구에게 같은 제안을 받고
201호는 103호, 202호는 203호와 자기 방을 친구에게 내주고
같이 쓰기로 한다. 남자들은 내심 기쁘다.
며칠 후, 이들은 모두 방을 비우고 친구들이 오기를 기다리며
아파트 앞에 새로 생긴 포장마차에서 술한잔을 하는데...
모두 감추기에 서로 상대방이 어떤지를 모르고 하는 얘기가 재밌다.
여기에 집주인여자와 목사가 등장해 가식적인 여주인의 허풍이 가해진다.
이곳에 방 셋을 개조해 커피숍으로 만들겠다는 것.
그러나 세상물정에 해박한 103호가 주인의 꿈을 허물어 버리게
멋진 컨설팅을 해준다. 즉 투자만 크게 하고 손님이 없어 망할 것이라고.
여주인은 꿈을 접고 그냥 독신자 아파트를 키울 생각으로 바꾼다.
이틀 후, 몇사람이 아파트 벤치에 있는데 변호사를 찾는 여자가 온다... 
변호사의 부인이다. 결혼한지 1주일 만에 집을 떠났다는 남편.
마침 변호사는 203호 여자와 데이트하고 오는 길이었고, 청혼까지 한듯하다.
이곳에 오자 그의 부인은 난리가 난다. 그뿐이 아니다. 
101의 처, 102의 남편, 103의 처, 201의 약혼자, 203의 약혼자가 모두
연락이 끊긴 남편이나 아내, 약혼자를 찾아온 것이다.
각자의 방에서 부부싸움이 난듯 온갗 잡기들이 창문을 통해 떨어지고...
여주인은 "비독신자 아파트"로 이름을 바꾸며 막이내린다.

 



'73~'74년초에 씌여진 이동진의 이 작품은 동명희곡집 제목으로 발표됐다.
아직까지 공연이 안된 작품으로 남아있다. 
등장인물이 젊은 남녀이기에 톡톡 튀는 대사가 재미있고, 

상황설정도 다소 작위적이긴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흘러가며 사랑과 위선을 보여준다.
제목 '독신자'는 2중의 뜻이 있다. 싱글이란 뜻과 '독실한 크리스천'이란 뜻인데
여주인의 의중을 담은 것으로 여주인도 마지막에 '비독신자 아파트'로
이름을 바꾸는 것은 이것저것 문턱을 낯춰 월세를 올리려는 의중으로 보인다.


작가의 말 - 이동진
희곡집 독신자 아파트에 실린 희곡은 나의 개인적인 실험 결과이다. 특정 무대나 잡지 대체 등을 미리 염두에 두고 씌여진 것은 아니다. 그리고 나는 직업 작가도 아니다. 단순히 '한번 써보자'는 가벼운 기분으로 써내려가기 시작했을 뿐이다. 그러니까 이 작품들은 기성작가나 비평가들이 기준이나 시야에서 투시될 때 상당히 많은 미숙과 혼란이 발견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왜 단행본으로 묶어 내는가? 거기엔 역시 아무런 이유가 없다. 우리가 가진 현대문학적 풍토가 소설과 시에 의해 주도되어 왔다는(지금도 그렇지만)사실에 대해 '희곡이 왜 이렇게 빈약하냐?'라고 반문한다는 의도는 조금도 없다. 또는 지금까지의 연극활동이 지나치게 무대공연에만 치중해온 것이 아니냐라고 새삼스럽게 지적하려는 생각도 없다. 연극하는 집단의 이모저모는 그때그때의 사정에 따라 적응하거나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굳이 이유라고 들어본다면 우리에게는 눈에 보이는 무대공연이 외에도 활자화된 희곡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단순히 그것뿐이다. 장막극은 대개 3~4일, 단막극은 하룻밤에, 어떻게 보면 낙서하듯이 써내려갔다. “독신자 아파트"는 1막을 73. 7. 26에, 그리고 나머지는 74. 3. 16~17에 썼다. 처음에는 단막으로 생각했던 것인데 나중에 그렇게 길어졌다. 앞으로 언제쯤 새로운 희곡을 쓰게 될는지는 나로서도 아직 모르겠다. 쓰고 싶은 마음이 내키면 쓰고 그렇지 않으면 그냥 일상생활의 분주함 속에서 가끔 대포집이나 기웃거릴는지, 그러나 하여간 하고 '또' 쓰게 되리라는 기대는 가지고 있다. 

 

 

황해도 신천에서 태어나 서울대 법대를 졸업, 외무고시(2회)에 합격하여 외교관이 되었으며, 미국 하버드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 Fellow를 역임하고 국방대학원 안보과정을 졸업했다. 또한 주이탈리아 참사관, 주일 총영사, 주벨기에 공사와 주나이지리아 대사를 역임했다. 그는 1970년 현대문학에서 고 박두진 시인의 시 추천 완료를 받아 시인으로 문단에 데뷔한 이래,<韓의 숲>에서<사람의 아들은 이렇게 말했다>에 이르기까지 21권의 시집을 출간했으며, 특히 본인 자신이 영어로 번역한 시집<내 영혼의 노래 : Songs of My Soul>는 독일 Peperkorn사에서 출간되었다. 극단<상설무대>의 대표로 활동한 바 있는 그는 1972년 희곡<금관의 예수>를 써서 무대에 올렸고 그 후<독신자 아파트>,<누더기 예수>등 4권의 희곡집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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