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무산된 백마아파트 지하실에는 주민들이 버리고 간
2천 톤의 쓰레기가 쌓여있다.
그 곳에서 김복남은 버려진 개들과 함께 살아가며
쓰레기 할머니라고 불린다.
어느 날 유튜버가 그녀의 존재를 알리고 개를 훔쳤다고 주장하자
세간의 관심이 쏠려 5년간 살던 지하실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다.
김복남 할머니의 죽은 아들의 후배라며 찾아와 손주 노릇 하는 용재는
결국 할머니의 이주자금을 들고 튄다.
할머니와 같이 살 집을 마련한다는 명목이지만 할머니의 아들이
살아있는 척하며 돈을 뜯어낸다.
처음에는 할머니가 속는 줄 알았지만 실상은 속아주는 것이었다.
유튜버 이수는 청년이 살기 힘든 나라에 대한 불만이 많으며
어린 시절 엄마가 떠나버린 트라우마를 안고 살고 있다.
조회수를 위해 할머니의 생활을 강제로 공개하고, 할머니를 오해하고
그걸로 본인이 욕을 먹자 해명 방송을 위해 할머니를 협박하고 강요한다.
그 아파트가 재개발로 부서지고
할머니는 무연고자 요양원으로 보내진다.
홀로 노래를 부르는 할머니
멀리서 개들의 하울링이 겹쳐진다.
하울링은 빈 아파트, 유기견, 코로나, 유튜브 등 현실을 아주 현실적으로
그린 연극이다.
죽은 아들을 기다리느라 쓰레기 집에서 나갈 수가 없는 김복남 할머니의
사연은 매체를 통해 익히 들어왔고 우리 주위에서 살고 계실 법한
그런 인물이다. 그래서 더 사실적이라 공감이 간다.
허스키, 메리, 흰둥이로 할머니를 따라온 또는 데려온 유기견으로
다른 사람들은 들개라 부른다.
그 쓰레기 더미에서 개와 함께 살고 있는 김복남 할머니를 생각하는 건
개뿐이다. 인간은 이용만 하려고 득떼같이 들려들기만 하고
정작 도움이 필요할 땐 다 없어진다.
작가의 말 - 김유경
팬데믹이 언제 끝날지 몰랐던 시기에 도심에서 폐아파트를 발견했습니다. 버리고 간 살림살이와 세발자전거, 폐기물 들이 쌓여 있었고 주인 없는 개들이 서성이다 사람을 피하고 숨어버렸습니다. 폐아파트에 개들이 어떻게 남겨지게 된 걸 까요? 아니면 어느 곳으로부터 흘러들어 살고 있던 것일까 궁금해졌습니다. 그곳에서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을 관찰하고 목격했을 것입니다. 어쩌면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을 기억하고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보았습니다. 그곳에 숨겨진 아파트 설화를 들려줄 것만 같았습니다.
이렇게 <하울링>은 모두가 떠난 백마 아파트에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붕괴 위험으로 버려진 아파트, 버려진 개들. 아파트 주민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 더미에 살고 있는 빈곤한 노인의 이야기입니다. 모두의 기억에서 '버려진' 그곳에 사는 김복남이 퇴거명령으로 쫓겨날 위기에 몰리고 무연고자 요양원에 들어가기까지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개들은 할머니의 일상을 관찰하며 이야기를 안내합니다.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사는 김복남은 먹잇감이 되기 쉬웠습니다. 한때는 많은 사람이 거주한 아파트였지만 '버려진' 그곳에서 일어난 일들은 아무도 모릅 니다. 김복남 할머니가 요양원으로 떠난 뒤 백마 아파트는 붕괴되어 개들 또한 삶의 터전을 잃었습니다. 개들은 숲으로 갔으나 무리 짓지 못하고 들개의 삶을 살지 못했습니다. 김복남 할머니와 개들의 삶을 다른 듯 같은 이야기로 쓰고자 했습니다. 낭독극이 끝난 후 관객과의 대화에서, 신재훈 연출가께서 감사하게도 지문의 한 부분을 언급해주셨습니다. "김복남은 긴장된 표정으로 꼼짝하지 않은 채 작은 점처럼 앉아있다." 이 지문은 치매 중증에 있는 저의 어머니를 묘사한 부분입니다. 어머니는 세상과 닿을 수 없는 미로의 세계에 갇혀 살고 있습니다. 어머니를 바라보는 안타까운 시선에서 김복남을 생각했습니다. 어디선가 하울링이 들려오면 김복남은 아파트 지하실에서 살았던 기억의 조각을 찾고 기뻐하지 않았을까 상상해봅니다. 슬픈 기억이라도 말이죠. 창작, 집필을 후원해 주신 아르코 대학로예술극장에 감사드리며 책으로 엮어 주신 지만지드라마 출판사에 감사드립니다. 다시 무대로 올려져 '하울링"이 울리길 바랍니다. "아우우-"
김유경 (2024년 <채식상어>로 <경상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 당선.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과 졸업.)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뮤지컬 '서울 사람들' (3) | 2025.03.01 |
---|---|
문정연 '나는 거위' (1) | 2025.02.28 |
안수길 원작 신명순 각색 '북간도' (2) | 2025.02.28 |
선욱현 '이발사를 살해한 한 남자에 대한 재판' (1) | 2025.02.27 |
허규, 장소현 공동 '창포각시' (3) | 2025.0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