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뮤지컬 '서울 사람들'

clint 2025. 3. 1. 09:09

 

 

암청색의 암흑속에 한줄기 빛이 흐르면 유유히 흐르는 드넓은 한강수! 
그 속에 생명의 기운이 하나 둘 기어나와 역사의 시작을 알리는 생명체들, 
환희의 율동이 펼쳐진다. 무학대사는 한양천도의 택지를 위하여 나타나고
미래소년 서우리는 타임머신의 고장으로 서울 600년, 1994년으로 여행도중 
그만 1394년의 한양땅으로 불시착하여 무학대사를 만난다. 무학대사는 
미래소년 서우리에게 한양의 역사, 서울의 역사를 보여준다.
서우리가 현대 서울에서 처음 경험하는 것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들은 주류적 도시민이 아닌 시장통 사람들이다. 
북에 처자식이 살아있는 노인 이씨의 그리움, 남대문시장의 토박이 억순네와
고시에 합격하는 아들, 신부를 구하러 온 장총각이 구애한 양순이, 
장애자의 아들이며 축구선수인 경석의 꿈이 2002년 월드컵 국가대표로
뽑하는 것 등등.. 미래를 아는 서우리는 긍정적인 힌트를 주고, 그에게
남대문시장통 사람들은 미아리에 가서 돗자리 깔면 대박나겠다고 한다.
다만 이씨의 "언제 통일이 될까?" 하는 물음엔 답을 피한다.
서우리는 이제 서울의 문화와 역사를 보게 된다. 사대문과 궁, 묘, 산을 
중심으로 서울을 구경하고 동청룡, 서백호, 남주작, 북현무 등의 수호신과 
‘부활’한 세종대왕, 남궁억을 만난다. “부탄가스”와 “소주”를 마시며 
“수퍼모델”이 되고 싶은 설익은 청춘들도 나온다. 
그리고 미래소년 서우리의 서울 탐방은 끝나고 미래로 돌아간다. 

 



<서울 사람들>(1994년)의 서울은 ‘1994년’의 시대적 정황과 분리시켜  이해하기 힘들다. 1994년은 ‘서울정도 600주년의 해’라는 제목 아래 역사화되어 1년 내내 서울을 기념하는 각종 행사로 분주했던 때였다. 이 작품 역시 ‘서울 정도 6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하여 ‘서울시립가무단’에 의해 제작된 것이었다. 다시 말하면 처음부터 ‘행사용’ 뮤지컬이었던 것이다.극본을 맡은 김정숙과 각색/연출을 맡은 김상렬은 당시 서울을 ‘이질적인 서구문화’가 무분별하게 수입되어 지역적 정체성을 억압하고 있는 곳으로 판단했다. 따라서 서울은 그 억압을 풀고 지역성이 회복되는 곳으로 재현되어야 했다. ‘한국인에게는 특유의 정과 사랑이 있으며 이러한 축복받은 기질은 유구한 역사와 문화가 선물한 원형적인 것’이라는 관념은 서울이 회복해야 할 정체성의 내용이었다. 따라서 작품은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2394년에서 날아온 미래 소년 ‘서우리’가 400년 전 1994년의 서울을 ‘조망’하고 ‘경험’하는 판타지의 양식과 결합되어 있다. 그에게 발견되는 서울 사람들의 정서와 서울의 문화 및 역사는, 그에게 낯선 보존되어야 할 것들의 행렬이다. 이미 1994년의 서울은 문명의 질서 속에서 재편되어 개인의 욕망에 따라 자유분방하게 행동하는 사람들로 가득함에도 불구하고 서우리는 왜 ‘그들’과 처음 대면하고 있을까. ‘남대문시장’은 서울에서 지역성이 살아있는 곳으로서 보존될 필요가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도시적 질서에서 비껴서 있는 시장통 사람들의 삶의 현장이 ‘정과 사랑이 넘치는 지역 공동체’로서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그가 만난 세종대왕과 남궁억은 ‘멋진 모습’이 아니라 ‘낡아빠진’모습을 하고 있다. 낯선 도시민들로 구성된 1994년의 서울이 ‘한글’과 ‘무궁화’를 훼손시켰기 때문이다.  

 



작가의 글 - 김정숙
"정말 떠나고 싶다." 한 언론사가 서울에 사는 20살 이상의 어른 남녀 500명에게 '서울에 산다는 것의 불안"을 조사할때 마지막 질문 "서울을 떠나고 싶냐?"에 보여준 서울사람들의 대답입니다. 밤깊은 마포 중점을 고향으로 35년을 꼬박 이 마포고향에 살아도 어머니 등에 업혀 마포강에 배타고 빨래하러 갔다는 이야기하며 그 한강물을 떠 밥을 지어 먹었더라는 이야기는 한강다리를 지나다닐 때마다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옛이야기입니다. 하루도 덜컹거리는 "공사중길을 지나지 않을 때가 없으며, "빨리빨리"를 외치는 늘 숨가쁘고 허둥거리는 땅, 강심제를 권하는 서울 실향민 부모님에겐 "백사지"인 서울은 서울이 고향인 저에게도 마찬가지여서 서울은 언젠가는 떠나야 할 땅이고 식구가 집이라도 비우는 날 밤이면 두려워 잠 못 이루는 무서운 땅입니다. 그러나 그 불안한 서울을 뮤지컬 "서울 사람들"을 쓰면서 정도 600년의 서울로 새롭게 만났습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대다수의 서울시민이 그러하리라고 감히 어림짐작해 봅니다만 일에 일곱이 넘는 서울토박이 아닌 서울사람들의 서울 알기가 쉽지 않은 일이라 생각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뮤지컬 '서울사람들'쓰기를 하면서 개인적으로 느낀바가 많 습니다. 서울의 나이가 600살인 것도 그 서울을 지키고 가꾸어 오늘의 우리에게 물려주신 어른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이며 무엇보다도 저 스스로가 서울사람임을 자각하게 된 것 등 모두가 뮤지컬 '서울사람들'과 정도 600년을 알리고 그 뜻을 깊이 되새기려는 서울시와 시민들의 노력이 아니었다면 아마 좀더 오래 서울을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런뜻에서 정도 600년 기념작인 뮤지컬 '서울사람들은 제가 자신에게 무엇보다도 고향을 찾아준 뜻깊은 작품입니다. 더불어 늘 작업기회를 갖고 싶었던 시립가무단원 여러분, 그리고 김상렬선생님과 '서울사람들'로 함께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시립가무단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서울! 정도1000년 내일을 꿈꾸는 힘찬 도약의 땅! 그 600년 잔치에 함께 하게 되어 좋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