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카텝 야신 '철학자 구름 같은 연기의 세상보기'

clint 2015. 11. 10. 13:57

 

 

 

 

「철학자 구름 같은 연기의 세상보기: Les Nouvelles aventures de Nuage de Fumee」는 1964년 프랑스의 월간지 「에스프리」 1, 2월호에 연재되었던 작품이다. 알wp리 민간설화를 소재로 출발한 이 작품은 소극적 요소가 가미된 일종의 풍자극이다. 야신의 연극세계를 지배하는 억눌린 자들의 투쟁의 목소리는 이 풍자극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극 속에는 권력의 소리에 귀가 먼 순진한 민초들의 삶과 그들의 애환이 역설적 화법으로 희화되어 있다. 비좁은 공간 속에서 끼니를 걱정하며 올리브나 훔치고 소송이나 벌이며 살아가는 무지한 서민들을 겨냥 그들 스스로의 판단과 목소리를 요구하는 작가의 메시지가 마침내 객석에 전달된다. "여러분은 여러분 스스로의 재판관이 될 것입니다” 라는 마지막 대사는 이 극의 화두이지 결론인 것이다. "국왕은 감히 접근도 못하고, 재판관은 자리에 없고, 율법사는 죽은 사람이나 다름없는" 암담한 상황인식 속에서 던져진 말이기 때문이다.

 

 

 


극 언어는 대부분 짧고 간결한 대사로 이어져있다. 그래서 극의 리듬은 자연히 빠르고 역동적인 효과를 연출한다. 극 구성은 하나의 이야기를 인과관계 속에서 풀어나가는 전통적인 문법을 거부하고 연관성 없는 에피소드들을 나열하는 병렬 법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극 전체의 틀을 유지하기 위해 주인공인 구름 같은 연기가 단절된 각각의 에피소드를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구름 같은 연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무대를 떠나지 않으며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상대한다. 때문에 각 에피소드마다 새로운 인물들이 출현한다.

 

 

 

이웃집 남자, 거지, 노인, 청년, 신들린 사람, 회교도, 코러스 단장, 코러스, 잡곡상인, 율법사, 하인, 새 장수, 두 소송인, 알리. 친구들의 도움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가난한 구름 같은 연기는 무슨 문제든지 해결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는 철학자다. 자기를 찾아온 사람들의 고민과 걱정을 듣고 그 때마다 제시한 철학자의 답은 엉뚱하면서도 기발하다. 어느 방향을 보고 기도를 해야 할지 모르는 회교도에게 자기가 옷을 벗어놓은 쪽으로 방향을 잡으라고 하고, 마구간에서 신 내림을 받았다고 믿는 사람에게 말의 꼬리가 스친 것이라고 둘러대고, 집안 식구들과 단칸방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노인의 짐올 덜어주기는커녕 오히려 더 고생만 시키는 등. 요컨대, 철학자 구름 같은 연기는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결정적인 해답을 주지는 못하지만, 그들로 하여금 주어진 현실 속에서 세상을 해쳐나가는 지혜를 일깨워주고 있다.
"불행하다 싶을 땐 스스로를 좀 더 힘들게 해보시고, 그 어려움을 겪고 나서 옛날의 고통을 생각하면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결국, 문제만 제기할 뿐 답이 없는 이 극을 통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지해와 방법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야신의 「철학자 구름 같은 연기의 세상보기」를 맞이하는 객석의 즐거움은 풍자극이 주는 교훈적 의미뿐만 아니라 극의 바탕색으로 선정된 소극적 재미를 함께 하는 것이다.

 

 

 

작가소개

알제리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생을 마감한 카텝 야신(Kateb Yacine : 1929-1989)은 모로코, 튀니지, 알제리를 포함하는 북아프리카를 대표하는 가장 유명한 극작가다. 야신은 아랍어 또는 프랑스어로 많은 극작품들을 남겼으며, 그 중에서 「포위된 시채」(1958), 「지식의 가루」(1958), 「별모양의 다각형」(1966), 「고무추문을 일으킨 남자」(1970), 「마호메트가 네 가방을 들고 간다.」(1971) 등이 야신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50년대부터 작가로서의 역량을 발휘한 야신의 연극세계는 민중의 편에 서서 권력에 대항하는 작가의 소명의식을 반영 하고 있다. '알제리의 찬가' 혹은 '혁명가'로 불리는 그의 극작품 속에는 국가적 대의명분이나 주체성의 문제보다 억눌린 자들의 투쟁목소리가 더 질게 배어있다. 「포위된 시체」와 「사나운 여인」 (1962) 등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던 장-마리 세로와 같은 연출가는 120년간 지속된 알제리 전쟁과 관련된 야신의 작품들을 한데 묶어 사나흘 동안의 방대한 공연을 기획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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