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미셸 마르크 부샤르 '고아 뮤즈들'

clint 2015. 11. 10. 13:46

 

 

 

 

 

 

1988년에 완성된 희곡<고아 뮤즈들>은 1988년 앙드레 브라사르 연출로 몬트리올에 있는 '극장 오늘'에서 초연되어 연극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고, 그 다음 해 (1989) 몬트리올에 있는 르메아크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1993년 뉴욕 ‘위부 레퍼토리 극장'에서 공연된 이후, 다음 해 (1994)에 작가가 다시 수정한 대본으로 르네 리샤르의 연출로 첫 공연과 같은 극장에서 재공연 된다. 그 이후 수정 대본이 같은 출판사에서 출간(1995)된다. 1995년에 토론토 시로코 극장에서 공연되었고, 1996년에는 밴쿠버의 터치스톤 극장에서, 그리고 1997년에는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에서, 1998년에는 독일 노이스에 있는 라이니슈 란데스 테아터에서, 벨기에 브튀셀의 테아트르 르 퓌블릭에서도 공연되어 수많은 상을 받은 바 있다. 1994년에는 프랑스 극작가 노엘 르노드가 이 작품을 유럽 프랑스어 버전으로 번역, 각색하여 프랑스 파리에 있는 테아트랄 출판사에서 불역 각색본이 출간된 바 있으며, 2006년에 재판으로 출간되었다. 1995년 아비농 페스티벌에 서 오프(OFF) 프로그램으로 공연되었던 〈고아뮤즈들〉은 노엘 르노드의 버전이었다. 2000년, 작가 자신의 시나리오와 로베르 파브로 감독에 의해 이 작품은<부활(La resurrection)>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 되었다. 이 작품은 영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스페인어, 루마니아어, 체코어, 폴란드어 등 7개 국어 정도로 번역되어, 캐나다뿐만 아니라 벨기에, 멕시코, 우루과이, 프랑스, 독일, 미국, 이탈리아, 일본(2004) 등지에서 공연되었으며, 현재도 여러 나라에서 공연 중이다. 2009년 2월에는 아시아권으로는 일본 고베에서, 그리고 한국 서울에서 2월 25일부터 3월 8일까지 우석 레퍼토리극장에서 한국 초연으로 올라간 바 있다(역, 드라마투르기: 임혜경) 2004년 프랑스 공연에서,<피가로>지의 엘리오(A. Helio.) 기자는 "강렬한 문체의 작가. 절대적인 품위를 잃지 않고 비극적인 감정을 나타내는, 고풍스러운 천으로 짜진 작품” 이라는 평을 내리기도 했다. 그 외에도 미셀 마르크 부 샤르를 '퀘벡의 가르시아 로르카” 라고 간주하기도 하고,"가슴을 에는 듯이 감동적이고, 비장함보다는 다정함, 그리고 고통스러운 진실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밀려갔다 하는 내면 적인 드라마", “연극을 보면서 눈물 흘리게 하는 작품”이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줄거리
3막으로 된 이 작품<고아뮤즈들>은 현대작품이지만 고전적이며, 심리극과 사이코드라마 성향이 들어 있는 언어 중심의 극이다. 등장인물로 여자3명. 남자 1명이 나오고 공연 시간이 1시간 30분 정도 된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1965년 4월 부활절 전날, 캐나다 퀘벡 주 생-장 호수 근처, 생-뤼드제 드밀로 시 외곽에 황량한 모래밭이 있고 모래바람이 심하게 부는 언덕 위에 위치한 집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인적이 드문 이 시골집에 부모 없이 어린 시절을 보낸 세 자매 카트린, 마르틴. 이자벨과 남동생 뤼크가 몇 년 만에 처음 모인다. 아버지는 전쟁에서 죽고, 엄마는 당시 16살이던 큰딸 카트린에게 동생들과 집안 살림을 맡긴 채 스페인 애인 페데리코를 찾아 집을 떠났기 때문에 이들은 부모 없이 자랐다. 어느 날 엄마가 20년 만에 집에 오겠다는 전화 연락을 받았다며 막내 여동생 이자벨이 멀리 사는 언니와 오빠가 오지 않을 수 없는 구실을 만들어서 집에 모이게 만든다. 부활절 날, 엄마를 기다리는 동안 가족의 과거와 고통, 비밀이 다 드러난다. 그동안 다른 남매들은 나이보다 정신연령이 낮은 막내 여동생, 이자벨을 보호하기 위해 이자벨이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엄마는 죽었다고 거짓말을 해왔다. 엄마가 젊은 스페인 남자 페데리코를 찾아 떠난 후 이 남매들이 고통 받았던 어린 시절 이야기가 극중극 형식으로 펼쳐진다. 여기서 남매들은 삶의 고통, 부모 부재로 인한 좌절과 고통, 형제끼리의 갈등과 애증, 지역사람들의 질시에 대한 반항과 보복심 같은 복잡한 감정을 사지고 있다. 엄마에 대한 이야기인 《스페인 여왕이 사랑하는 아들에게 보낸 편지》라는 책을 쓰고 있는 아들 뤼크(30세)는 때로는 스페인 치마를 입고 엄마처럼 말한다. 큰딸 카트린(35세)은 초등학교교사이면서 남성 편력이 많지만, 막내여동생 이자벨(27세)을 자기 딸처럼 돌보며 이 집에서 둘이서 살고 있다. 둘째 딸 마르틴(33세)은 아버지를 존경하여 군인이 되어 독일에 파견되어 있고, 레즈비언이다. 공원입구 차단기를 관리하며 트럭 출입을 통제, 기록하는 말단직원인 막내 이자벨만이 이런 형제들의 분위기 에서 벗어나있다. 이자벨은 부활절 전날에 자신을 아직도 어리다며 바보 취급하는 형제들에게 자신이 임신한 사실을 알리고 자유 선언을 하며 이 집을 떠난다. 이렇게 몇 년 만에 만난 4남매가 잊고 싶었던 괴로운 어린 시절을 상기하면서 고통스럽게 되찾은 것은 부재한 어머니의 존재다. 20년 전에 자식을 버리고 젊은 스페인 남자를 찾아 떠난 어머니는 그들에게 고통과 상처를 주었지만 부재한 세월 동안 서서히 자유로운 여성, 전설적인 신비한 여성의 이미지로 변해간다. 그동안 각자 마음속에서 엄마의 부재를 이상화하고 있었고, 꿈꾸고 싶은 자유로운 여성으로서 역할 모델이 되고 있었다.
평소 엄마 역을 대신 해온 큰딸 카트린 외에, 엄마의 스페인 치마를 입고 엄마 역을 하는 아들 뤼크, 군인이 된 아버지처럼 군인이 되어 아버지 역을 하는 마르틴, 마지막 장면에서 돌아온 엄마 역을 하는 이자벨, 이렇게 남녀 역할이 바뀌거나 이중 역할을 하는 극중극 놀이 속에서 연극성은 배가된다. 일종의 사이코드라마로도 볼 수 있는 이 극중극은 서로 반목하고 단절하고 멀리 떨어져 살던 남매끼리 결국 서로 화해하고, 엄마를 인간적으로 한 여성으로서 이해하게 되는 치유의 장이 된다.

 

 

 

이 작품에서 새롭게 부각되는 주제는 ‘어머니의 자유’다.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자식을 포기하는 어머니, 자식을 고아라는 슬픈 운명에 처하도록 내버려두는 어머니는 전통적 모성애의 터부를 과감히 넘는다. 그래서 이제 어른이 된 자식들의 시선을 통해 자유로운 여성, 새로운 어머니의 이미 지로 형상화되고 있다.
고아 뮤즈들인 세 명의 누이로부터 영감을 얻어 《스페인 여왕이 사랑하는 아들에게 보낸 편지》라는 소설을 10년도 넘게 쓰고 있는 작가 지망생 뤼크에게 부재한 엄마는 그가 진짜 작가가 되도록 만드는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 그리고 죽었다고 알고 있던 엄마가 살아서 돌아오는 것을 부활절과 연결시키고 있는 이자벨은 실질적인 이야기의 중심축이다. 지능 발달이 늦는 것으로 간주된 이자벨은 교묘하게 꾸며 멀리 있는 오빠 뤼크와 언니 마르틴을 집으로 오게 만든다. 자신의 변화와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방향타를 쥐고 있기 때문에 가장 지능적인 사람은 결국 이자벨이다. 이 작품은 대립된 애증의 감정으로 각을 세운 신경증 속의 인물들이 서서히 성숙해 가면서 진정한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집을 떠난 엄마는 다시 돌아오지 않고, 엄마를 영원히 부재한 상태로 둔 작품의 설정은 가벼운 멜로드라마로 빠지지 않고 엄마라는 인물을 계속 미스터리하고 신비로운 이미지로 유지시켜 주면서, 마치 부재하는 인물이 존재하는 인물인 양 상상의 넓이와 깊이를 만들어주고 있다. 계속 이어 나오는 엄마에 대한 상기 속에서 분노, 증오, 눈물 등의 고통스러운 분위기는 점차 바뀌고, 형제들끼리 나누는 공모된 행복한 웃음과 교차한다. 이 텍스트는 처음부터 끝까지 온갖 감정의 파문, 섬세한 결들이 요동치는 천 (직조)이다. 또한 이 작품은 시, 노스탤지어, 멜랑콜리, 파토스, 유머, 아이러니, 냉소, 자유로운 에스프리, 풍부한 감정이 들어 있는 '멜로 포에틱 코미디'라는 평을 받은 바 있다.

 

 

 

미셀 마르크 부샤르는 장주네, 미시마 유키오, 체호프, 트랑블레, 브레히트, 셰익스피어, 콜테스, 로르카, 랭보 같은 작가들을 좋아한다고 한다.<고아 뮤즈들>은 작가가 19세기 프랑스 시인 아르투르 랭보와 그의 일대기에 영향을 받아쓴 작품이라고 알려져 있다. 자식이 있는 집을 떠나 멀리 스페인에 가서 살고 있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는 어머니를 상상하며 허구의 글을 쓰는 뤼크라는 인물 속에는 랭보의 이미지가 들어 있다. 방랑생활을 한 랭보처럼 뤼크도 자신의 고향 생-뤼드제 드 밀로에서 사는 것을 고통스러워했고, 현재는 타지에 나가 사는 방랑 인이다. 그리고 뤼크의 여동생, 이자벨도 랭보의 여동생 이자벨 랭보를 환기시키고 있다. 오빠가 쓴 작품 내용을 알고 싶어 하는 이자벨 탕게는 랭보 사후 그의 원고를 간직하고 있던 랭보의 여동생 이자벨과 닮았다고 볼 수 있다. 마르틴이 가지고 있는 성격의 큰 줄기도 랭보의 도피와 모험의 취향을 가지고 구축했고, 뷔 뤼크의 큰누나, 카트린의 성격도 엄격한 성격을 가지고 있던 랭보 어머니의 성격에서 보탠 것이다.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하고 있던 이 작품<고아 뮤즈 들>이 점차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 대륙의 공연에서 좋은 반응을 얻게 되리라는 것을 작가 자신도 알지 못했다 한다. 후일담을 들어보면, 첫 공연 한 달 전만해도 이 희곡은 혼란 그 자체였다고 한다. 급기야 연출가 앙드레 브라사르가 공연취소를 제안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야기의 중심 라인이 서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처음엔 뤼크라는 인물 쪽으로 가면서 자신의 과거와 환경에 의해 상처받은 시인의 이야기로 포커스가 맞춰졌다가, 또 자기 자신의 트라우마 만을 가지고 있는 마마보이 같은 작가 이미지에 빠져 있었고, 결국 자유에 대한 갈증을 숨기고 있던 이자벨이라는 인물 덕분에 해결되었다고 한다. 관찰자 입장에 있던 이자벨이라는 인물이 창작의 열쇠가 되었다.
한편, 이 작품은 부활절 전후 이틀 동안에 벌어지는 이야기다. 성토요일은 부활절 전날을 말하는데, 죽은 예수의 부활을 조용히 기다리는 시기이고, 어둠 속에서 부활의 밝은 빛을 기다리는 날이다. 그리고 성토요일을 죽은 예수 때문에 눈물 흘리는 성모마리아의 슬픔과 연관시켜 '어머니의 시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부활절과 이 작품 상에서 죽었다는 엄마가 살아 돌아온다는 설정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미셀 마르크 부샤르

<고아 뮤즈들>이라는 제목은 신화 뮤즈(Muse)와 연관 관계를 살펴볼 수 있다. 초기 그리스 신화에서 뮤즈는 세 명의 여신으로 되어 있었다고 한다. 멜레테는 실질적인 일을, 므네메는 기억을, 아오이데는 노래를 관장하고 있어 주로 음악과 문학의 여신으로 알려져 있지만, 역사, 철학, 천문학까지 담당하고 있는 여신들이라 시인들이 영감을 얻기 위해 이 뮤즈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 작품의 유일한 남성 인물인 뤼크는 집을 떠난 어머니에 대한 기억과 상상을 가지고 소설을 쓰는 데 영감을 준 세 누이를 뮤즈들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신화에서 뮤즈들은 높은 산에 살고 있는데. 이 작품에서 세 자매인 뮤즈들은 높은 산이 아니라 산 중턱 언덕에 사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뮤즈의 숫자는 시기별로 달라져 이렇게 세 명이었다가 일곱 명. 아홉 명으로 확대되었다고 한다. 아홉 명일 때의 뮤즈들은 제우스와 기억의 여신인 므네모시네가 아홉 밤 사랑을 나눠 태어난 딸들이라고 하는데 서사시, 서정시, 역사, 음악, 비극, 팬터마임, 무용, 희극, 천문학을 담당하는 여신들이었다. 그중에서 서사시를 담당하는 뮤즈인 칼리오페는 펜을 들고 판에다 글을 쓰는 여신으로, 회화나 조각에서 표현되어 있다. 여기서 연필을 들고 늘 새로운 단어를 공책에 적는 막내 여동생 이자벨은 뮤즈 중에서도 칼리오페를 표상한다고 볼 수 있다. 세 명이든 아홉 명이든 이 뮤즈들이 담당한 여러 가지 기능<비극과 희극, 음악, 서 사시와 서정시 등)이<고아뮤즈들>속에 부분, 부분 담겨 있어 이 작품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확장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말해주고 있기도 하다.

 

끝으로, 이 작품의 지역적인 배경에 대해 말하자면, 이 가족들이 사는 생-뤼드제 드 밀로 라는 도시는 캐나다 퀘벡의 생-장 호수 북쪽과 달마스 시 사이에 위치한 지역인데, 1931년에 행정적으로 인정된 지 겨우70년 정도 된, 지금도 800명 정도의 주민이 사는 작은 마을 같은 곳이다. 이 지역은 세계적인 경제 공황이 와서 대부분의 공장이 문을 닫은 1931년에 캐나다 정부가 실업자정책으로 공장에서 일했던 실업자들과 그 가족에게 허허벌판을 내주고 개발해서 정착해 살도록 지원을 해서 생겨났다. 이 지역은 경작하기 좋은 땅과 모래가 많은 땅으로 나뉘는데, 모래가 많은 땅은 자연 히 인적이 드문 곳으로 변해갔다고 한다.<고아 뮤즈들>의 가족들이 사는 곳은 모래가 많아 사람이 많이 살지 않는 외딴곳이고, 언덕에 위치해 늘 모래와 바람 때문에 문을 닫아야 한다. 그래서 육지이면서도 외부와 차단된 섬 같은 곳이기 때문에 이 집 거실의 문도 폐쇄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하나만 설정되어 있고, 이 집 식구들은 자꾸 문을 닫으려고 하는 것이다. 그 반대로 문을 열어두려고 하는 사람은 외부 에서 온 스페인 남자 페데리코인데, 여기서 기족 간의 불화 와 갈등이 첨예하게 일어나는 구조를 만들어주고 있다. 또한 그 당시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보수적인 가톨릭 종교가 지배하고 있었고, 인구 증가 정책으로 여자들이 열 명 이상 씩 아이를 낳을 때라서 이 집의 엄마가 아이를 네 명밖에 안 낳은 것이라든가, 결혼한 여자가 젊은 남자, 그것도 외국인 (스페인 남자)과 외도를 하는 것은 예외적이고 엄청난 스캔들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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